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참패 당한 날, 한화 미래가 활짝 폈다…10년 에이스, 홈런왕 병역 혜택 '전성시대 발판'
[OSEN=이상학 기자] 0-17 참패를 당한 날, 중국 항저우에서 날아든 낭보에 한화가 웃었다. 에이스 문동주(20)와 홈런왕 노시환(23)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됨에 따라 한화의 미래도 활짝 폈다. 긴 암흑기를 끝내고 새로운 전성시대를 향한 발판이 마련됐다.
한화는 지난 7일 수원 KT전에서 0-17 대패를 당했다.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가 3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는 등 시즌 최다 실점 경기로 마운드가 난타를 당했다. 페냐에 이어 한승주(⅔이닝 2실점), 박윤철(1⅓이닝 6실점), 류희운(1⅔이닝 3실점) 등 불펜도 무너지며 장단 17안타를 내줬다.
타선도 산발 5안타로 막히는 등 1점도 내지 못하며 투타에서 극도로 무기력했다. 최근 3연패를 당하며 56승76패6무가 된 9위 한화는 8위 삼성(60승78패1무)과의 격차가 1경기로 벌어지면서 10위 키움(57승81패3무)에 다시 2경기 차이로 쫓기게 됐다. 시즌 막판까지 탈꼴찌를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올 시즌 최악의 참패를 당했지만 경기 후 한화가 기다리던 희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저장성 사오싱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한국이 대만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이번 대표팀에 한화는 투수 문동주와 내야수 노시환이 포함돼 있다.
2019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노시환은 한화가 데뷔 첫 해부터 1군에서 인내심을 갖고 진득하게 육성한 우타 거포. 올 시즌 홈런, 타점, 장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전국 1차 지명으로 한화가 뽑은 문동주는 구단 차원에서 철저하게 이닝 관리를 하며 애지중지 키운 토종 에이스로 올 시즌 신인왕 후보 1순위다. 고통스런 암흑기에서도 미래를 바라본 한화의 육성과 관리의 산물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로 이어졌다.
선발투수 문동주는 지난 2일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4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5일 만에 성사된 재대결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대만을 압도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뒤가 없는 결승전, 어느 때보다 압박감이 큰 경기였지만 조금도 주눅들지 않았다. 160km대 강속구를 원하는 곳에 펑펑 꽂으며 경기를 지배하는 ‘빅게임 피처’ 면모를 보였다.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대관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4번타자 노시환은 이날 결승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으로 침묵했지만 이번 대회 6경기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6타점을 기록했다. 볼넷 8개를 얻어 출루율 5할7푼7리. 전매특허인 홈런은 없었지만 2루타와 희생플라이를 2개씩 때렸다. 대회 내내 대표팀 타선이 침체된 상황에서 집중 견제를 받았는데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줬다. 특히 5일 슈퍼라운드 일본에서 선제 희생플라이와 쐐기 적시타로 팀의 2득점을 혼자 만들어내며 결승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야구대표팀 선수 24명 중 19명이 군 미필인데 이번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1년 반의 시간을 벌었다. 문동주와 노시환도 군입대 공백 없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큰 이득이지만 두 선수의 20대 전성기를 잠시도 놓치지 않고 함께할 수 있게 된 한화도 엄청난 수혜를 입었다.
최근 16년간 가을야구 딱 1번으로 긴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한화는 험난한 리빌딩의 끝에 다다랐다. 고통스런 과정 속에서 얻은 문동주와 노시환이 각각 에이스와 4번타자로 성장하며 투타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투수 김서현, 황준서, 포수 허인서, 내야수 문현빈 등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으로 특급 유망주들을 두루 확보해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내년에 5강 컨텐더로 도약을 꿈꾸는 한화는 새 야구장이 들어서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대권 가도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핵심 중의 핵심인 문동주와 노시환이 투타 중심에 서야 한다. 두 선수의 병역 혜택으로 한화의 10년 대계도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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