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비가 만든 銀' 서채현 "결승 자신 있었는데…대신 올림픽에서"
(사오싱[중국]=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하늘이 야속한 하루였다.
한 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선수를 보호하고자 결승을 취소한다"는 소식을 들은 서채현(19·노스페이스·서울시청)은 허탈해했다.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커차오 양산 스포츠클라이밍 센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공동취재구역으로 온 서채현은 "예선을 2위, 준결승을 공동 1위로 마쳤다. 결승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며 "결승이 열리지 않았으니, 실제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는 알 수 없지만, 우승에 도전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늦게 열릴 예정이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볼더링·리드) 결승은 비 때문에 취소됐다.
대회 규정에 따라 준결승을 2위로 통과한 서채현의 최종 순위도 2위가 됐다.
사실 준결승 총점은 서채현과 모리가 199.73점(볼더링 99.73점·리드 100점)으로 같았다.
하지만, 준결승 순위는 1위 모리, 2위 서채현으로 갈렸다.
준결승 점수까지 같을 경우, 예선 점수로 순위를 가리는 이번 대회 규정에 따랐다.
예선에서는 모리가 총 196.0점(볼더링 99.9점, 리드 96.1점)으로 1위, 서채현이 총 176점(볼더링 79.9점, 리드 96.1점)으로 2위를 했다.
결국, 예선 순위로 금, 은메달리스트가 결정됐다.
콤바인은 4.5m의 암벽에 설치한 다양한 인공 구조물을 로프 없이 4분 이내에 통과하는 볼더링과 15m 높이의 인공 암벽을 6분 이내에 가장 높이 오르는 리드로 구성된 경기다.
모리는 올 시즌 콤바인 세계 랭킹 2위다. 서채현은 이 부문 8위다.
모리의 기량은 인정하지만, 서채현은 진검승부를 펼치면 승자를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채현은 "결승에서는 예선, 준결승보다 루트가 더 다양해진다. 리드에서는 내가 자신 있으니, 볼더링에서 모리와 격차만 좁히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내가 준비한 걸 보여줄 기회를 놓쳤다"고 거듭 아쉬워했다.
서채현의 아버지이자 국가대표팀 수장인 서종국 감독도 "서채현과 모리가 예선과 결승 리드에서 모두 100점을 받았다. 코스가 어려워지면 채현이가 앞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볼더링도 결승에서는 홀드 간의 사이를 벌릴 텐데 이에 대비한 훈련을 많이 해서 모리와의 간격을 4점 정도로 좁히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떠올렸다.
모리가 조금 더 강한 볼더링에서 격차만 좁히면, 리드에서 역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전략은 비와 함께 사라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놓쳤지만, 서채현은 "모리와도 해볼 만하다 하다"는 자신감은 얻었다.
또한, 파리 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을 향해서도 속력을 높이기로 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서채현은 8위를 했다.
도쿄 올림픽 콤바인은 스피드, 볼더링, 리드를 포함한 경기였다. 스피드는 서채현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종목이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처럼 콤바인이 볼더링과 리드로만 구성된다.
서채현은 "일단 11월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 아시안 예선에서 본선 진출권을 따겠다"며 "아직 약점이 있는 볼더링 실력을 키워, 파리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리는 지난 8월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3위에 올라, 이미 파리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당시 서채현은 준결승에서 86.4점으로 10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서종국 감독은 "채현이가 세계선수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뒤, 심적으로 힘들어했다. 다행히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선배들과 훈련하며 잘 회복했다"며 "이번에 모리와 예선, 준결승에서 대등한 경기를 하며 채현이가 자신감을 얻었다. 파리 올림픽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스승이자 아버지인 서종국 감독의 존재도 서채현 반등의 요인이었다.
서채현은 "선수로, 딸로 나를 가장 오래 본 분이니까, 내가 잠시 흔들릴 때 잘 잡아주신다"며 "집에서는 가끔 내가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그것도 잘 받아주셔서 이렇게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로 만들어주셨다. 늘 감사하다"고 했다.
서채현은 목소리를 낮춰 얘기했지만, 분명히 서종국 감독의 귀에도 딸이자 제자의 말이 들렸다. 하지만, 서 감독은 못 들은 척 먼 산을 바라봤다. 그래도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막을 수 없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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