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6개월] 여야 잠룡 운명에도 영향…'대선 전초전' 시선집중
이재명, 총선에 정치생명…野 승리시 차기위상 제고, 패배시 사법리스크 심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한주홍 기자 = 내년 4월 10일 열리는 제22대 총선은 차기 대권 잠룡들의 향후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차기 대권 주자급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들 중 상당수가 내년 총선에서 직·간접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與 승패 따라 잠룡들 입지 좌우…한동훈 등판 여부 주목
여권 잠룡들 정치적 명운은 국민의힘 총선 성적표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승리하면 여권 내 '차기 권력'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패배하면 차기 대권 주자들의 역할론이 커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약화가 어느 정도 불가피해지면서 원심력도 커져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온 비주류 잠룡들의 역할론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 내각의 '잠룡'으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꼽힌다.
한 장관은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 최측근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선두로 꼽히고 있다. 여당 위기론이 불거질 때마다 한 장관의 '총선 차출론'이 지속해서 언급된 만큼, 총선 등판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원 장관은 여당이 취약한 경기 북부에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취지로 경기도 고양 출마설이 제기된다. 그가 총선 출마로 마음을 굳히고 수도권 승리 견인에 역할 하면 존재감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총선 지휘봉을 잡은 김기현 대표는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의 제1당이 되는 성적을 낸다면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설 계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광역단체장 중에서는 '최초 4선 서울시장'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잠룡으로 거명된다.
이들은 현직 광역단체장이란 한계로 직접 선거운동을 하진 못하지만, 정책을 통해 간접 지원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이들의 측근 그룹이 얼마나 여의도에 입성할지도 주목된다. 차기 대선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지난 3·8 전당대회 때 당 화합·통합을 강조하며 불출마했던 나경원 전 의원도 여권 잠룡의 하나다.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나 전 의원은 여권 내 드문 수도권 중진 여성 정치인이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서 5선을 향해 뛰고 있다. 본인의 당선뿐 아니라 수도권 전체 구도에 얼마만큼 기여하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적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다.
꾸준히 대권 주자로 거론돼 온 안철수 의원은 총선 결과에 따라 여권의 대안세력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野 총선 결과에 이재명 입지도 갈려…승리시 독주 가도 열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총선 승패가 이재명 대표의 대권주자 입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에서 0.73% 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이 대표는 여전히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8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이 대표는 19%로 1위였다. 여권 1위인 한동훈 장관(12%)보다 오차범위 밖인 7%포인트 앞선 수치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 시 야권의 제1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지만, 패배하면 책임론이 뒤따르면서 2선 후퇴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게다가 재판과 추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총선 패배는 사법 리스크 가중을 예고할 수 있다.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이 대표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을 돌렸다. 사법 리스크 부담도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평가다.
다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전방위 검찰 수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재판 역시 진행 중이어서 당 지지율이 흔들릴 경우 언제든 비명(비이재명)계의 대표직 사퇴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이 대표로서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낙연·정세균·김부겸 등 전직 국무총리 3인방도 주목된다.
야권 내 잠룡으로 평가받는 이들 역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지난 6월 귀국 후 각종 강연 등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체제'가 위태로워지면 언제든 '이낙연 역할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당 위기 때 구원투수로 등판할 인사로 항상 거론돼 왔다. 두 사람 모두 안정감 있는 온화한 리더십을 갖춰 혼란스러운 당 상황을 책임지는 데 적임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민주당 내 잠룡으로 여겨진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 정책 역량을 지녔고, 경기지사로서 정치적 입지도 다져가고 있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 1년 넘게 잡음 없이 경기도를 이끌어온 점도 평가받는다.
'비윤' 유승민, 수도권 출마 승부수?…심상정 명운은 정의당 성적표에
여권의 대표적인 비윤(비윤석열)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주류 세력과 차별화해왔다. 이 때문에 여당의 총선 패배 시 중도층, 수도권, 청년 세대에서 상대적 강점을 지닌 유 전 의원에 시선이 쏠릴 수 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모든 가능성을 고민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4선을 지낸 대구에서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가 이번 총선에서 여의도에 복귀한다면 여권 잠룡으로서 입지를 회복할 기회를 잡게 된다.
정의당의 경우 심상정 의원 외 대선 후보군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권 관계자는 "정의당의 경우 현 선거제 하에서 이렇다 할 이변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어야 다음 대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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