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범벅에 초점 잃은 눈동자... ‘스파이더맨’ 10세子 못 구한 우크라父

이혜진 기자 2023. 10. 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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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렉 비치코(사진 왼쪽)가 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 후 구조대원들이 10세 아들 티모피의 시신을 잔해에서 수습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통신

먼지와 핏자국으로 엉망이 되어 눈에 초점을 잃은 채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는 한 남성이 우두커니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구조대원이 스파이더맨 잠옷을 입은 열살짜리 아들의 시신을 시신 운반용 가방에 옮기는 모습이었다.

6일(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도시 하르키우 시내에 러시아 이스칸데르 탄도 미사일 두 발이 떨어졌다. 한 발은 시내 중심가에, 또 다른 한 발은 3층짜리 주거용 아파트에 떨어졌다.

미사일이 떨어진 직후 아파트의 3분의 1가량 무너져 내리면서 큰 구멍이 뚫렸고, 이 미사일 공습은 올렉 비치코 가족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부부와 막내 아들은 살았지만, 할머니와 큰 아들은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

얼굴이 긁히고 피와 먼지로 뒤덮인 올렉은 작은 아들과 아내를 잔해에서 구출했지만 큰 아들 티모피(10)는 구하지 못했다. 티모피는 구조대원들이 찾아냈지만, 스파이더맨 잠옷을 입은 아이의 몸은 차갑게 식어버린 후였다. 슬픔에 가득 찬 얼굴을 한 올렉은 이날 구조대원들이 티모피의 작은 몸을 커다란 검은색 시신용 가방에 넣는 것을 지켜보며 꼼짝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참혹한 비극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은 언론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올렉 비치코와 그의 아들 티모피의 생전 모습. /페이스북

올렉은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은 아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고 그의 미소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10살짜리 아들이 성인으로 자라 행복한 인생을 꾸려가는 모습도 꿈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됐다. 텔레그래프는 “티모피의 아버지가 너무 상심해 있어 그의 심경을 들어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0세 소년의 시신이 잔해 한가운데 누워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시신은 파란색 담요에 싸여 파편 조각에 둘러싸여 있었으며, 근처에는 구조대원 몇 명이 서 있었다. 올레흐 시네흐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번 공격으로 10세 소년과 소년의 68세 할머니가 숨졌고 소년의 11개월 된 남동생도 부상자 30명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번 하르키우시 공격은 전날 하르키우주 흐로자 마을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51명이 사망한 지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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