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터치] 북핵대응 '전략사령부' 제대로 만들어야
전·평시 지휘구조, 전력, 계급, 미군과의 조화 등 과제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군 당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유사시 대응하고자 추진 중인 전략사령부(이하 전략사) 창설 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군은 올해 1월 전략사의 모체 조직으로 합동참모본부 산하에 '핵·WMD대응본부'를 만들어 창설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핵·WMD대응본부의 운영 및 검증을 통해 우리 전략 환경에 최적화된 전략사를 창설한다는 계획이다.
창설 목표 시점은 내년, 올해 안으로 인력 소요를 도출할 예정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8일 "전략사가 어떤 임무와 역할을 할지에 대한 개략적인 방향성은 나왔다"면서 "내년 창설하는 데 필요한 법적 절차 등을 마무리하는 등 내부적인 검토를 끝내면 미국 측과도 곧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사 임무와 방향성 설정 중…"적의 중심에 심대한 영향 주는 부대로"
국방부와 합참은 전략사의 임무와 편제, 지휘구조, 전시 지휘체계, 지휘할 전략자산, 사령관 계급 등을 놓고 군내 의견 수렴 등 내부 검토를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사의 임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우리 군은 한국형 3축 체계를 포함한 압도적인 대응 능력과 응징 태세를 갖추어 나가고 있으며,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할 전략사령부를 곧 창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할 부대가 전략사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국방부도 전략사의 임무를 "우리 군이 보유한 초정밀·고위력 타격 능력과 우주, 사이버, 전자기 등 다영역 능력을 통합 운용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것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전략사의 임무에 대해 "적의 중심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전 부대로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무기 체계를 갖춘 합동부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사 사령관의 계급은 일단 중장급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인 합참의장, 육·해·공군총장과의 지휘관계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군은 전략사를 국방부와 합참 중 어디 예하로 둘지 검토 중이다.
국방부 예하로 편성하면 국가적 수준의 대응과 결정에 유리하다는 의견과 전쟁 대비 등 전략적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합참 아래에 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미국 전략사는 합참을 경유하지 않고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군령을 받는다. 미국 합참의장은 작전권을 행사하지 않는 구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 전 특전사령관은 "전략사를 국방부 아래 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합참의장이 전략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구(戰區)작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참 고위직을 역임한 예비역 장성도 "우리는 미국과 다른 지휘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략사가 합참 예하로 들어가는 단일 군사지휘체계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경운 한국군사문제연구원(KIMA) 군사연구위원은 지난 8월 KIMA 포럼 발제문에서 "연합방위체계에서 재래식 전쟁 준비와 수행의 측면에서 합참의장이 전략사를 지휘하는 것이 유리한 면이 있지만, 나머지 평시 능력과 준비 태세 유지, 핵전쟁과 주변국 위협 대응,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독자적 능력 보유 측면에서는 국방부 장관이 전략사를 지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머리 기능 외 손발 기능 가져선 안 돼…AI 플랫폼 적용된 심플한 부대로"
전략사가 전시에 한미연합사령관(미군 대장)이나 미래연합사령관(한국군 대장)의 지휘를 받아야 할지, 독립부대로 남아 연합사령관의 결정을 보좌하는 역할을 할지도 논쟁거리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채택한 워싱턴선언에서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에 한국의 모든 역량을 기여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간의 역량 및 기획 활동을 긴밀히 연결하기 위해 견고히 협력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했다.
국방부와 합참이 전략사 창설 작업을 진행하면서 워싱턴선언에 부합하도록 신경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워싱턴선언 및 새 정부 들어 실효성이 보장된 확장억제를 전략사와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내 일각에서는 전시에 연합사가 전략사를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지금의 연합사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면 미래연합사령부로 개편된다. 미래연합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부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대장)이 맡도록 한미 간에 합의돼 있다.
전 전 특전사령관은 "현재대로라면 전시에 국군의 75%가 미군의 작전통제를 받게 되고, 미군은 당연히 전략사를 작전통제 하고 싶을 것"이라며 "전시에 전략사가 미군 작전통제를 받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펀치(전략사)'를 갖는 것이 국익에 맞는지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예비역 장성은 "전략사가 전시에 미래연합사의 지휘를 받는 단일지휘체계로 가야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전략사는 육·해·공군이 가진 전략무기를 통합 지휘하기 때문에 합동부대로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략사는 미사일부대, 사이버작전사령부, 우주작전부대, 전자기스펙트럼작전부대, 특수임무작전부대, F-35A 전투기 및 잠수함 부대를 통제하게 된다고 국방부가 밝힌 바 있다.
해·공군 일각에서는 전략무기인 F-35A와 3천t급 잠수함 등이 전략사로 들어가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유사시 자군이 핵심무기를 독자적으로 운용하며 작전하는데 제약이 따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략사 사령관을 육·해·공군 순환제로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전략사는 해·공군, 해병대 대장이 부정기적으로 돌아가면서 사령관을 맡고 있다.
김영호 국방대학교 교수는 최근 안보학술회의 발표에서 "공군이 항공우주력 강화의 선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전략사령부 사령관 직책을 공군이 맡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사령관직을 육·해·공군 순환제로 못 박으면 나눠먹기식의 관료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 전략사를 운영하면서 그런 방식이 좋을지 검토할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중장 계급은 해군 5명, 공군 5명 등 모두 10명이다. 해·공군에서 전략사령관을 맡게 되면 기존 중장 자리에서 한 명을 빼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해·공군이 맡는다면 그해 전체 중장 정원에서 1명을 추가로 신설해야 하는데 이것도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있다.
전략사 부대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도 관건이다.
사령관, 참모, 기능별 예하부대 등 기존 형태의 부대로 창설할지, 아니면 기존 부대와 달리 슬림화할지도 군의 고민이다. 특히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무인 무기체계가 군에 본격 도입되면서 'AI 플랫폼'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된 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략사는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한 최적의 전략자산을 맞춤형으로 도출해 지휘해야 하므로 AI 기술이 적용된 소프트웨어 중심 부대로 창설돼야 한다는 것이다.
합참 전략 부서에서 근무한 한 예비역 장성은 "전략사는 필요시 가장 적합한 전략무기를 쓸 수 있는 머리 기능만 가져야지 손발 기능까지 다 가져서는 안 된다"며 "AI가 최적의 무기체계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사가 AI로 최적의 전략무기체계를 도출하면 합참의장은 그걸 사용하도록 결정하는 심플한 기능으로 전략사를 창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육·해·공군의 전략무기는 정비와 수리, 유지 등을 위해 각 군에 두되, 전략사가 이를 가져와 지휘하는 체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육·해·공군, 해병대의 자산 중) 어떤 것이 전략사로 들어가고, 어떤 것은 필요할 때만 써야 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그런 것을 위한 조직 편성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전략사가 주한미군 및 미국 전략사와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돼야 하는지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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