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의 전설' 황선홍, 이제는 '금메달 감독'

조수영 2023. 10. 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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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전. 황선홍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전설의 공격수' 황선홍(55) 감독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지도자로서 한번 더 날아올랐다.

황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은 7일 열린 대회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은 2-1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전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황 감독의 뛰어난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황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A매치 103경기에 50골을 남긴 왕년의 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다. A매치 50골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58골)에 이어 한국 남자 선수 최다 득점 2위에 해당한다.

1988년 1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일본과의 조별리그 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하자마자 데뷔골을 넣어 2-0 승리에 앞장선 것을 시작으로 황 감독은 부동의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해왔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유명하다. 황 감독은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선제 결승 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2-0)에 앞장섰다. 

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전 시작에 앞서 황선홍 감독과 주장 백승호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던 1998년엔 시즌 24골을 넣어 J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한 그는 2002년 11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로 태극마크와 작별했고, 이듬해 2월 선수 생활을 아예 마친 뒤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선수로 마지막 팀인 전남 드래곤즈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황 감독은 2007년 12월 부산 아이파크를 맡아 감독으로 데뷔했다. 2010년 11월부터 2015년까지 지휘봉을 잡은 포항 스틸러스에서 지도자로도 성공을 거뒀다. 2012년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감독 생활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엔 외국인 선수 없이 정교한 패스 축구로 '스틸타카', '황선대원군' 등의 수식어를 낳으며 K리그1과 FA컵을 모두 제패해 감독 생활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하지만 FC서울 지휘봉을 잡고 프로 감독으로 돌아온 뒤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2016시즌 서울에서 두 번째 K리그1 우승을 이뤘으나 2017시즌 팀이 중위권에 자리하고 2018시즌엔 초반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결국 사퇴했다. 2018년 말 부임한 중국 옌볜 푸더에선 팀이 해체되는 탓에 제대로 일해보지도 못했다. 

이후 공백기를 겪다 2020년에는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의 초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승격이 시급했던 팀이 시즌 중반 이후에도 중위권에 머물자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사실상 경질됐다.

사진=연합뉴스


2021년 9월부터 맡게 된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직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프로 무대에서 이미 성공을 거뒀던 감독이 U-23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황 감독은 선수 은퇴 때 밝혔던 'A대표팀 사령탑'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통해 검증받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리더십을 스스로 시험대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금메달 획득까지는 가시밭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안게임 1년 연기됐고, 지난해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과의 8강전에서 0-3 완패를 당하며 탈락해 비판받았다.

연기된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올해 6월 중국과의 두 차례 원정 평가전도 위기였다.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두 번째 경기에선 0-1로 지기까지 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계받았던 이상민(성남)의 최종 엔트리 포함 논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부상과 합류 시점 등 악재와 변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 직전엔 파리 올림픽 예선도 막을 올리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연령대의 2개 팀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고생도 있었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는 금메달 획득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적잖은 부담이 됐다. 그래도 황 감독은 '전승 우승'으로 리더십을 증명하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이번 대회 기간 내내 황 감독은 다양한 선수를 기용하며 경기 흐름의 완급을 조절했다. 껄끄러운 개최국 중국과의 8강전엔 이강인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을 선발에서 제외하며 실리적인 면모도 보였다. 

선수들의 멘탈 관리도 빛을 발했다. 출국 때의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로, 배수진을 치고 결사적으로 싸운다는 의미)나 대회 기간 "최고의 적은 우리 안에 있다"(중국과의 8강전 승리 이후 방심을 경계하며 한 말)며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황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결과로 파리 올림픽까지 계약을 지속할지 대한축구협회의 평가를 받을 예정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면서 파리까지 여정도 이어가게 됐다.

이날 일본과의 경기에서 우승한 뒤 황 감독은 "국민들께 기쁨을 드려 기쁘다"며 "오늘 하루는 즐기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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