우주개발서도 중국의 약진...인류 활동 영역, 지구궤도에서 달 권역으로
세계 우주활동 기관과 참여자들의 최대 규모 우주 학술발표장이자 회의장인 국제우주대회(IAC 2023,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2023)가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렸다.
국제우주대회는 세계 75개국 460여 개 기관이 가입한 국제우주연맹(International Astronautical Federation)이 매년 10월에 개최하고 있는 행사로 1950년 파리에서 제1회가 개최된 이후 올해 74번째를 맞았다.
올해 국제우주대회에는 약 2000여명이 참가했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KAIST 인공위성연구소 등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대학 전문가 및 학생들을 비롯해 국내 기업 관계자 약 100여 명이 참가했다.
○ 개최지 리스크로 유럽 국가들 줄줄이 참석 취소
최근 심화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갈등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적게 받아온 우주 분야 행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우주청(ESA)을 비롯해 유럽의 주요 우주개발 국가가 참석을 취소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아제르바이잔은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개막 행사에 인류 역사와 태양계 행성들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화려한 뮤지컬을 선보였으며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바쿠 국제공항에 IAC 등록자 배지 발급 시스템을 운영하고 주요 호텔과 행사장인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간에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연설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는 구 소비에트연방(소련) 소속이었던 1973년에 제24회 IAC를 개최한 이후 올해 두 번째 개최지로 이름을 올렸다.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그 자긍심과 우주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최근 정치적 갈등 상황에 대한 정부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계획된 발표 세션 일부에서 우주 기관들이 추가로 불참하는 등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 웅비하는 중국의 우주개발, 바쿠에서 확인하다
IAC는 매년 회원 기관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각국 우주청이나 록히드마틴, 보잉, 에어버스와 같은 대기업들이 매년 주요 후원기관으로 활동한다. 올해 행사에서는 중국이 가장 큰 규모의 후원국으로 참가했다. 중국은 처음으로 대규모 후원국인 ‘프리미어’ 스폰서로 참여했다.
그 다음 등급인 ‘플래티넘’ 스폰서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우주청, 스페이스X, 튀르키예 우주청이 이름을 올렸다. 최대 후원국으로서 중국은 우주정거장 텐궁에서 활동 중인 중국 우주인들의 축하 동영상을 개막식에서 상영했고 80여 개의 기관과 기업 전시 부스가 모인 전시장 주 출입구 맨 앞에 전체 전시장의 약 7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주로 북미와 유럽 우주청과 기업들이 전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과거 IAC에서 달라진 부분이다. 중국 전시 부스에는 중국국가항천국(China National Space Administration)을 필두로 공기업, 대학, 민간기업 공동 부스가 배치되어 자국 우주발사체 시리즈, 우주탐사, 위성항법, 인공위성 등 중국의 우주개발 성과와 야심찬 미래 비전이 선보였다.
중국은 2020년 12월 창어 5호로 달 뒷면에서 약 1,7kg의 달 토양 샘플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 바 있는데, 다가오는 10월 말에 달 샘플 연구 활용의 기회를 대중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주도의 국제협력 달 탐사 프로그램 ‘국제 달 연구기지’에 참여할 국가를 모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 국내 산업체들과 기관의 도전
이번 IAC에서는 국내 참여 기업들에게도 다른 의미가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컨택, 이노스페이스 등 여러 기업들이 전시장에 별도의 부스를 운영했다.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우주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무인탐사연구소, 텔레픽스, 아이옵스도 항우연 전시 부스에서 공동으로 부스를 운영하며 해외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항우연은 한국 첫 달 궤도선 '다누리' 등 국가 우주개발 성과를 대외에 알리고 과기정통부와 함께 다양한 국가와의 양자 회의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국제협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했다, 국내 우주개발 분야 확대와 산업체들의 우주 사업 영역 다양화는 도전과 변화라는 최근 세계 우주산업 트렌드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지구 저궤도에서 지구-달 권역(Cislunar)으로 인류의 활동 영역 확장
미국에서는 지난 8월 스페이스X가 여덟 번째 국제우주정거장 우주인 수송 서비스를 제공했고 보잉이 그 뒤를 이어 지구 저궤도 우주인 수송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있다.
엑시엄스페이스는 2022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 상업용 우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2025년이 되면 자체 우주정거장 모듈을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의 기업들도 지구 저궤도에서 상업 우주정거장 운영과 우주인 수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조만간 기업들의 유인 우주수송 서비스는 지구 저궤도를 넘어 달까지로 그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유럽 회사 에어버스는 미국 회사 보이저스페이스(Voyager Space)와 협력, 조인트벤처 스타랩(Starlab)을 만들어 상업용 우주정거장 구축에 착수했다. IAC에서 익스플로레이션(Exploration company)은 닉스(Nyx)라는 재사용 수송선으로 사람을 우주정거장에 보내고 지구 저궤도에서 6개월간 과학실험 등 우주 체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며 나아가 모듈화된 수송선을 확장해 달 표면과 지구 간 사람을 이동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발표했다.
○ 유발 하라리 특별 강의 초청의 의미
올해 IAC의 중심 주제는 ‘글로벌 도전과 기회: 우주에 기회를 주자’이다. 최근 우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인류의 탐사 여정이 지구 궤도 국제우주정거장을 넘어 달과 화성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는 현재 우주 기관들은 우주 기술을 글로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찾아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신생 우주 기관과 기업들의 증가로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개막식에 특별 강연자로 초청된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의 ‘지능(intelligence)’에 대비된 개념으로서 인간은 시도와 실패 과정과 감정이라는 힘을 가진 ‘정신(consciousness)’을 갖고 있으며 인간은 정신을 통해 지능만을 보유한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의 잠재력을 탐험하기 위해 협력을 강조하는 IAC는 유발 하라리가 강조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나아가는 인류의 여정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내년 10월 14일부터 개최되는 제75회 국제우주대회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각국의 우주를 향한 도전이 올해와 또 다르게 어떻게 드러날지 기대된다.
[바쿠= 김은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혁신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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