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망 투자, 이래서 안 했구나”…텅 빈 ‘가짜 6G’ 안 되려면?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10. 8. 00: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 전문가 40명 조사
통신망 투자 촉진 방안 등 분석
통신3사, 경쟁 구도·환경 변화에
망 고도화 투자 소홀·유인 없어
“6G 도입 시 공공 개입 불가피”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진짜 5G’ 주파수(28㎓·기가헤르츠)를 할당했다 취소한 이유는 망 투자가 부족해서였다.

통신3사는 2021년 안으로 28㎓ 장비 1만5000대를 구축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5G 28㎓ 대역 주파수는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갖는다.

통신3사는 설상가상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5G가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강조했지만 실상은 이보다 한참 못미쳐서다.

통신3사가 망 투자에 소홀하게 된 배경으로는 통신업계 수익 창출 공식의 변화가 꼽힌다. 통신3사는 그동안 망 투자로 경쟁우위를 확보해 왔다. 이를 통해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매출을 올려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이 공식이 디지털 전환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네트워크를 가진 통신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에서 네트워크가 없는 플랫폼 사업자와의 경쟁으로 전선이 확대된 영향이다. 경쟁의 축이 다변화되면서 인프라 고도화만으로는 수익을 끌어올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 연구진(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정인준 대구대 경영학부 교수·양원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은 최근 논문을 통해 “디지털 융합 시대 플랫폼 경쟁체제에서는 네트워크가 없는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우위를 점하고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돼 기존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 유인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압박하면서 망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통로를 조기에 차단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설비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중간요금제 등을 이야기하면서 비용 회수 장벽을 너무 빨리 세웠다”며 “LTE 때와 비교해도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 시기가 매우 빠르게 도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LTE 때는 경쟁적으로 망 구축에 나서면서 전국망이 단기간에 완성됐다.

통신사업자는 ▲수익성 확대 ▲경쟁우위 확보 ▲기술력 확보 등의 요인에 따라 망 고도화를 촉진할 동기를 갖게 된다. 반대로 망 투자가 수익 증가나 경쟁우위 확보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없다면 통신사업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전문가들에게 망 고도화를 위한 대안을 물었다. 규제기관의 통신정책 결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다음 다기준의사결정(AHP·ANP) 분석을 통해 어떤 대안을 우선순위로 보는지 결과를 도출해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지역·특화 신규 사업자 진입·지원을 1순위 정책 대안으로 꼽았다. 신규 사업자가 원하는 지역이나 필요로 하는 특화 서비스(공장·대학교 등) 지역을 대상으로 망 구축을 허용·지원하자는 것이다. 전국 규모의 기존 통신사업자와의 로밍(공동이용)을 통해 전국 통신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책 결정 등에 활용되는 분석 방식인 ANP 결과값을 기준으로 보면 2순위 대안으로는 전국 규모의 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진입을 추진·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신규 사업자의 주파수 할당 대가·전파사용료·상호 접속료 부담을 낮춰주고 망 구축 의무 기간을 완화하는 동시에 로밍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대책을 담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망 구축에 나서는 방안이 가장 후순위로 조사됐다.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공공의 개입보다 새로운 경쟁의 축을 도입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28㎓ 대역 신규 사업자 주파수 할당을 추진하면서 전국 사업자가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 권역별 사업자를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구진은 “신규 사업자 진입 정책이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정부는 이동통신시장에 새로운 경쟁압력이 발생하도록 특화된 신규 사업자 진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에서 공공의 개입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게 나타났지만 국민의 보편적 네트워크 접근권 보장·확대를 위해서는 비경제적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의 역할 확대를 검토할 필요는 있다”며 “시장경쟁에 의해 공급하지 못하는 특정 지역·분야에는 공공의 직접 재원 투입 범위를 다변화하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외곽지역의 5G 투자비를 보편적 역무 기금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기금은 사업자들로부터 징수하기 때문에 공공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아니다. 다만, 5G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망 구축과 고도화는 6G를 상용화하는 시기에 더 큰 과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6G 이동통신 기술이 5G보다 더 높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셀 사이즈가 더 작아져 전국망 구축이 어려울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높은 지역 중심으로 망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에 대한 공공의 개입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