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엘, 음악도 무대도 '제4의 벽' 뚫습니다

이재훈 기자 2023. 10. 8.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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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내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3' 출연
"더보이즈 선우·샘킴과 또 작업하고 싶어"
[서울=뉴시스] 루엘. (사진 = 소니 뮤직 제공) 2023.10.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뚜렷한 이목구비, 갈색빛이 감도는 금발, 키 190㎝가 넘는 건장한 체격…. '페인킬러(Painkiller)'로 유명한 호주 싱어송라이터 루엘(21·Ruel Vincent Van Dijk)은 해변가를 배경으로 서핑하는 모델을 찍는다면 그 전형일 거 같은 모습을 지녔다.

하지만 그 배경의 하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름이 다소 많이 껴 회색빛이 감돌 것이다. 10대부터 일찌감치 화려한 삶을 살아온 루엘은 그런데 그 이면에 깔린 슬픔을 안다. 10대 후반을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보내면서 제프 버클리, 엘리엇 스미스, 피비 브리저스 등 슬픔의 기조를 머금은 음악가들의 노래를 탐닉한 그다.

데뷔 6년 만인 지난 3월 발매한 첫 정규 음반 '포스 월(4THWALL)'도 사운드·메시지 측면에서 양면성이 가득하다. 지난 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막한 가을 음악 축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3'(슬라슬라·SLSL) 무대 역시 화끈함이 넘치는 에너지 속에서도 삶을 고민해볼 만한 측면을 툭툭 던져줬다.

고민을 하되 고립되지 않고 '포스 월', 즉 '제4의 벽을 깨고 관객과 소통할 줄 아는 뮤지션이 루엘이었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에 내한한 루엘을 '슬라슬라' 공연 직전 서울 삼성동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음반 작업 등을 하면서 슬픔이 가져오는 감정의 '정화 작용'을 느꼈다고 했다. 다음은 루엘과 나눈 일문일답.

-5개월 만에 내한한 소감은 어떤가요?

"일단 5개월이 된 줄 몰랐어요. 지난주에 왔던 것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네요. 지난번에 내한 왔을 때 먹었던 바비큐 집에서 전날 또 먹으니까 어디 갔다 온 게 아니라 계속 여기 있었던 느낌이에요. 한국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호주엔 하드록 밴드 'AC/DC', 얼터너티브 록 밴드 '실버체어(Silverchair)' 같은 유명 팀이 있지요. 호주만의 음악 감성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호주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나라인데 그런 환경이나 문화가 음악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호주엔 정말 유명한 가수, 밴드들이 있는데 그 명성에 비해서는 아직 (전 세계)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좀 아쉬워요. 짧게 호주 음악을 소개하자면, 인디라는 표현은 조금 부적합한 것 같고 얼터니티브 록이나 팝 밴드 정도로 정의를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많은 장르의 음악들이 나오고 있고, 계속해서 '글로벌 팝 뮤직'으로 나아가고 있죠. 이제 짧은 말로 정의하기 굉장히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게 좋은 음악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전 호주 시드니에서 나고 자랐어요. 아시다시피 그곳에선 야외 활동도 많이 하고 해변가에도 많이 가죠. 항상 탐험하는 소년이었어요. 그런 환경들이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데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줬죠. 음악가로서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이번 음반 작업의 90% 이상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을 했어요. LA는 호주하고 굉장히 달라요. 바이브, 라이프 스타일 측면 모두에서요. LA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죠."

-이번 음반 제목인 '포스 월'은 한국어로 '제4의 벽'이라는 뜻인데, 그건 연극용어로 알고 있어요. ('제4의 벽'은 연극에서 무대·객석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벽을 가리킨다. 해당 벽을 사이에 둔 관객과 배우는 서로 간섭할 수 없는 존재로 통한다.)

[서울=뉴시스] '슬라슬라 2023'에서 공연 중인 루엘. (사진 = 프라이빗 커브 제공) 2023.10.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맞아요. 그 용어에서 영감을 받아서 짓게 된 것이에요. 아시다시피 뮤직비디오를 찍든 하든 무대에 올라가든 '벽이 있다'라고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그 '제4의 벽'을 뚫고 대중에게 더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영화 '파이트 클럽', '트루먼 쇼'에서 영감을 받은 음반이라고도 들었습니다.

"2020년에 발리에서 작업을 했는데 몇 주 초반엔 어떤 곡을 써야 할 지 몰라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 몇 편을 봤어요. 영화의 어떤 장면을 노래로 써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파이트 클럽'과 '트루먼 쇼'에 영감을 받아서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K팝 그룹 '더보이즈' 멤버 선우 씨랑 '페인 킬러'로 협업 무대를 선보이고, 싱어송라이터 샘킴 씨와 '낫 싱킹 바웃 유(Not Thinkin' Bout You)'를 협업하기도 했는데요. 또 협업하고 싶은 K팝 아티스트가 있나요?

"선우 씨랑 하면서 굉장히 재밌었고요. 당연히 여러 한국 아티스트분들하고 협업하고 싶어요. 샘킴 씨도 음악을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두 분이 좀 친밀하게 지내는 분들인데 또 작업하고 싶어요."

-본인이 보는 K팝의 위치는 어떻게 됩니까? K팝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고 있어요. 시드니에서도 K팝이 여기저기서 많이 공연되고 있죠. K팝은 앞으로 더 성공할 일만 남았죠. 개인적인 의견이긴 한데 K팝엔 패밀리십이 있는 것 같아요. '커뮤니티 베이스'로 움직이는 게 가장 매력적이고 특징인 거 같아요. 어떤 멤버나 어떤 스타일에 대해 면밀히 연구하고 분석하는 문화도 있죠. 이런 부분들이 합쳐져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뉴시스] 루엘. (사진 = 소니 뮤직 제공) 2023.10.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스무살인데 업계 베테랑이에요. 10대의 대부분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보냈는데 스타로서의 삶과 일반적인 삶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두 부분을 분리하려고 했지만, 일이 저이고, 제 이름이 브랜드라 외부와 저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식의 분리는 힘들죠. 그래서 개인적인 저와 대중들 앞에 저를 분리시켜서 생각하려고 했어요. 온라인에서 부정적인 멘트뿐 아니라 긍정적인 멘트라고 해도 제겐 위험한 것 같아요. '최고의 가수네' 같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계속 경계를 해요.

-첫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습니다.

"통일성을 가지고 저다운 앨범을 내고 싶었거든요. 초반엔 '저다움'이라는 정체성을 찾는 것이 명확하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EP(세 장)를 계속 발매하는 것이 저를 찾아가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20대가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10대 때와 비교해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게 있다면요.

"열여덟 살에서 스무 살까지의 시기가 딱 코로나 기간이었어요. 락다운 같은 환경의 영향을 당연히 받아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아티스트적으로 또 음악적으로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고민들이 많던 시기였어요. 제프 버클리, 엘리엇 스미스, 피비 브리저스 등의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본인의 음악을 색깔로 표현한다면요.

[서울=뉴시스] 루엘. (사진 = 소니 뮤직 제공) 2023.10.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개별적으로 노래 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특정 색깔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각 노래 색깔은 무대 조명과 같은 색깔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앨범에 한정해 색깔을 말씀 드리자면 '회색 빛이 들어간 스카이블루'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호텔 방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면서) 딱 오늘 같은 하늘 색깔이요. 앨범 커버에도 구름을 많이 넣어 놓기도 했죠."

-제프 버클리, 엘리엇 스미스, 피비 브리저스 등의 아티스트들 음악 기저엔 슬픔이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회색빛 블루스카이 역시 그렇고요. 이것도 편견일 수 있지만 루엘 씨는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가 줄 수 있는 '음악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는 거 같아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 안에 깔려 있는 슬픈 기조의 의외성을 발견했다고 할까요.

"슬픈 감정이 드는 음악을 작곡하는 것과 듣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감정이 풍요로운 음악들을 좋아하는데 강렬한 감정이라는 것이 슬픔인 거 같아요. 그런 감정이 힐링을 주죠."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요.

"지금도 찾고 있는데 하루하루를 영위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라 '명확한 목표'를 특정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그래도 목표라는 것에 걸맞은 이야기를 드리자면, 작곡을 하고 앨범을 내고 투어하는 걸 앞으로 10년 정도는 똑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서른 살, 서른 다섯 살이 됐을 때도 이 모든 것들을 똑같이 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때 가면 또 다른 목표들이 생기겠죠. 그렇게 하나씩 찾아가면 될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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