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디즈니 요금 인상 예고···고민 깊어지는 국내 OTT들
최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이 줄줄이 요금을 올리고 있다. 수익 개선을 위해 ‘광고 없는 요금제’ 가격을 올리거나 계정 공유 단속에 나서면서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반면 가입자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국내 OTT 업계는 가격 인상이 어려워 고심만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현재 진행 중인 할리우드 배우노동조합 파업 종료 시 요금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넷플릭스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일부 국가에서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인상 대상은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요금제”라고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광고 요금제를 처음 도입한 넷플릭스는 올해 7월 광고 없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기본 요금제를 폐지해 사실상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행보를 하면서 넷플릭스의 요금 정책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디즈니플러스도 오는 12일부터 광고 없는 요금제를 월 10.99달러에서 13.99달러로, 훌루는 14.99달러에서 17.99달러로 인상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내년부터 광고 없는 요금제 선택시 월 추가 비용(2.99달러)을 부과한다. 해당 요금제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적용된다.
계정 공유 제한조치도 확산될 조짐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부터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계정 공유를 금지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지 않은 곳은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와 유럽 일부, 아프리카 등뿐이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금지를 적용한 국가의 매출이 더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발표한 실적 보고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신규가입자가 589만명 늘어 전 세계적으로 2억3839만명이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국내에서 <무빙>으로 큰 인기를 모은 디즈니플러스도 계정 공유 유료화에 합류한다. 최근 디즈니플러스는 캐나다 이용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같은 계정으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이용자를 가구 내 구성원으로 제한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정책은 캐나다 등에서 11월1일부터 시행된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구독자들에게도 ‘이용약관 변경·취소 및 환불 정책 변경 안내’라는 e메일을 통해 계정 공유 금지 조항 신설을 알렸다. 디즈니플러스가 계정 공유 단속 근거를 마련한 만큼 국내에서도 정책 실행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실적 발표 당시 “계정 공유 행위 단속을 통해 서비스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토종 OTT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분위기만 살피고 있다. 주요 OTT 플랫폼의 월 이용료가 최근 1년간 평균 25% 오른 반면 한국 OTT업계의 구독료 인상은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구독자 증가 폭 둔화로 요금 인상보다는 K콘텐츠 저변을 다양한 해외 시장에서 확대하는 게 우선”이라며 “달라진 시청 형태에 따라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거나 구독료 외에 다양한 사업 모델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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