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중국 안방서 천위페이 꺾고 금…새 시대 열었다

이준희 2023. 10. 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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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중의 애타는 응원도 강력한 스매싱 앞에선 미약했다.

세계 1위 안세영은 7일 중국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숙적 세계 3위 천위페이(25·중국)를 2-1(21:18/17:21/21:9)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이 앞서가는 듯하면, 천위페이가 매섭게 쫓아왔다.

반대로 천위페이가 앞설듯하면, 안세영이 가차 없이 스매싱을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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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안세영이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중국 관중의 애타는 응원도 강력한 스매싱 앞에선 미약했다. 셔틀콕이 오갈수록 새 시대로 향하는 문이 조금씩 열렸다. 그리고 끝내 그 문을 자기 손으로 열어젖혔다. 매치포인트를 만들자 그는 번쩍 손을 들었고, 마지막 금빛 점수를 낸 뒤 곧장 경기장에 쓰러졌다. 항저우에 마련된 배드민턴 왕좌의 주인공은 안세영(21·삼성생명)이었다.

안세영이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중국)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세계 1위 안세영은 7일 중국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숙적 세계 3위 천위페이(25·중국)를 2-1(21:18/17:21/21:9)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2관왕이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의 한국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치열한 승부였다. 두 선수는 한 치 양보도 없이 상대를 몰아쳤다. 안세영이 앞서가는 듯하면, 천위페이가 매섭게 쫓아왔다. 반대로 천위페이가 앞설듯하면, 안세영이 가차 없이 스매싱을 몰아쳤다. 그야말로 ‘용호상박’이었다.

안세영이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중국)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안세영이었다. 안세영은 이날 1세트 도중 통증을 호소한 뒤 오른쪽 무릎에 붕대를 감고 경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끝내 승기를 놓지 않았다. 중국 관중의 야유도 소용없었다. 2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3세트에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주며 결국 승리했다.

안세영은 이로써 자신이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본인은 아직 올림픽이 남았다고 하지만, 지난 8월 한국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단식 금메달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가져왔다. 여기에 안세영은 이번 대회 전까지 13개 국제대회에서 9회 우승, 3회 준우승을 달리고 있었다. ‘안세영 시대’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실 안세영은 국제종합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첫 대회에 탈락했다.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 때도 8강이 한계였다. 그때마다 안세영에게 아픔을 안긴 주인공이 천위페이였다. 도쿄 대회 뒤 안세영은 “쉬는 날 없이 계속 훈련했는데 기대만큼 성과가 안 나온 것 같아서 아쉽다”라며 “그렇게 준비해서도 안 됐으니까,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이를 갈았다.

안세영이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천위페이(중국)와 경기 도중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그리고 천위페이의 안방인 중국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안세영은 여자 단체에 이어 여자 단식에서도 천위페이에 완벽히 설욕했다. 중국이 꿈꿨던 금메달 잔치를 당당하게 자신의 대관식으로 바꿨다. “천위페이 짜요!”(천위페이 힘내라)를 외치던 경기장은 어느새 “안세영”을 외치는 한국 응원단 목소리로 가득 찼고, 안세영은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안세영의 무서운 독주는 당분간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승리가 단순히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2022년까지 천위페이에 겨우 1승(8패)밖에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세계선수권 4강(2-0 승)을 비롯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단체전 단식(2-0 승)에서 이기는 등 6승(2패)을 기록하며 앞서고 있다. 한때 천적으로 꼽혔던 세계 2위 야마구치 아카네와도 비슷한 흐름이다. 안세영이 올 시즌 세계 1위에 오른 이유다.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풍암초등학교 1학년 시절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인 아버지(안정현씨)를 따라다니다 배드민턴을 시작한 안세영. 아시안게임을 정복한 그는 이제 2024 파리올림픽으로 눈을 돌린다. 안세영이 이루고 싶다고 했던 ‘그랜드슬램’을 향한 가장 중요한 고비이고, 안세영은 준비가 됐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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