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꽃축제] "일단 밀어, 밀면 뚫려"···인파 몰리며 아찔 사고 위험도

장형임 기자 2023. 10. 8.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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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로 역주행·넘어짐 사고·펜스 타넘기 등
시민의식 부족 사례 곳곳서 포착
관리 인력은 늘었지만 사전 교육은 아쉬워
의료센터 어디냐 묻자 "그건 저도 모르죠"
'보안' 목걸이 건 가드, "관광학과 학생인데요"
7일 저녁 여의도 한강공원의 통행로에서 사람들이 멈춰선 채 불꽃쇼를 관람하고 있다.장형임기자
[서울경제]

“여기 길 아니에요! 사람 있어요! 밟지 마세요!”

“일단 밀어, 일단 밀면 뚫려”

“(통화 중인 상대방에게) 오지 마, 죽다 살아났어”

7일 저녁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서울세계불꽃축제 2023'이 열린 가운데 시민 100만 명 이상이 몰렸지만 다행히 대형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안전 사고 대비에 부쩍 힘을 쏟고 관리 인력도 대폭 늘린 결과다. 이날 오후 9시 30분 기준 의료센터 측은 “오늘 의료센터를 찾은 시민들은 50여명”이라면서 “발목 접질림, 벌레 물림 등의 사안이었고 밀어서 넘어진 환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 곳곳에서 여전히 질서 유지에 대한 시민 의식 부족 및 ‘벼락치기’식 안전 교육 등 미진한 부분이 발견됐다.

이날 낮 시간대에는 비교적 통행로 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자 인파가 급격히 몰리며 곳곳에서 혼란한 상황이 연출됐다. 여의나루역 출구 바로 앞에 배치되어 있던 진행요원들이 “지하철 도착 시간만 되면 겁난다”고 동료에게 말할 정도였다.

7일 밤 여의도 한강공원 내 한 교차로에서 경광봉의 안내와 상관없이 인파가 사방으로 이동하고 있다.장형임기자

일몰 시간을 넘기자 진행요원들은 더욱 인파 통제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교차로 곳곳에서 시민들이 뒤엉키며 정체되는 모습이었다. 가로수 사이로 불꽃 경관이 잘 보이는 통행로 구역 역시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며 정체 구간이 형성됐다. 가로등이 멀어 깜깜한 관람 구역의 경우 시야 확보가 어려워 보행자들이 길을 넘어 잔디밭까지 침범하며 돗자리에 앉아 있던 시민들이 ‘날벼락’을 맞는 상황도 발생했다. 한 시민은 “아침 일찍부터 와서 잡은 자리다. 사람이 앉아있는 데를 올라오면 어떡하냐”며 크게 화를 내기도 했다.

8일 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불꽃쇼가 끝나기 전부터 지하철역 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포화 상태가 되어있다.장형임 기자

이날 통행로 근처 잔디밭에 돗자리를 폈던 김태아(16)씨는 친구들과 함께 안전요원 역할을 대신했다. 학생들은 “여기 앞에 돌 있어요, 조심하세요”라며 “저기 앞에 길 있어요, 이쪽으로 가시면 못 나가요!”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해당 구역은 시민들로 꽉 차 이동이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들은 “한 30분 전부터 계속 사람이 밀려오는 상황”이라며 턱을 보지 못하고 넘어진 사람들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안전요원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주변이 포화 상태라) 갈 수가 없다. 7시부터 근처 경찰 분한테 말했지만 30분 넘게 아무런 조치도 없길래 대신 주의를 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밀집된 현장에서는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니냐, 무섭다”는 말도 들려왔다.

8일 여의도 한강공원 내 일부 보행로와 관람 구역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시민들이 턱에 걸리거나 실수로 돗자리를 침범하는 상황도 발생했다.장형임기자

자발적으로 질서 유지에 나선 이들과 달리 시민의식이 부족한 사례도 여럿이었다. 인파 사이에 낀 채 멈춰있던 도중 “일단 뚫어, 무조건 뚫어”라고 외치며 한 줄로 비집고 가는 학생들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휘청거리는 경우도 있었다. ‘자전거 금지 구역’ 팻말 옆에서 버젓이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한 쪽으로 이동하라는 말을 무시한 채 역주행하는 사람들도 포착됐다. 불꽃쇼가 시작된 뒤에는 좋은 시야를 확보하겠다며 컨테이너 건물 위로 올라간 한 시민에게 진행요원들이 “내려오라”고 소리치며 곤란해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8일 여의도 한강공원 중앙에 종합안내소·미아보호소·의료부스 등이 설치돼있다.장형임기자

이날 현장에는 몇 천 명 단위의 안전 인력이 대거 투입됐다. 경찰과 한화 임직원인 자원봉사자, 민간 보안 업체 직원들과 일일 아르바이트 진행 요원 등이 각각 수 백 명씩 배치돼 순찰 및 인력 통제에 나섰다. 다만 고용 업체마다 사전에 받은 안전 교육 수준이 상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강변 인근 좁은 보행로에 홀로 배치된 일일 진행요원 A씨(22세·여)는 당일까지 어떤 사전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알바몬 사이트에서 지원한 뒤로 집결 위치랑 배치 구역만 들었다. 사람들이 멈추지 않게 하라는 지시만 받았다"며 위기 상황별 매뉴얼 등은 제공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반면 마찬가지로 알바몬으로 채용된 20대 학생 B씨는 오프라인 CPR 수업과 사전 현장 리허설 등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B씨는 “우리(아르바이트생)는 착석 금지, 서행 안내 정도를 맡고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근처 경찰이나 ‘보안’ 목걸이를 찬 분들께 지원 요청을 하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민간 ‘보안인력' 20여명에게 신분을 물어본 결과 전문 경호원 및 경찰행정학과 학생 외에 행정학과·관광학과 등을 전공한 대학생과 ‘당근 알바'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일반 직장인 등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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