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같이 찾아와”…한효주, 눈물까지 보이며 고백한 ‘배우’의 길[M+BIFF현장]
‘무빙’ 이미현에서 ‘독전2’ 큰칼까지, 도전의 길 걷는 배우
배우 한효주가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로 운명 같았던 ‘배우’라는 길 속 성장을 보여줬다.
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액터스 하우스’가 진행됐다. 이날 ‘액터스 하우스’의 주인공 한효주로, 관객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한효주는 “부산국제영화제를 20대 때부터 오면서 잠시 잊고 있었다. 부산의 열기와 끝나지 않는 밤을. ‘아, 이런 거였지’ 하고 떠올릴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영화보는 걸 사랑하는 영화광이었는데, 부산국제영화제가 주는 큰 기쁨이 있었다. 내 작품으로 찾아올 수 있는”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의전당 처음 만들어졌을 때 개막작이 ‘오직 그대만’이었다. 얼마나 영광이었는지. 그 큰 스크린으로 내 영화를 개막작으로 봐주시는데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도 나고 또 개막식 사회를 본 적도 있다. 설경구 선배님이랑. 그런 추억들도 떠오르고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한 소녀가 이렇게 차근차근 매해 추억들이 겹치고 쌓이면서 이렇게 여러분들하고 필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졌다니까 무한한 영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와 관련해 한효주는 “(‘무빙’을 제안 받았을 때) 33살, 34살 밖에 안 됐었다. 그런데 고3 엄마라고 하니까 내가 이 역할을 하기에는 어린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자신이 없었다. 편하게 할 수 있는 작품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서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배우인 것 같기는 하다”라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과 입어보지 않은 옷을 입는 것에 더 매력을 느끼고, 더 어렵지만 해냈을 때 큰 희열을 느끼는 것 같고. 평가를 받는 건 매 작품 나올 때마다 두렵다. ‘무빙’이 공개되기 전에 너무 떨려서 잘 못 잤다”라고 답했다.
‘무빙’은 많은 사랑을 받던 가운데 마지막 세 편을 극장에서 관객들과 보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효주는 “정말 ‘무빙’이 공개되기 전에는 너무 떨려서 오랜만에 평가를 받는 시기가 다가오니까 몸도 아프고 잠도 못자고 그렇더라. 생각보다 몸이 예민하더라. 그래서 진짜 힘들었는데 다행히 공개가 되고 보시는 분들이 너무 재밌다고 잘 봤다고 어딜가나 다 인사해주고 하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랜만에 그런 좋은 평을 받고 사랑 받는게. 너무 감사해서 욕만 안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마지막 3회를 극장에서 보게 됐을 때 우리 엄마가 옆에 앉아서 보셨다. 내가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으니까 이미현이라는 캐릭터를 할 때, 내가 내 엄마를 연기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헌신적인 엄마다. 그 시대 부모가 그렇듯,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살고. 본인의 직업도 있었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여자로서 자기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헌신하고 희생하는 엄마였기 때문에, 이미현이라는 캐릭터에 따와서 우리 엄마를 연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 엄마를 떠올리며 봤다. 엄마랑 같이 극장에서 보고, 엄격하고 분명한 분이라 좋은 말을 안하시는데, 다 끝나고 ‘잘했다’ 한마디 하시더라. 뭉클하더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 옷을 입기 위해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많은 연구를 하고 운동도 많이 하고 살도 많이 빼고 근육도 만들고 물도 안 먹고 독하게 준비를 했었다. 정말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 캐릭터를 맡아서 이 영화에 ‘독전1’이 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내가 나와서 누가 되고 싶지 않아서 독하게 준비했고, 최선을 다해서 현장을 다녔다.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남거나 하는 건 없지만 어떻게 보여질지 두렵다”라고 고백했다.
한효주는 “큰칼은 내가 가진 부분이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캐릭터를 하는 건 배우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새로운 시도였다. 아무것도 없으니 캐릭터를 만들 때 더 재밌는 부분도 있었다. 진짜 하얀 종이에 처음 밑그림부터 한 느낌. 이게 어느 정도 선이 있는 거에서 색을 칠하는 느낌이 아니라 하얀 종이에 밑그림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라서 ‘이거대로 재밌는 느낌이 있네’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적으로는 분명한 지문이 있다. ‘말랐지만 잔근육이 있고 흉터가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되겠다”라며 “내적으로는 내가 만드는 거더라. 어떻게 만드는 거냐에 따라서 완전 다른 인물이 되는 상황에서 감독님한테 어떤 인물이면 좋겠는지 많이 여쭤봤다. 큰칼이라는 캐릭터가 좀 마음이 아리다”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처음 맡는 악역이라고 이미지적으로는 간단하게 말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악역보다는 불쌍하게 연민이 가는 캐릭터라고 생각을 하는데, 영제로는 ‘빌리버2’인데, 믿음이지 않나. 그게 이선생이라 생각했다”라며 “성격장애와 관련한 책도 많이 보고, 경계선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특징을 많이 따와서 이 캐릭터에 집어넣으려고 했다”라고 열정 가득히 준비했음을 전했다.
그는 “여전히 버겁다. 연기를 하는 건 너무 좋다. 캐릭터를 이야기하고 그런 거는 그 과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즐겁고 재밌다. 그래서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이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고, 참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대중 앞에 서는 일은 여전히 힘들고 어렵고, 내가 상상하고 생각했던 삶은 아닌 것 같다”라며 “너무 신기한 게 난 그대로 계속하는데 유명해진다. 내 팬이라고 좋다고 하는데 ‘왜요?’ 하게 된다. 내가 사는 거랑 사람들이 나를 느끼고 바라보고 하는 시선이란 갭이 점점 더 일할수록 커지는 것 같고,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불편한 순간들이 많다”라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반창꼬’의 영상을 보고 ‘코믹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한효주는 “하는 사람은 진지해야 한다”라며 “언젠가 그런 코미디 작품을 하나 만나서 제대로 한번 웃겨 드리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감시자들’의 영상을 본 뒤에는 “설경구, 정우성. 딱 든든한 두 선배가 끌어주니까 내가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인복이 참 많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감시자들’은 내가 한 건 없고 선배님들이 밀어주고 끌어줘서 그 캐릭터가 완성된 거다”라고 고마워했다.
한효주는 “찬란했던 20대를 보내고 30대에 들어서면서, 현장가면 스태프분들이 다 ‘선배님, 선배님’ 그러는데 아직도 화들짝 놀란다. ‘내가 선배인가요?’ 하고. 정확히는 ‘해적2’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 내가 캡틴이었다. 여자 두목인데, 캐릭터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뭔가 현장에서도 내가 리드를 해야할 것 같고,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 여자는 나 하나인데 캡틴이다. 그렇게 되더라”고 신기했던 경험을 공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효주는 ‘뷰티인사이드’을 촬영하며 겪었던 고충과 함께 애정도 이야기했다. 그는 “제 필모 중에서도 꽤 소중한 작품인 것 같다. 참 예쁠 나이에, 참 예뻤다. 그렇다고 그렇게 나이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의 가장 빛날 때, 예쁘게 담긴 작품이라 저도 참 아끼고 소중한 작품인 것 같다. 이 이야기 자체가 판타지이다. 그 판타지를 믿게 하는 거다. 이 영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하면서 이 판타지적인 이야기에 푹 깊이 빠질 거라고 생각을 못한 것 같다. 어떻게 연기해야할까 했는데, 회차가 거듭할수록 너무 더 빠지더라. 나중엔 이상했다”라며 “다 사랑하는 사람 같더라. 길가다 누굴 마주치면 ‘이 사람이 우진인가. 이거 위험한데’ 했다. 꿈도 홍이수처럼 꾸고.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홍이수가 됐던 것 같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때는 힘들었지만”라고 회상했다.
특히 한효주는 ‘액터스 하우스’를 마무리하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울컥한 듯 눈물을 보였다.
[우동(부산)=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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