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뇌 한번 싹~ 검사해주세요"…MRI '진료비 폭탄' 맞는다

천선휴 기자 2023. 10.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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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칠순을 맞은 이 모 씨는 몇 달 전부터 눈 충혈과 경미한 두통에 시달렸다.

이에 복지부는 뇌질환과 무관한 두통·어지럼증에 MRI 검사가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뇌질환이 의심되는 두통·어지럼에 대한 급여기준을 구체화했다.

이 때문에 단순 편두통이나 만성 두통 등으로 본인이 검사를 요구해 뇌 MRI를 받는 경우 최대 약 90만 원에 이르는 진료비를 환자가 전부 부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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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뇌 질환 의심되는 경우만 건강보험 적용
환자 일방적 요구로 검사땐 최대 88만5000원 부담
ⓒ News1 DB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올해 칠순을 맞은 이 모 씨는 몇 달 전부터 눈 충혈과 경미한 두통에 시달렸다. 각막염 약을 먹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근처 가정의학과에선 고혈압 때문인 것 같다며 약을 처방해 호전되는 듯했지만 역시나 그때뿐이었다.

진료의뢰서를 들고 종합병원을 찾은 이 씨는 의사에게 뇌 자기공명영상(MRI)를 찍어달라고 요구했다. 의사는 처음부터 굳이 MRI 검사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만류했지만 이 씨는 보험을 적용하면 30만원 안팎으로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혹해 "이참에 머리를 싹 검사해보고 싶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MRI 검사를 한 이 씨는 동네 병원에서 말한 것처럼 높은 혈압 때문에 증상이 발생한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혈압약을 바꿔 처방받으니 증상도 씻은 듯이 나았다. 그래도 이 씨는 싼값에 MRI 검사까지 속 시원하게 해봤다는 사실에 흡족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씨처럼 환자의 요구로 뇌·뇌혈관 MRI 검사를 받는 경우 진료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

MRI장비. 뉴스1 ⓒ News1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뇌출혈, 뇌경색 등 뇌 질환이 의심되는 두통‧어지럼에 대해서만 MRI 검사 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는 지난 7월 개정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에 따른 것으로, 약 3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친 후 1일부터 시행됐다. 해당 고시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의 후속 조치로 추진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MRI,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검사 진료비는 그 해 1891억원에서 2021년 1조8476억원으로 폭증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MRI 연간 촬영 건수는 2016년 126만 건→2018년 226만 건→2020년 553만 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복지부는 뇌질환과 무관한 두통·어지럼증에 MRI 검사가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뇌질환이 의심되는 두통·어지럼에 대한 급여기준을 구체화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두통이나 어지럼 증상으로 MRI 촬영을 할 경우 의사의 판단이나 의학적 필요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3회까지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해줬다.

하지만 이젠 단순 편두통, 만성 두통 등 진료의가 의학적으로 MRI 검사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지만 환자가 원해 MRI 검사를 시행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순 편두통이나 만성 두통 등으로 본인이 검사를 요구해 뇌 MRI를 받는 경우 최대 약 90만 원에 이르는 진료비를 환자가 전부 부담하게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조사한 결과 평균 뇌 MRI 비용은 45만7803원이었다. 가장 비싸게 받는 병원은 88만5000원, 가장 싼 데가 25만 원이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다만 기존에 뇌질환이 확진됐거나 뇌신경 검사, 사지 운동기능 검사 등 신경학적 검사 등에서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기존처럼 MRI 검사를 건강 보험으로 보장한다. 이마저도 최대 2회까지만 받을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MRI 등 고가의 영상검사에 대한 보장성 강화로 일부 불필요한 검사가 남용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제부터 고가 영상 검사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건강보험으로 보장돼 절감된 재정은 필수 의료 등 가치 있는 분야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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