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ASML' 나올까? 막았더니 순익 2배 된 회사들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올들어 일본, 네덜란드가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에 동참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린9000S'는 더 큰 충격을 던졌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중국 상장 반도체기업 실적을 살펴보면 실적이 가장 크게 호전된 기업은 대체로 반도체 장비업체들이다. 미국 제재로 중국이 어쩔 수 없이 반도체 장비 자급화를 서두르게 된 영향이 커 보인다.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 양쯔메모리(YMTC)는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무당산(武當山)' 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3000억위안(54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빅펀드) 3기'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는데, '빅펀드 3기'도 반도체 장비업체에 주로 투자할 전망이다. 글로벌 5대 반도체 장비업체와 중국 5대 반도체 장비업체를 살펴보자.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힌 이후 올해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수출 통제 조치의 반작용은 중국의 전면적인 반도체 장비 국산화 전략 추진이다.
미국의 수출 제한을 자주 비판하는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 대한 완전한 고립 정책은 실행 불가능하며 오히려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더 빠른 혁신을 성취하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5대 반도체 장비업체의 매출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을 빼고는 대부분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ASML의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52.3% 증가한 136억4800만유로(19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슈퍼 을'로 불리는 ASML의 위상을 드러낸다.
미국 최대 반도체장비업체 AMAT의 매출액 역시 지난해 대비 소폭(2.3%) 늘어난 130억5500만달러(17조6200억원)를 기록했으나, 램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의 매출액은 각 18.6%, 8.5% 감소했다.
반도체장비 매출 증가에 대해, 중국 중항(中航)증권은 중국의 성숙공정 확충으로 수요가 늘어난 영향과 더불어 미국의 대중 수출제재 범위가 명확해지면서 2분기에 일부 반도체 장비가 중국으로 수출된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반도체 업체 실적을 봐도 장비업체들이 돋보인다. 반면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된 '기린9000S'를 제조한 SMIC는 파운드리 업황 둔화로 실적이 악화됐다. 상반기 회사의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213억위안(3조8300억원), 당기순이익은 50% 넘게 감소한 30억위안(5400억원)에 그쳤다. 중국 최대 메모리업체 YMTC는 비상장기업이라서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중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로 불리는 증착·식각장비 업체 나우라테크놀러지는 상반기 매출액이 84억3000만위안(1조52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5%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38% 급증한 18억위안(3240억원)에 달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장비업체인 나우라테크놀러지의 시가총액은 지난 9월 28일 기준 원화로 23조원을 기록했다.
중국 2위 반도체 장비업체 AMEC의 상반기 매출액은 25억3000만위안(4550억원)으로 작년 대비 28% 늘었으며 당기순이익은 114% 급증한 10억위안(1800억원)을 기록했다. AMEC는 식각장비업체로서 중국의 램리서치로 불린다.
나우라, AMEC 외에도 3~5위를 차지한 ACM 리서치, 화하이칭커 및 피오테크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중국 5대 반도체 장비업체의 매출총이익률(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마진율)은 최저 42%에서 최고 52%에 달한다.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수익성 개선은 SMIC, YMTC가 어쩔 수 없이 외국 반도체장비 대신 중국 반도체장비로 눈길을 돌린 영향이 작지 않다.
중국 정부는 2019년 10월 2041억위안(36조7400억원) 규모의 '빅펀드 2기'를 출범시켰는데, 이제 규모가 3000억위안으로 확대된 '빅펀드 3기'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는 '차보즈' 기술이라는 말이 있다. 차보즈는 목을 조른다는 의미로 외부 의존이 심해 중국의 기술자립을 막는 핵심 기술을 일컫는다. 중국 과학원이 규정한 35개 차보즈 기술은 노광(photolithography) 장비, 포토레지스트(감광재), 핵심 산업용 소프트웨어, 로봇 핵심 알고리즘 등이다. '빅펀드 3기'는 미국 제재로 구입할 수 없는 ASML의 노광장비 등 첨단반도체 생산장비와 반도체 소재(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산업의 차보즈 기술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장비 수출제한의 대항마인 나우라테크놀러지가 네덜란드의 ASML,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만큼 성장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를 위한 시도는 중단되지 않을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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