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둔화세' 국면…복잡해진 업계 셈법
고가에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 복합 작용
전기차 판매 둔화에 업계 대응 마련 분주
전동화 전환 완급 조절에 경차 EV로 돌파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완성차 업체 가세
빠르게 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둔화세에 접어들었다. 예상보다 더딘 소비자들의 구매 움직임에 전동화 전환이 기대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그간 시장 선점을 목표로 숨 가쁘게 달려온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기조에 부응하면서도 각 업체마다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8일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만 348대로 집계돼 전년 동월 대비 31.9% 급감했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은 10만 3428대로 전년보다 3.6%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한때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도 동기 대비 100% 이상 급증하던 상황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판매 둔화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비싼 가격이다. 전기차는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보통 30% 정도 비싸다. 많게는 2배 가까이 가격차가 나는 모델도 있다. 여기에 미흡한 충전 인프라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주춤하게 만든다. 전기차는 45만여 대에 달하는데 정작 고속도로의 충전시설은 1015개에 불과하다. 서울-부산 편도에 해당하는 400㎞ 안팎의 주행거리와 이따금 발생하는 화재 우려 역시 전기차 구매의 발목을 잡는다.
짙어지는 둔화세에 정부도 나섰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보조금을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욕을 끌어올리는 차원이다. 이로써 기본 판매 가격 5700만 원 미만의 전기 승용차에 지급하는 국비보조금이 기존 최대 680만 원에서 780만 원까지 늘어났다. 전기차 제작사가 전기차 가격을 할인해주면 할인폭에 비례해 보조금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완성차 업체도 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정부 정책에 맞춰 'EV세일페스타'를 열었다. 각 차종별로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가 정부 추가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끔 마련했다. 아이오닉5의 경우 총 480만 원이 저렴해졌고, EV6는 384만 원의 할인 혜택이 가능해졌다. 행사는 정부 지원 정책이 끝나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정부가 팔을 걷었지만 이와 별개로 업계의 셈법은 복잡하다. 빠른 전동화 전환을 예상하며 전기차에 매진해온 상황에 수요가 주춤하면서 완급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해외에서는 전동화 전환 시점을 미루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자동차 시장 규모가 큰 영국은 최근 '완전한 전기차 전환' 시점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완급 조절 속에 부상하는 건 보다 작고 값싼 전기차 모델이다. 올해 6월 기아가 내놓은 대형 전기 SUV EV9은 지난달까지 판매량이 3685대에 그쳤다. 반면 지난달 출시된 레이 EV는 사전계약 기간 동안 6천 대 이상이 접수됐다. 기아가 설정한 올해 판매 목표인 4천 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비싼 가격 탓에 둔화된 시장 수요의 돌파 카드로 소형 전기차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기아는 내년부터 3천만 원대 소형 전기 SUV를, 현대차는 캐스퍼 EV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흡하다고 지적돼온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완성차 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BMW 코리아의 행보가 빠르다. 올해까지 국내에 누적 전기차 충전기 1100기 설치를 계획한데 이어 내년 한해 동안에는 1천 기에 달하는 충전기를 추가로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BMW 코리아가 총 2100기 규모의 충전 인프라를 갖추게 되면, 이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공급하는 전체 전기차 충전기의 50% 이상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최근 들어 부진한 상황이지만, 전동화 전환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큰 흐름에서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며 "국가마다 추진하고 있는 전동화 전환 정책에 더해 각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충전 인프라까지 받쳐주면 둔화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곧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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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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