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K-배터리 파워, 원료 공급망 다변화 필요"

김상희 기자 2023. 10. 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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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사진제공=산업연구원
올해 증권가를 가장 뜨겁게 달군 종목은 에코프로 그룹이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등은 연일 주가가 폭등하며 투자자 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관심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투기와 거품 논란도 일었지만, 에코프로 그룹주가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데는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차전지는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차전지와 달리 충전을 통해 반복 사용 가능한 전지를 말한다. 전기차를 비롯해 각종 전자 제품 등에 널리 활용되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제조업체를 비롯해 에코프로와 같은 소재 산업 기업까지 세계 이차전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국내 이차전지 산업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차전지 산업의 현황과 미래,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다.

K-배터리의 힘은 양산 기술력
-K-배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IT 기기용 전지가 배터리 시장을 이끌던 2010년대만 해도 배터리 산업은 일본이 가장 앞섰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하이브리드카 전략을 고수하는 등 전기차 전환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 사이 전기차용 배터리에 꾸준히 투자를 해왔던 한국과 중국이 치고 올라선 상황입니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놓고 한국과 중국 간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이 65%, 한국이 24%, 일본이 8%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시장을 빼고 계산하면 한국이 53%, 중국이 27%로 한국이 크게 앞섭니다. 중국은 자국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고, 대신 우리는 유럽과 미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최대 강점은 양산기술력입니다. 배터리 분야 경쟁력은 제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 이후 대량 생산을 위한 양산기술력을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을 의미하는 '수율' 확보가 중요한데, 오랜 기간 축적한 제조 경험이 없으면 수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납기를 제때 맞추는 게 어렵습니다.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높은 성과를 거두게 된 원천에는 양산기술력이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업체를 비롯해 에코프로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K-배터리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노력 외에 지속적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산업연구원에서는 밸류체인 기반으로 주요국의 배터리 산업 경쟁력 평가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중국에 이어 2등으로 조사됐습니다. R&D(연구개발)·설계 부문이나 양산 능력은 우리가 중국에 비해 경쟁우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종합점수에서 2등으로 내려선 것은 원재료와 소재 등의 조달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크게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K-배터리가 확고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를 다 잘해야겠지만 현시점에서 하나만 꼽는다면 밸류체인 취약 부문인 조달 경쟁력 제고를 꼽고 싶습니다. 우리 배터리 산업의 원재료 및 소재 조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조달선이 특정국에 집중됐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배터리 광물의 경우 우리나라는 중국 의존도가 77% 정도 되는데, 이는 일본(66%), 독일(51%) 등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소재 부문 역시 총수입의 61%가 중국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핵심원자재법 등으로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원료와 소재 공급망 다변화는 단기간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특히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해외 광물 개발이라는 게 리스크가 높고 성공 확률도 낮으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정말 중요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광물 가공과 관련해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해외 자원 개발 시 금융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합니다. 또 자원 보유국과의 정부 간 협력채널 강화, 핵심광물 지도 개발과 같은 지원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글로벌 전기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3사가 2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지속했고, 삼성SDI(006400)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 없이도 7.7%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졌다. 후발주자인 SK온은 출범 이후 가장 적은 적자를 기록하며 본궤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국내 배터리 산업이 자동차용 배터리에 치중됐다는 지적과 함께 이차전지의 또 다른 한 축인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이러한 지적과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에너지 전시회 '더 스마터 E(The Smarter E)'에서 ESS 분야에 900여 개 기업이 전시 부스를 설치했습니다. 2021년 11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20배 이상 성장해 262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ES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ESS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탄소중립이 본격화될수록 ESS 수요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대란을 겪으면서 ESS 설치 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장기 ESS 로드맵을 마련하고, 7개 주정부에서 ESS 보급 목표를 의무화하는 등 확대 보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2025년까지 자국 내 ESS 설치용량을 30GWh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ESS 시장은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입니다. 2010년대 후반까지 설치 규모가 꾸준히 늘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ESS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성장세가 꺾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인만큼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ESS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특히 우리는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사를 3곳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하면 조기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화재 우려를 낮추는 게 중요합니다. 표준화된 ESS 안전성 평가 기준 마련이 필요하고 소듐이온전지와 같은 ESS용 배터리 신기술 개발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IRA, 한국 배터리 기업의 위기이자 기회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됐습니다.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공급망은 어떤 변화와 영향이 있었으며, 그 속에서 한국의 위기와 기회는 무엇이었나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광물은 특정국 편재 비중이 높고, 특히 광물 가공 분야는 중국이 사실상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첨단 분야를 둘러싼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 가속화, 자원민족주의 강화 등의 대외환경 변화로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 리스크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EU에서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해 자신들이 주도하면서 우방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년 8월에 발효된 미국 IRA가 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지켜야 할 요건이 규정돼 있습니다. 핵심은 앞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과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이른바 배터리 요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다만 우리 배터리 기업들의 북미지역 생산 기반 확대 추세가 규모와 속도에서 모두 경쟁국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고, IRA 이후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고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번 IRA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내재화율을 높이는 체질 개선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은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주력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실제 중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주요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이 10%대로 높아지면서 앞으로 전기차도 볼륨 세그먼트(최고가와 보급형 저가 제품의 중간에 위치한 시장) 차량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배터리 역시 이 시장을 타으로 하는 중저가형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 기업들이 이 점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볼륨 세그먼트 차량용 배터리도 우리가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움직임 등을 볼 때, 그동안 배터리 산업의 경쟁 양상이 주행거리 확대와 같은 성능 경쟁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가격 경쟁도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K-배터리가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기존의 삼원계 배터리 경쟁우위는 유지하되 LFP 등 전 제품군으로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글로벌 리딩 K-배터리 위해서는 정부 지원 필수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데, 상용화 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어떤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을까요?

▶지금 전기차로의 전환에 있어 가장 걸림돌 중 하나는 화재 발생 위험입니다. 주행거리라든지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성능도 월등하면서 동시에 안전성까지 겸비한 배터리가 배터리 산업의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가 가장 많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고체 전지 개발 관련해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일본 도요타입니다. 전고체 전지 관련 특허만 1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고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약화된 시장 지배력 만회를 위해 전고체 전지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 배터리 기업들도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을 완공해서 곧 시제품 제작에 들어가거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서 극복해야 할 몇 가지 난제들이 있습니다. 전고체 전지는 수분 안정성이 낮습니다. 수분에 반응하면 유해 가스인 황화수소가 발생하고 이것이 반복되면 수명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상용화하기에는 원재료 가격이 높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예컨대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주원료인 황화리튬 가격이 현시점에서는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점들이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서 향후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시기가 도래하고 이에 따라 재사용 등에 대한 산업도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 분야에 있어 경쟁력이 어떠하며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폐배터리 시장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전기차 보급이 최근에 확산됐기 때문에 폐배터리 발생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입니다. 연평균 33%씩 증가해 2040년까지 50배 이상 증가해 약 260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이 예상됩니다. 또 배터리 광물자원이 편재되어 있어 각국이 핵심 광물을 일종의 전략 자산화할 경우 공급망 리스크도 크게 늘 수밖에 없는데 이런 측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은 전략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 대부분이 폐배터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폐배터리 인프라 및 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화, 생산자 책임제 등과 같은 제도 정비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경우 문제는 폐배터리와 관련해 아직 산업화 측면에서의 법 제도 정비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폐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 중심으로 폐배터리 회수관리 체계가 운영되고 있는데 산업화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민간주도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배터리 이력 관리 시스템이 아직 미비하기 때문에 무단으로 폐기하거나 외국으로 불법 반출의 우려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고도화를 위한 R&D 지원도 확대돼야 하고, 특히 폐배터리 분야 기술이 기술, 환경, 규제 등 다양한 요인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한 만큼 범부처의 대규모 과제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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