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아사히도 안 샀어요"…'축구 金' 함성 폭발한 홍대[르포]
"전 오늘 일부러 일본 아사히 맥주도 안샀거든요! 금메달이라니 너무 행복합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일본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자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 일대에는 기쁨의 함성이 울러펴졌다. 시민들은 길을 걷다가도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고 집에서 가져온 태극기를 활짝 펼쳐 힘차게 흔들었다. 승리의 기쁨에 심취해 의자 위에 올라가 춤을 추다가 의자 다리가 망가지기도 했다.
40대 황인극씨는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며 "첫 골 먹혔을 때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잘할거라 믿었는데 이렇게 승리하니 정말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홍현승씨(26) 역시 "금메달은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며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했다. 너무 재밌는 시간이었고 다같이 응원하니 몰입도 되고 하나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7일 오후 9시쯤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일본을 상대로 결승전을 벌였다. 홍대 일대는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빨간 티셔츠에 붉은 악마 머리띠, 빨간 풍선 막대를 든 사람들이 속속히 등장했다. 주최 측인 마포구청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4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 앞에 마련된 약 660개 의자에 앉아 응원전을 벌였다.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홍대 일대는 사람들로 꽉 차 이동이 어려웠다. 일부 시민들은 인근 카페 난간 위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시민들 중에는 2002년 월드컵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태극 문양 페이스 페인팅에 축구 유니폼을 입고 부모님과 함께 이곳을 찾은 초등학생도 있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모씨(20)는 "이강인, 정우영 선수를 응원 하려고 직접 찾아왔다"며 "이태원 참사 뒤에 안전사고가 걱정돼서 올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잘 온 것 같다. 응원을 하니까 하나가 되는 기분이고 피가 더 끓어오른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시작 후 전반전 2분만에 일본 우치노 코타로 선수가 첫 골을 넣자 현장 분위기는 급격히 어두워졌다. 시민들은 "아 뭐야" "안돼 안돼" 등을 외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늘 높이 들고 있던 풍선 막대도 아래로 내려놓고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실점 이후 일본팀이 공을 잡을 때마다 "어!" "오!"하며 가슴을 졸였다.
전반전 26분 우리나라 정우영 선수가 동점골을 넣자 분위기는 역전됐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펄쩍 펄쩍 뛰었다. 응원단장의 북소리 선창과 함께 "대~한민국" 함성 소리가 이어졌다.
후반전 11분 조영욱 선수가 역전골을 만들자 시민들은 고함을 지르며 기뻐했다. 여기저기서 "오 필승 코리아" 노래가 울려 퍼지고 시민들은 서로 얼싸 안으며 "그렇지! 군 면제는 스스로 따내야지"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함성에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경기를 보기도 했다.
시민들은 2대 1이 된 뒤에도 긴장감을 놓치 않았다. 선수들이 수비에 나설 때는 "붙어야지" "압박해야지" "가야지, 가야지"라고 외쳤다. 박진섭 선수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이거지, 이거지" "이게 한국이지"라고 말했다. 후반전 마무리 2분을 남겨두고서는 "빨리 차" "가자, 가자" "할 수 있어" "버텨라, 버텨" 등의 응원을 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경찰 280여명, 자율방범대와 마포구청 안전요원 380여명이 배치됐다. 경기가 끝난 뒤에 시민들은 경찰과 마포구의 통제에 맞춰 퇴장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사람 몰리는 곳을 위주로 AI(인공지능) 인파 관리 시스템을 운영했다"며 "사람이 갑자기 몰리면 경고 방송이 나오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CCTV(폐쇄회로TV)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등 안전 사고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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