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포위하라”…압박 높이는 中, 전략무기로 맞서는 대만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3. 10.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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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을 둘러싼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은 해군과 공군을 대규모로 동원해 대만을 에워싸는 ‘포위 전략’을 구사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대만 해군 구축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만해협 일대에는 수십 대의 중국 전투기와 폭격기, 정찰기 등이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으며, 항공모함은 서태평양으로 진출하고 있다. 유사시 대만이 외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셈이다.

대만도 이에 맞서 활로를 찾는 모양새다. 미사일과 잠수함, 드론 등의 무기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군의 물량 공세를 저지하고, 미 해군과 해병대가 대만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려는 조치다.

◆‘대만 고립’ 굳히려는 중국의 압박

중국은 2016년 5월 독립 성향의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과의 공식 관계를 단절하고 강도 높은 군사적 압박을 거듭하고 있다. 

1955년 미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고자 선언한 대만해협 중간선은 중국의 거듭된 침범으로 실효성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중국은 최근 대만해협으로 다수의 군용기를 투입하는 모양새다. 
중국 공군 J-16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만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대만군은 지난 3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에서 중국 군용기 29대와 군함 5척을 탐지했다. J-16 전투기와 BZK-005 무인기, 궁지-2 무인기 등 16대는 대만해협 중간선과 연장선인 북부 및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나타났다.

지난달에도 13일 오전 6시부터 14일 오전 6시까지 중국 군용기 68대와 군함 10척이 대만해협 주변에서 활동했다. 이 가운데 군용기 40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남서·남동부 공역을 비행했다. 

투입된 중국 군용기는 Su-30 전투기, J-10 전투기, BZK-005 무인기, J-16 전투기, KJ-500 조기경보기, Y-20 공중급유기, Y-9CC 통신대항기였다. 공중급유기가 동원된 것은 대만해협 및 대만 동부 해상과 서태평양에서 작전을 펼칠 항공모함과의 연계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17일 “항공모함 산둥호 전단과 다른 군함이 복귀하면서 인민해방군이 5일(11∼15일)간 대만 주변 기습공격 연습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남중국해를 출발한 산둥함 전단과 동중국해에서 전개한 함선 등 14척이 대만을 포위했다”며 “전례 없이 큰 항모 전단을 형성하거나 별도의 그룹을 편성해 합동 작전을 수행했고, 대항 전투 훈련도 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산둥함의 출항에 맞춰 052D형 이지스 구축함과 052C형 미사일 구축함,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054형 호위함 등 8척이 동중국해에서 미야코해협(일본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섬 사이 해역)을 거쳐 서태평양에 진입한 뒤 같은 경로를 되짚어 복귀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만에 대한 기습공격능력 과시와 미군 접근 차단을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
중국 해군의 세번째 항공모함 푸지엔호가 진수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근에 중국군이 실시하는 대규모 훈련은 별다른 정치적 이유 없이 진행되고 있다. 훈련이 자주 이뤄지면 대만군은 고강도 훈련에 익숙해지고, 경계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 틈을 노린다면 기습을 감행할 수 있다.

대규모 전력을 단시간에 혼합 편성에 군사행동을 실시하는 과정을 반복, 실질적인 기습공격의 위력을 높이는 작업도 가능하다. 

전투기의 장거리 비행은 미군의 접근을 저지하고, 항모 전단을 지원하는 능력을 강화한다. 

중국이 보유한 항모 랴오닝호와 산둥호는 미국의 핵항모와 정면으로 맞붙기에는 부족하다. 랴오닝호는 러시아의 바리야그 항모를 개조한 것으로 실전 능력에 제약이 있다. 

2019년 12월 실전배치된 산둥호는 지난 4월 대만 포위 훈련에 투입된 뒤 괌 서쪽 약 700㎞ 해역까지 진출하며 원양 작전 능력을 과시하고 미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산둥호도 감시정찰, 전자전 등에서 공중지원이 필요하다. 유사시 공군과의 원활한 작전을 위해서는 평상시부터 연계 작전에 대한 훈련을 해야 한다. 중국 공군이 공중급유기를 투입해 오랜 시간 비행훈련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재 중국이 건조중인 세 번째 항모 푸젠호는 랴오닝호와 산둥호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디젤 추진 방식인 푸젠호는 배수량이 8만t에 달한다. 랴오닝호와 산둥호가 스키점프대로 함재기를 이륙시킨다면, 푸젠호는 전자기 캐터펄트를 채택해 함재기 이륙 중량이 크게 늘어났다. 스텔스 전투기인 J-35가 함재기로 쓰일 수 있는 이유다.

중국은 2030년까지 최소 4개의 항모전단을 꾸리고, 2035년까지 6척의 항공모함을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 본토에서 투입될 J-20 스텔스기 등의 공군 전력이 더해지면 미 해군이 통상적인 방식으로 대만 해협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진다. 대만으로선 고립 위험이 높아지는 셈이다.
대만 해군의 첫 자국산 잠수함인 하이쿤이 공개되고 있다. AP통신
◆국산 잠수함 만든 대만, 미사일·드론도 확보

대만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토대로 비대칭 전력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2023년 국방 보고서’는 장거리·정밀·이동·무인·인공지능(AI) 무기와 드론 등을 이용해 적의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비대칭 핵심 전력을 신속하게 증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개된 것이 잠수함이다. 지난달 28일 대만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대만의 방어형 잠수함(IDS) 명명식을 겸한 진수식이 열렸다.

2016년부터 설계와 건조가 이뤄졌던 IDS 원형함의 이름은 하이쿤(海鯤)으로 정해졌다. 길이 80m, 배수량 2500~3000t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전투시스템과 MK48 어뢰를 갖췄다. 향후 잠대함 미사일 발사 능력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하이쿤은 해상시험 직후 내년 연말까지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시험을 통과하면 1척을 추가 건조해 2027년까지 2척이 실전배치된다. 1980년대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츠바르드비스급 잠수함 2척이 더해지면, 최소한의 수중작전을 펼칠 수 있는 수준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지난 9월 28일 열린 자국산 잠수함 하이쿤 진수식에 참석해 잠수함 모형 앞에 서있다. AP통신
대만이 새로 배치할 잠수함은 중국의 대만 포위망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전략무기로 평가된다. 중국은 대만 해협, 남중국해에 이어 대만 동부 해역에 항모 전단 등을 투입해 대만을 에워싸고 미군의 증원을 저지하려 한다.

대만 동부 지역은 유사시 대만군이 부대를 재편하고 장비를 보충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대만해협을 통해 중국이 기습을 감행할 조짐이 보이면, 지상군 주요 부대를 동부 해안으로 사전에 이동시켜 전력을 보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국 해·공군이 동부 해역에 출몰하면, 대만군은 전력을 보존할 방법이 없다. 미군 증원전력이 전개할 통로도 막힌다. 수면 아래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은 중국 해군을 대만 동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후퇴하게 만든다.

일본 남서부 근처의 미야코 해협이나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 해협을 오가는 중국 군함을 압박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만이 잠수함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과시한 드론도 대만이 주목하는 전력이다. 지난 3월 미국의 스위치블레이드와 유사한 자국산 자폭 드론을 처음 공개했으며, 최근에는 이보다 성능이 높아진 개량형을 개발중이다.
대만 공군 지상요원이 무인정찰기를 옮기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만은 미사일 전력 증강에도 힘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대만은 2026년까지 대함미사일 1000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대만 방위산업계는 연간 200기의 대함미사일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만군은 대함미사일을 대량생산해 전국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운용중인 웅풍-3 대함미사일 사거리는 최대 200㎞지만, 사거리 연장형은 400㎞에 달한다. 그만큼 중국 해군의 대만 해안 접근이 제한된다.

현재 중국은 압도적 물량을 토대로 대만을 압박하고 있고, 대만은 비대칭전력을 이용해 열세를 극복하려 시도하고 있다. 대만 포위 여부에 따라 양측의 역학관계가 달라지는 만큼 이를 둘러싼 대립과 경쟁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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