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ON]'천재소녀→여왕' 안세영 시대 활짝…이젠 '그랜드슬램'이다

김가을 2023. 10. 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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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면 정말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2년 전 여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천재소녀' 안세영(21·삼성생명)이 했던 말이다.

정상에 오른 안세영은 개인전에서도 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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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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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못하면 정말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2년 전 여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천재소녀' 안세영(21·삼성생명)이 했던 말이다. 그는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 설렘과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첫 올림픽은 눈물이었다. 안세영은 8강에서 천위페이(중국)에 패했다. 발목 부상을 참고 뛰었지만, 금메달 도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에게 천위페이는 '천적'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그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긴 인물이었다. 안세영은 32강에서 천위페이에 고개를 숙인 경험이 있다. 그에게 천위페이는 꼭 넘어야 할 산이었다.

안세영은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한 번 넘어졌었던 안세영은 더 단단해졌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마스터즈에서 생애 처음으로 천위페이를 제압했다. 38분 만의 완승으로 환호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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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을 넘은 안세영은 펄펄 날았다. 그는 지난 3월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에서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8월에는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를 제치고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것도 1996년 방수현 이후 처음이다.

안세영은 8월 덴마크에서 펼쳐진 2023년 세계개인선수권대회 여자 단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작성했다. 남녀 통틀어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단식 종목을 제패한 것은 안세영이 처음이었다. 그는 아시안게임 전까지 치른 올 시즌 대회에서 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월 인도오픈,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3월 전영오픈, 6월 태국오픈, 싱가포르오픈, 7월 코리아오픈, 일본오픈, 8월 세계선수권, 9월 중국오픈에서 환호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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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무대는 아시안게임이었다. 안세영은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향해 걸어갔다. 일단 첫 번째 단추는 성공적으로 뀄다. 그는 여자 단체전에서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경기 주자로 나서 중국의 천위페이를 가볍게 제압했다. 정상에 오른 안세영은 개인전에서도 순항했다. 운명의 마지막 주자는 이번에도 천위페이였다. 안세영은 1세트 초반 상대에 밀렸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리드를 잡았다. 변수가 발생했다. 안세영은 18-17로 앞선 상황에서 오른무릎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의료진이 투입돼 급히 응급처치했다. 다시 일어선 안세영은 1세트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그는 부상 여파인지 2세트 제대로 뛰지 못했다. 뒷심을 발휘했지만 쉽지 않았다. 안세영은 2세트를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세트 안세영이 다시 힘을 냈다. 무릎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야말로 투혼이었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투혼에 흔들렸다. 안세영이 천위페이의 고향에서 천적을 잡고 새 여왕의 시대를 열었다.

안세영 SNS(인스타그램) 캡처.
안세영의 초등학교 시절, 안세영 아버지(안정현), 남동생 안윤성(20, 같은 팀 삼성생명 소속 배드민턴 복식 선수). 아버지 안정현 제공

경기 뒤 안세영은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무릎에서 '딱' 소리가 나서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통증 때문에 힘들었다. 다행히 걸을 정도는 됐다. 다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꿋꿋이 뛰었다. 솔직히 게임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겠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신만 바짝 차리자는 생각으로만 뛰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이제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우승)을 향해 간다. 그는 "파리 올림픽까지도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했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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