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77초 선제실점→실력으로 극복하고 금메달 딴 황선홍호[심재희의 골라인]
황선홍호 전승 우승, 8골 정우영 득점왕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역시 쉬운 토너먼트 승부는 없다. 결승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받은 '숙적' 일본과 7일 치른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 결승전에서 충격적인 '77초 선제 실점'을 떠안았다. 발에 땀이 채 나기도 전에 먼저 한방을 얻어맞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일본의 정공법에 먼저 골을 내주고 위기를 맞았다.
일본 우치노 고타로에게 이른 시간에 골을 허용한 황선홍호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추격전에 나섰다. 주도권을 잡고 기회를 엿봤고, 전반 26분 정우영이 헤더 동점골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중원을 두껍게 한 일본의 측면을 계속 공략했고, 황재원의 크로스-정우영의 마무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1이 된 이후에도 흐름 싸움에서 앞섰다. 일본의 간헐적인 역습과 빠른 패스 플레이에 수비 공간을 몇 차례 내주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공세를 펴면서 우세한 경기력을 보였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과 중앙 쪽에서 잘 움직이며 플레이메이커 구실을 했고, 조영욱과 정우영은 날카로운 돌파와 슈팅으로 공격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후반 11분 승부의 균형을 깼다. 황재원의 질풍 같은 오버래핑과 조영욱의 침착한 마무리로 리드를 잡았다. 정우영의 선제골을 도왔던 황재원은 미드필드 진영에서 공을 잡아 과감하게 오버래핑을 시도한 뒤 전진 패스를 넣어 기회를 열었다. 정우영이 일본 수비수들과 공을 다투면서 혼전 상황이 됐고, 쇄도하던 조영욱이 골키퍼 다리 사이로 재치 있는 슈팅을 터뜨려 역전골을 뽑아냈다.
황선홍호는 이후 적절한 선수 교체와 스토링 플레이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며 승세를 굳혔다. 후반전 중반 4-2-3-1 전형의 3과 1에 해당하는 윗 선을 모두 바꿨다. 후반 17분 정우영과 고영준을 빼고 홍현석과 송민규를 투입했고, 후반 28분에는 이강인과 조영욱을 대신해 안재준과 엄원상을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공격 라인을 모두 교체했으나 전형과 전술의 좋은 탄력도를 보이며 팀 밸런스를 유지했다. 수비 쪽에 조금 더 비중을 두면서도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일본의 반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결론적으로 '77초 선제골 허용'은 독이 아닌 약이 됐다. 모든 것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매우 이른 시간에 실점한 것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었지만, 황선홍호 태극전사들은 실력으로 잘 극복해냈다. 더 넓혀 보면 많은 우려와 비판을 딛고 값진 우승을 이뤄냈다. 대회 전 선수 선발 등에서 논란을 낳으며 크게 흔들렸으나 다함께 노력해 전진했고,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최후에 웃게 된 황선홍 태극전사들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한국 선수들(위, 중간), 황선홍 감독(아래).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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