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조2’ 유전자에 담긴 성 기능과 짝짓기의 과학
생물학적으로 더 나아 보이는 상대와 짝을 지으려는 노력은 생명을 유지하는 동력이다. 새들의 화려한 깃털이나 아름다운 지저귐, 사슴의 멋진 뿔, 생물의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페로몬 등이 짝짓기를 위해 활용된다.
신경과학은 매혹적인 감각 자극을 처리하는 원리에 대해 그동안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성 기능이나 성행위 자체의 원리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점이 규명되지 않았다.
필자는 지난 8월 기고에서 몸속에 있는 ‘피에조2’ 유전자에 대해 소개했다. 이 유전자는 장 운동을 관리하고, 신체 자세를 감지하는 등 ‘만능 집사’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사이 피에조2 유전자에 숨겨진 역할이 하나 더 밝혀졌다.
미국 국립보건원 소속의 전문가인 알렉산더 체슬러 박사는 최근까지 사람과 생쥐를 넘나들며 촉감의 원리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체슬러 박사는 피에조2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종종 자신의 성감이 둔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체슬러 박사는 배 아래쪽 신경세포에서만 피에조2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생쥐를 대상으로 성기 주변 회음부의 촉감에 대해 연구했다.
촉감을 연구하는 데는 ‘본 프레이 섬유’라고 하는, 탄력 있는 나일론 실을 흔히 사용한다. 체슬러 박사는 생쥐의 몸 여기저기를 본 프레이 섬유로 찔러보며 얼마나 센 힘으로 찔러야 도망치는지를 측정했다. 생쥐의 발바닥이나 수염은 촉감이 예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부위에는 보통 0.1g 정도의 힘만 가해도 쥐가 피하기 시작했다.
회음부는 발바닥이나 수염보다 훨씬 더 민감해서 수㎎(1000분의 1g) 정도의 힘만 줘도 쥐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피에조2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생쥐는 1g이 넘는 힘으로 회음부를 찔러도 눈만 끔뻑거릴 뿐 반응이 없었다.
신경해부학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체슬러 박사는 회음부의 촉감을 감지하는 신경세포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척추의 꼬리뼈 근처에서 성기까지 뻗어있는 감각 신경세포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 신경세포들은 아주 작은 힘에도 활성화하면서 민감한 촉감을 매개하기에 적합했다. 피에조2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생쥐는 촉감에 대한 행동 반응이 없는 것에 더해서, 감각 신경세포들의 반응도 전혀 없었다.
체슬러 박사는 나아가 촉감의 결핍이 짝짓기 행동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생쥐는 보통 3주에 한 번 새끼를 낳는다. 반면 피에조2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암컷과 수컷 생쥐는 같은 우리에서 6개월을 같이 보내도 한 마리의 새끼도 낳지를 못했다. 그래서 피에조2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암수 생쥐가 만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자세히 조사했는데, 이들은 서로 냄새를 맡으며 따라다닐 뿐 그 이후의 과정으로 진척은 없었다.
체슬러 박사는 피에조2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의 동의를 얻어 이들의 성적 감각에 대해 좀 더 연구했다. 이들은 실제로 누르거나 진동을 줘 야기되는 성기의 감각이 상당히 둔해져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성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생쥐와는 달리 이성을 통해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에조2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환자는 아주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성 기능 이상의 원인을 당장 피에조2의 문제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를 통해 생명의 근원과 연관돼 있지만, 입에 담기는 불편했던 현상을 신경과학적으로 풀어나갈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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