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눈시울 붉힌 야구 강백호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확하고 눈물
[사오싱=뉴시스]김주희 기자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에요."
'행복'을 말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강백호(KT 위즈)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오롯이 느껴졌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 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 결승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조별리그에서 대만(0-4)에 패하며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일본(2-0), 중국(8-1)을 연거푸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닷새 만에 다시 만난 대만을 침묵시키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만난 강백호는 아직 그 감흥이 가시지 않은 듯 "꿈만 같다"고 했다. 이어 "제가 대표팀에 와서 항상 좋은 결과를 못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꿈만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보탰다.
강백호는 태극마크를 달고 크게 웃어본 적이 없다.
첫 국가대표 승선의 꿈을 이룬 2019 프리미어12에선 일본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고, 2020 도쿄올림픽에선 4위에 머물렀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여기에 '국가대표' 강백호는 자주 논란에 휩싸였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더그아웃에서 껌을 씹던 모습으로 질타를 받았고, WBC에선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리를 하다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아웃 당하며 비난의 중심에 섰다.
세 차례 국제대회에서 16경기 타율 0.362(47타수 17안타), 9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도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했다.
매번 국제대회가 끝날 때마다 '반성'을 이야기해야 했던 강백호에게 이번 대회는 더욱 중요했다.
강백호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다 거짓말인 것 같다"며 "이번 시즌이 정말 힘들었다. 대표팀에 왔을 때도 힘들었고, 그 과정도 제 딴에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강백호는 "주변 분들이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번 대회 초반 강백호는 좀처럼 방망이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1타수 1안타에 그치며, 4번 타자에서 6번 타자로 자리를 옮겼다. 슈퍼라운드 중국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첫 홈런을 치는 등 다시 힘을 끌어 올려 한국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늘 바라보기만 하던 금메달을 드디어 차지했다. 더그아웃에서 연신 큰 소리로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은 덕에 경기 후 강백호의 목소리는 다 쉬어있을 정도였다.
강백호는 "너무 행복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라며 "(대표팀으로) 첫 우승이기도 하고, 젊은 선수들이 모여 준비하면서 우리끼리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처음 (대만에) 패했을 때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았는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힘을 모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을 위해 고생한 (김)혜성이 형, (박)세웅이 형 등 형들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 선배들의 좋은 모습이 있어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극적이었다.
2점 차 리드를 안고 9회 등판한 마무리 고우석(LG 트윈스)은 안타 2개를 맞고 1사 1, 2루에 몰렸다. 위기 속에서 우녠팅에 2루수 병살타를 유도해 경기를 끝냈다.
강백호는 "병살도 좋았고, 우리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던졌기 때문에 믿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선발로 나온) 대한민국의 자랑 문동주가 너무 잘 던져줬다. 오늘 투수들이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고 투수들을 연신 치켜세웠다.
아픈 시간들을 지나 강백호는 다시 일어서고 있다.
그는 "경기 전에 '욕은 내가 먹을 테니, 젊은 선수들이 더 패기 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며 "정말 감사하다. 모든 분들이 감사하다.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얼굴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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