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6개월] '캐스팅보트' 충청 민심 싸늘…"민생·개혁이 선택영향"
"어느 한쪽 일방적 승리 없을 것…지역발전 공약에 민감하게 반응할것"
(대전·청주=연합뉴스) 정윤덕 전창해 기자 =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매일 싸움만 하는 정치권에 무슨 관심이 있겠어요."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6개월 앞둔 가운데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향배가 주목됐던 충청권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민생 경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연일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에 실망이 커진 탓이다.
엄태석 서원대 글로컬공공서비스대학 교수는 "정치인들이 공천권자 입맛 맞추기, 상대 당 공격에만 몰두하면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대전에서 숙박업을 하는 이모(52)씨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서민들은 정치싸움에 관심도 없다"며 "지난해부터 기름값, 가스비, 대출금리, 생활물가까지 안 오른 게 없어 살기가 진짜 너무 팍팍하다"고 하소연했다.
충남 서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 31마리를 키우는 김모(60)씨는 "생산비는 올랐는데 송아짓값은 100만원가량 떨어져 팔아 봐야 생산비도 안 나온다"고 한탄했고, 홍성에 사는 박모(65)씨도 "물가 잡는다며 농산물 가격부터 내리니 지금 상태로는 농사꾼들이 다 죽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난의 화살은 여야 모두를 향하고 있다.
충북 제천에서 직장에 다니는 최모(44)씨는 "무능한 정부·여당과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야당이 매일 싸움만 이어가니 정치에 대한 바람이 있겠느냐"며 "솔직히 투표할지 말지가 더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과학도시 대전의 22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 2천600여명으로 구성된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문성모 회장은 기초과학 연구개발 예산 삭감 등을 거론하며 "과학기술의 근간이 흔들리는데 과학계 민심이 좋을 수 없다"며 "최근 대전역에서 예산 삭감 사실이 담긴 전단을 나눠주는데 시민 반응도 '이건 아니다'라는 게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반면 충남대 3학년 한모(25)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진정한 민생 행보라기보다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와 원활히 소통해 시민 피부에 와닿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지금 민주당은 그런 부분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충청민들은 정당보다 공약과 인물을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4학년 김모(22)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누가 당을 보고 뽑느냐'는 말이 나온다"며 "특정 정당에 치우쳐 투표하기보다는 세부 공약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3)씨는 "요즘 매출이 지난해의 60% 수준에 머물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며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정당에 관심이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공무원 김모(41.세종시 다정동)씨는 "세종시로 이사 온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내 집이 없다"며 "세종시의 경우 젊은 층을 위한 임대아파트 추가 공급과 아파트값 등 부동산시장 안정 등이 유권자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충청지역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팽팽한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표본오차) 결과 충청민(109명)들은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라는 질문에 30.0%는 민주당을, 25.9%는 국민의힘을 꼽았다.
추석 직전인 지난달 25∼27일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표본오차·충청민 107명 참여)에서는 지지 정당이 민주당 31.8%, 국민의힘 38.4%로 집계됐다.
'현직 의원을 다시 뽑겠느냐'는 질문에는 45.6%가 '뽑겠다'고, 44.4%는 '뽑지 않겠다'고 답했다. 제21대 총선 때 충청에서는 민주당이 20석(현재 18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8석(현재 9석)을 차지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는 "남은 6개월 동안 여야가 어떤 민생·개혁 정책을 내놓을지가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도 "21대 총선이나 지난해 지방선거처럼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할 것 같지는 않다"며 "결국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역발전 공약과 사업, 예산 확보에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cob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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