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 여신→엄마·빌런까지…20년, 한효주의 도전과 스펙트럼[BIFF](종합)
"대중 앞에 서며 유명해져…감사하지만 불편할 때도"
"대중과 함께 느끼는 연기"…팬들 성원에 눈물도
한효주는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진행한 ‘액터스하우스’ 행사에 참석해 관객들과 소통했다. 한효주는 올 한 해 시리즈와 영화 등 다양한 작품으로 활발히 대중을 만나고 있다. 부모 역할부터 강렬한 빌런까지 이전까지 없던 파격 비주얼, 연기 변신을 선보여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지난 8월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무빙’에서 ‘어머니’로 변신해 뜨거운 모성애 연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오는 11월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영화 ‘독전2’에서는 ‘큰칼’ 역을 맡아 여성 빌런으로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줄 예정이다. ‘독전2’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돼 큰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만나기도 했다.
한효주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 및 팬들을 만난 소감에 대해 “큰 기쁨이 있었다”며 “영화의전당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제 작품 ‘오늘도 그대만’이란 작품이 개막작으로 상영됐던 기억이 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행사에 대해 “정말 의미있는 자리라 생각한다”며 “배우 인생에서 제가 걸어왔던 필모그래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해볼 자리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라고 남다른 설렘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독전2’에서 맡은 ‘큰칼’ 역에 대한 이야기로 오프닝을 열었다. 한효주는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옷이었다. 그래서 그 옷을 만드는 게 시작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 옷을 입기 위해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많은 연구를 거쳤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살도 많이 빼고 근육도 만들고 물도 안 먹고 아주 독하게 준비했다”며 “왜냐면 누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전1’이 사랑을 받은 만큼 제가 나옴으로써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효주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남지 않지만 두렵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내가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부담이 다른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컸다”고 고백했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도 그런 점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했다. 한효주는 지난 8월 공개돼 큰 성원을 받고 막을 내린 ‘무빙’에서 주인공 봉석(이정하 분)의 엄마이자 오감 초능력을 지닌 ‘이미현’ 캐릭터로 생애 첫 부모 역할에 도전했다.
한효주는 “처음 제안 받고 선택했을 때 제 나이가 33, 34살 정도였다. 극 중 캐릭터가 고3 엄마라 하니까 내가 이 역할을 하기에 너무 어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무빙’으로 대중에게 좋은 평을 받았을 때 느낀 감정도 회상했다. 한효주는 “‘무빙’으로 오랜만에 좋은 평을 받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 눈물이 날 뻔했다”고 떠올렸다.
‘무빙’의 마지막 3회를 어머니와 영화관에서 감상했던 기억도 소환했다. 한효주는 “옆에 엄마가 앉아계셨다. 제가 엄마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한 끝에 우리 엄마의 모습을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며 “저희 엄마가 정말 헌신적인 부모이시다. 가족을 위해서 사시고, 본인의 직업도 있으셨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는 여자로서 자기의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로 헌신하고 희생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제가 ‘이미현’ 캐릭터에 녹였다. 매 순간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했다”며 “원래 엄마가 엄격하고 분명하셔서 좋은 말을 잘 안 하시는데 다 끝난 뒤 ‘잘했다’ 한마디 해주셨다.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로맨스와 청순 이미지의 대명사로 사랑받던 과거에서 20년이 지나 엄마로, 악당으로 도전을 거듭하는 것과 관련한 팬들의 반응도 전했다. 한효주는 “한효주가 계속해서 새 도전을 하는 게 서운하다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어릴 적 좋아한 한효주가 ‘무빙’에서 얼굴에 기미 그림을 그리고 나와서 왜 벌써 고3 엄마를 하는데?‘ 서운해하신다”며 “특히 남자분들이 더 서운하실 것이다. 그런데 어쩌나 이제 큰칼이 나오는데”라는 너스레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versatile(다채로운)이란 단어가 있다. 저는 처음부터 ‘versatile actress’(다채로운 여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다. 처음부터 욕심이 많았던 배우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술인과 대중연예인의 경계에서 느끼는 고충도 솔직히 털어놨다. 한효주는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참 즐거운 일이라 생각하는데 대중 앞에 서는 일은 여전히 너무 어렵고 힘들다. 내가 상상했던 삶은 아닌 것 같다”고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저는 그저 작품을 해나갈 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유명해지지 않나. 저는 아직도 제 팬이라 말씀하시는 분을 보면 ‘왜요? 제가 왜 좋아요?’ 신기하다”며 “아직까지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그러면서도 유명세로 인해 따라오는 변화들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배우 개인을 위해서 연기 면에서 느낀 욕심은 예전보다 사그라진 것 같다. 대신 제 연기를 보고 많은 분들이 울어주시거나 느껴주셨으면, 함께 느끼실 수 있으셨으면 그런 욕심이 생겨난 것 같다“고도 전했다. 또 ”너그럽게 봐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배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팬들에게 고마움과 애정을 표현했다.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순간 울컥해 눈물을 보여 응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액터스하우스는 지난 2021년 신설돼 올해로 세 번째 운영 중인 부산국제영화제의 인기 코너다. 배우들이 직접 자신의 필모그래피들을 되돌아보고 의미있는 작품을 되짚으며, 향후 계획들을 허심탄회히 털어놓는 자리다. 올해는 한효주를 비롯해 한국계 배우 존 조, 송중기, 윤여정이 참여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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