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특례가 동기부여? 韓 축구는 태극마크의 자부심이 앞섰다

항저우(중국)=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3. 10. 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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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2대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한국 스포츠 선수는 올림픽 3위 이내 또는 아시안게임 1위를 차지해야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한국 축구 대표팀에겐 군 면제 혜택이 주어졌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2 대 1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병역을 이행한 골키퍼 김정훈(전북), 십자인대 파열로 면제 판정을 받은 골키퍼 이광연(강원FC)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받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유럽파 선수들의 군 면제 여부가 화두에 올랐다. 운동 선수 입장에서는 군에 입대하면 기량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데,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이들에겐 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

축구 선수의 경우 병역 특례를 받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려면 K리그2 김천 상무에 입단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하지만 K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만 김천 상무에 입단할 수 있는 규정에 따라 어린 시절 곧장 해외로 진출한 이들 입장에서는 계약 과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 시절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보내고 함부르크, 레버쿠젠 독일 구단을 거쳐 토트넘(잉글랜드)에 입단한 성인 대표팀 주장 손흥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손흥민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 특례를 받았다.

한국 축구의 간판이자 세계적인 클럽에서 뛰는 이강인도 창창한 앞날을 위해 군 면제가 절실했다. 이에 시즌 중인 소속팀을 뒤로하고 이번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 사냥에 나섰다.

비록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이강인은 매 경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에이스인 만큼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화려한 볼 터치와 날카로운 패스로 수 차례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2대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이강인이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결국 결승에서 일본을 2 대 1로 꺾고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정상에 오르자마자 관심이 쏠린 건 이강인에게 주어지는 병역 특례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 외신 기자는 황 감독에게 "이강인의 병역 특례가 한국 축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선수들이 딴 값진 금메달의 의미가 단순히 군 면제를 위한 수단으로 퇴색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에 불쾌함을 느낀 황 감독은 "모르겠다"라고 선을 그은 뒤 "좋은 팀에서 활약하고 있고, 계속 성장할 선수"라며 "좋은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있어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병역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 생각한다"면서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고 뛰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그렇게 해줄 거라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인 역시 군 문제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병역 특례를 받으면 선수 생활을 하는 데 편한 건 맞지만 큰 부담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한국 남자라면 무조건 가야 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었고, 군 면제를 받은 데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다"고 답했다.

나머지 선수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정우영은 "대회 전부터 선수들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저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영광스러운 자리인 만큼 즐겁게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강인의 말처럼 병역 특례를 받으면 선수 생활을 하는 데 걸림돌이 사라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흘린 땀방울의 의미가 퇴색돼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뽐냈다. 결승까지 치른 총 7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고, 27골 3실점으로 훌륭한 경기 내용을 남겼다.

아시안게임 최다 우승국인 한국은 우승 횟수를 6회로 늘렸고, 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달성했다. 2014년 대회 이후 3회 연속 정상에 오른 한국은 아시안게임의 새 역사를 썼다.

국가대표로서 책임을 다한 이들의 투혼이 만든 값진 결과물이다. 병역 특례를 향한 관심이 아닌 박수를 받아야 할 차례다.

항저우(중국)=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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