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눈물 흘린 고우석 "김경문, 이강철 전임 감독님들께 죄송해서…"
"류중일 감독님,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것…난 숟가락만 얹었다"
(사오싱[중국]=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국제대회마다 지독한 불운으로 수많은 눈물을 흘렸던 고우석(LG 트윈스)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눈물을 쏟았다.
다만 이전까지 눈물이 아쉬움의 눈물이었다면, 항저우에서 흘린 눈물은 환희와 기쁨, 감사함이 녹아든 눈물이었다.
고우석은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시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 결승에서 2-0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고우석은 1사 이후 상대 팀 양천위를 내야 뜬 공으로 잡았으나 린리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루 위기에 놓였다.
이후 후속 타자인 린안궈에게 우전 안타를 얻어맞아 1사 1, 2루가 됐다.
고우석은 린안궈에게 스트라이크존에 살짝 걸치는 낮은 강속구를 연거푸 던졌는데, 주심이 볼로 판정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고우석은 우녠딩을 땅볼로 유도, 병살타로 처리하며 환호했다.
그는 동료들과 껴안으며 기쁨을 표현했고, 금메달을 받은 뒤엔 눈물을 쏟았다.
경기 후 만난 고우석은 "복잡한 생각이 많이 나서 눈물이 났다"라며 "류중일 대표팀 감독님은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날 믿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임 국가대표 감독이셨던 김경문 전 감독님과 이강철 감독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고우석은 국제대회마다 악재에 시달렸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일본과 경기에선 2-2로 맞선 8회에 병살로 처리해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베이스 커버 실수를 해서 패배를 자초했다.
흔들린 고우석은 고의사구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놓인 뒤 적시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올해 초에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연습 경기를 하다 오른쪽 어깨를 다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징크스가 이어지는 듯했다.
그는 지난 2일 조별리그 대만전 0-2로 뒤진 8회말에 등판해 2루타와 몸에 맞는 공을 내준 뒤 2사 2, 3루에서 린쯔하오에게 싹쓸이 2타점 중전 안타를 얻어맞으며 0-4 패배를 자초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결승전 마지막 이닝에 다시 한번 고우석을 내보내며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과 과거의 기억이 고우석의 눈가를 적셨다.
고우석은 "(도쿄 올림픽과 WBC에서) 선배들이 힘써줬던 것이 생각난다"라며 "오늘 경기가 보답이 되진 않겠지만,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선 다른 선수들이 매우 잘해줬고, 난 그저 숟가락만 얹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린안궈를 상대로 던진 공이 연거푸 볼로 판정된 상황에 관해선 "(포수 김)형준(NC 다이노스)이가 매우 아쉬워해서 나도 아쉽더라"라며 "지나고 보니 그 판정으로 인해 병살타가 만들어졌다"라며 웃었다.
이어 "예전(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지 않았나"라며 "그때 공을 던진 정대현 코치님이 이번 대회 대표팀 코치로 함께 오셨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때 형준이가 볼 사인을 매우 잘해줬다"라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잘 짚어줘서 더 냉정하게 던진 것 같다"고 했다.
'메달을 목에 건 기분은 어떤가'라는 질문엔 옷 속에 있는 메달을 쥔 뒤 "매우 무거운 것 같다"라며 "정말 무거운데,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을 건 고우석은 "이제 KBO리그에서 잘 던지는 일만 남았다"라며 "경기 직후 팀 동료들이 다 메시지를 보냈더라.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더라. 고맙고, 계속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우석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선수촌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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