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지구 돌다 ‘불시 타격’···러시아 핵추진 순항미사일 진짜였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10.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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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에 원자로 탑재”
“게임체인저 핵무기 우려”
“도시 통째로 날릴 위력”
“전 지구적 범위 모두 타격”
러시아가 개발 중인 신형 핵 추진 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니크’의 상상도. 사진=루스키 도조르
[서울경제]

지구 궤도를 몇 년동안 돌다가 ‘불시 타격’이 가능한 러시아 핵추진 순항미사일은 진짜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다시 서방을 향한 핵 위협을 경고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인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내가 몇 년 전에 발표한 최신 전략무기에 대한 작업을 이제 사실상 마쳤다”며 ‘9M730 부레베스니크(Burevestnik)’ 전략순항미사일 최종 시험에 성공했다고 했다.

부레베스니크 순항미사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선 ‘SSC-X-9 스카이폴(Skyfall)’로 불린다. 지난 2018년 푸틴 대통령이 공언한 6개 신무기 중 하나로 항속거리와 비행시간이 무제한이며, 낮은 고도에서 날아 서방 방공망을 회피하고 핵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국정연설에서 핵 장착이 가능한 부레베스트크 미사일을 언급하면서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보장할 신무기로 지구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고 자랑한 바 있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 위성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가 북극 미사일 기지에서 부레베스니크 핵미사일을 시험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 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주목할 점은 이 핵추진 순항미사일의 위력이다. 러시아 주장이 맞는다면 미국과 동맹국의 기존 방공시스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게임 체인저’ 무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핵 추진으로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이기 때문에 수개월간 수십만㎞를 날아다니다가 방공망의 사각지대·사각시간대를 노려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 바닷속을 수개월 돌아다니다 적 항공모함이나 작전 항구 기지를 공격하는 러시아의 핵추진 무인잠수정인 ‘포세이돈’의 ‘하늘 버전’인 것이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시내 한복판에 생긴 직경 약 10m, 깊이 약 5m의 커다란 구덩이를 관계자들이 6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러시아의 신형 핵미사일 개발을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외신들은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 정보 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가 러시아의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개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 있는 파이브 아이즈 정보 기관은 공식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예상치 못한 경로에서 타격할 수 있는 아음속(亞音速·음속보다 조금 느린 속도)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이 미사일은 핵 에너지를 연료로 해 무한에 가까운 체공(滯空)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2012년부터 영국 기지에서 5개국 정보 전문가 700여명을 모아 군 관련 민감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는 2000년대 초부터 개발을 본격화해 2020년 말부터 미사일과 관련한 테스트를 수차례 진행하고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군사 전문 매체 ‘더 워 존’에 따르면 부레베스니크는 음속에 준하는 속도로 지표면으로부터 수백m 안쪽인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날아 기존 위성이 감지하기 어려워 서방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회피가 가능하다. 또 미사일에 탑재된 소형 원자로가 핵분열 등을 통해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미사일은 반(半)영구적 추진력을 얻는다. 미사일은 직경 1m, 길이 10m가량이고, 무게는 10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까지 배치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핵추진 순항미사일 보유국 아직 없어

반면 미국 정보 기관들은 적어도 10년 이내 부레베스니크의 실전 배치가 어렵다고 전망하는 등 서방에선 이 미사일의 현실화 가능성을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다. 2019년 8월 러시아 북서부 뇨녹사의 군사 기지 인근 이 미사일 실험 과정에서 엔진 폭발 사고가 일어나 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이브 아이즈는 부레베스니크 개발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러시아가 신무기를 개발하면서 과학의 경계를 허물고 국제 조약들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도시 하나를 통째로 날릴 수 있는 위력의 전술핵 탄두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미국을 포함해 핵추진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 토론 클럽’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핵연료로 추진되는 부레베스트니크 대륙 간 순항미사일의 시험에 최근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타스·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로써 러시아가 첨단 핵무기 분야에서 또 하나의 업적을 세웠다”며 “제정신이라면 누구도 러시아에 감히 도전 못 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핵 추진 어뢰 ‘포세이돈’, 핵 추진 순항 미사일 ‘부레베스트닉’ 등 3종을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보장할 신무기”라고 자랑해 왔다. 그는 이날 “최대 24개의 핵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도 거의 완성됐다”며 “이제 (실전 배치를 위한) 행정적 절차만 남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33년 만에 핵실험 재개 경고

러시아 강경파는 ‘핵실험 재개를 통한 대(對)서방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이론적으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는 가능하나 이는 국가 두마(하원)에 달렸다”면서 “(CTBT에) 서명하고도 비준하지 않은 미국처럼 행동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CTBT에 대해 러시아는 1996년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으나, 미국은 1996년 서명했을 뿐 비준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도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러시아 하원이 비준 취소를 하고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90년 10월 북극권의 노바야제믈랴 제도 시험장에서 마지막 핵실험을 실시했다. 만약 러시아가 핵실험을 재개하면 33년 만에 이뤄지는 셈이다.

다만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경우 방어용으로만 핵을 사용한다는 러시아의 핵 독트린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그 어떤 것도 러시아의 존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제정신이라면 누구도 러시아에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상황이 악화할 때마다 미국 등 서방을 향한 핵 위협을 거듭해 왔다.

러시아의 미사일 포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 쿠피얀스크에서 6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찾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9월에 영국 국방정보국(Defence Intelligence)에서 부레베스트니크의 개발 완료를 의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핵추진 순항미사일의 위력이 가공할 만해 위협적 존재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부레베스트닉의 정체를 소형 원자로를 이용해 가열한 공기를 분사해 반영구적인 추진력을 얻는 열핵 제트 추진 엔진을 탑재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과거 냉전 시절 미국 전략공군이 개발하다가 1964년에 폐기시킨 ‘명왕성 계획’(Project Pluto)의 부활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핵물질을 추진 동력으로 하기 때문에 항속거리가 무제한에 가까우며 필요하다면 며칠동안 쉬지 않고 지구를 여러바퀴 돌 수도 있다. 미국이 플루토 계획을 60년대에 일치감치 포기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이 미사일의 개발 성과를 언급할 정도로 활발히 개발해 결국 성공했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1980년대에 당시 구소련이 ICBM이 미국의 스타워즈(SDI) 개념에 의한 대(對)탄도 요격 미사일에 의해 무력화(nullify)되자 지상 발사가 아닌, 다른 방법에 의한 탄도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Kh-55계열 탄도 미사일로 알려졌다. 실제 러시아가 공개된 신형 9M730 부레베스트니크 외형은 구소련이 개발하던 Kh-55형과 유사하고 크기는 1.5배 정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러시아 국방부가 당시 KH -55형의 탄도 미사일을 개량해 신형 9M730 부레베스트니크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신형 9M730 부레베스트니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원을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선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지상 발사 탄도 미사일을 탐지하는 탄도 미사일 방어체계(MD)의 회피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탑재된 X-band 레이더의 탐지거리 밖인 지구 대기권 궤도 밖에서 비행한다는 의미다.

핵 추진체·핵탄두 동시 갖춘 순항미사일

둘째는 핵추진 엔진에 의해 무한정 배회(indefinite loiter)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신형 9M730 부레베스트니크 엔진이 핵연료를 사용하는 램제트(ramjet)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핵연료에 의한 터보제트(turbojet)와 열방사 추진체를 사용하고 있어 각기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셋째는 신형 9M730 부레베스트니크는 1∼1.5m 원형의 로켓 앞머리와 높이 12m의 핵추진 로켓에 탑재돼 대기권 궤도로 올려지며 이후에는 미사일에 부착된(detached) 엔진을 기반으로 마하 0.65∼0.78 아음속으로 순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째는 핵 추진체에 의한 순항미사일의 최초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통상 순항 미사일은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는데, 신형 9M730 부레베스트니크는 핵 추진체와 핵탄두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순항미사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지구 전체에 대한 타격 능력이다. 지구 대기권 궤도 밖에서 아음속으로 배회하다가 지상통제소로부터 표적에 대한 명령을 수신하는 즉시 표적으로 직진함으로써 상대방이 미사일의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위력을 지녔다. 따라서 지구 대기권 궤도 밖에서 배회하다 전 지구적 범위를 모두 타격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 국방부가 예산 부족과 병력 감축, 각종 무기 제조 지연 등의 부정적 면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공할 만한 군사과학기술을 연구해 비대칭적 신형 무기들을 개발함으로써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틈새를 파고든 게임체인저를 보유해 이에 대응하는 방안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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