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자카르타를 밑거름으로"…'5년 전 소녀'는 약속을 지켰다

박대현 기자 2023. 10. 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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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안세영(21, 삼성생명)에게 5년 전 아시안게임은 아픔이었다.

안세영은 지난달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지금의 날 만들었다. 항저우에서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5년 전 상처를 성장통으로 만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을 알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부터 이미 방수현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셔틀콕 여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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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세영은 5년 만에 배드민턴 천재 소녀에서 '셔틀콕 여제'로 성장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안세영(21, 삼성생명)에게 5년 전 아시안게임은 아픔이었다. 배드민턴 천재로 각광받으며 태극마크를 단 지 1년도 안 돼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나선 그는 개인전 첫 경기만에 낙마, 눈물을 훔쳤다.

안세영은 지난달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지금의 날 만들었다. 항저우에서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5년 전 상처를 성장통으로 만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을 알렸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숙적' 천위페이(중국)를 2-1(21-18 17-21 21-8)로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누구도 예상 못한 돌발 변수에 온 국민이 맘을 졸였다. 18-16으로 앞선 1경기 후반. 안세영은 천위페이 푸시를 막기 위해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 무릎을 다쳤다. 코트에 강하게 쓸렸다. 스코어가 18-17로 바뀌는 순간 경기장이 술렁였다. 안세영이 주저앉았다.

얼굴을 찡그렸다. 통증을 호소했다. 2분 남짓 메디컬 타임 동안 의료진과 얘기를 나눴다. 승기를 쥐어가는 흐름이었다. 안세영을 응원하는 이라면 모두가 초조할 상황. 안세영은 천천히 일어났다. 다행히 경기 재개 뜻을 보였다. 1경기를 21-18로 잡아내며 대회 2관왕을 향한 순항을 이어 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2경기 들어 전혀 다른 선수가 공을 쳤다.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무릎 통증 탓인지 반응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샷을 강하게 못 때렸다. 스매시는커녕 점프조차 못 뛰었다. 계속 좌우 구석을 노리는 대각 공격, 드롭 샷, 헤어핀만 시도했다. 말 그대로 '한 발'로만 싸웠다.

2경기를 17-21로 내주고 3경기를 맞았다. 석패, 분패, 무산 등 부정적인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하나 이 경기는 드라마였다. 또 한 번 누구도 예상 못한 전개가 펼쳐졌다. 결말이 극적이었다.

안세영은 연속 5득점으로 3경기 막을 열었다. 맹공을 퍼부었다. 천위페이가 자멸하기 시작했다. 아니, 안세영이 '자멸시켰다' 보는 게 타당했다. 안세영 공격은 2경기 때와 비슷했다. 스매시는 여전히 없었다. 드롭 샷, 헤어핀, 푸시만 시도했다. 속도와 세기 모두 정상 컨디션일 때보다 훨씬 저조했다.

그에게는 수비가 있었다. 위대한 수비였다.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했다. '우주급' 범위의 광활한 방어로 천위페이를 질리게 만들었다. 어떤 공격도 끝까지 다 받아냈다. 적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3경기를 21-8로 잡았다. 한국 아시안게임사(史)에 오래도록 회자될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안세영은 여자 단체전에 이어 금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 2관왕이다. 1994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51)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우승, 대회 배드민턴 2관왕을 달성한 한국 선수로 이름을 새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부터 이미 방수현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셔틀콕 여제였다. 올 시즌 무려 9개 타이틀을 쓸어 담았다. 지난 8월에는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쁨도 맛봤다.

올가을 안세영은 5년 전 자카르타에서 아픔을 성장통으로 삼는 데 성공했다. 전날 여자 단식 금메달을 확정하고 흘린 눈물은 2018년 때 눈물과 확연히 다르다. 안세영은 약속을 지켰다. 항저우를 한국이 낳은 '배드민턴 여왕'의 대관식 무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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