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의 힘’으로 이뤄낸 AG 4연패..한국 야구, 희망을 봤다
[뉴스엔 안형준 기자]
드디어 대만을 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야구도 희망을 봤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0월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 결승전에서 승리했다. 이날 대표팀은 2-0 승리를 거뒀고 아시안게임 4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후 몇 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한국야구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번 대회 대표팀 선발에 나이 제한을 뒀다. 역대 최연소 대표팀이 구성됐고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만큼 대회 초반은 어려웠다. 첫 경기 홍콩전에서 7회까지 사실상 '졸전'을 펼친 뒤 8회 타선이 폭발하며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조별리그 2차전 대만전에서 0-4 완패를 당했다. 마이너리그 하위 레벨 유망주들을 공략하지 못했고 투타 모두에서 대만에 밀리며 패했다. 예선까지 치르고 온 태국을 완파했지만 슈퍼라운드 1차전 일본전에서도 타선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대표팀은 슈퍼라운드 2차전 중국전부터 타선이 조금씩 활기를 찾았고 결승전 초반까지 분위기가 이어졌다. 2회초 단 한 번의 공격에서 2점을 얻으며 승기를 잡았다. 부진하던 문보경이 장타로 포문을 열었고 폭투와 희생플라이로 2점을 얻었다. 쏟아지는 비에 대만 좌완 에이스 린위민이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행운이 따랐다.
조별리그 패배를 설욕한 대표팀은 2018년 아시안게임부터 이어진 대만전 3연패에서 벗어났고 목표했던 금메달까지 얻었다.
정상에 올랐지만 완벽한 기량을 보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첫 경기 홍콩전부터 불안했던 타선은 사실상 '콜드게임 승리가 당연한' 정도의 수준 차이가 나는 팀들을 상대할 때만 활발하게 움직였다. 국제 무대에서 그동안 '한 수 아래'로 평가한 대만 투수들을 조별리그에서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 일본의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상대로도 비슷했다. 중국이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결승행 티켓을 따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결승전에서도 2회 이후에는 대만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다. 노시환, 김혜성, 문보경, 강백호 등 KBO리그의 현재이자 미래로 평가받는 젊은 타자들이 대거 출전했지만 기대한 공격력은 전혀 아니었다.
반면 마운드는 강력했다. 대표팀 마운드는 대회 본선 6경기에서 단 5점만을 허용하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조별리그 대만전 0-4 패배를 제외하면 5경기 1실점의 압도적인 마운드였다.
결승전에서 대만을 상대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인 문동주는 KBO리그 최고의 투수 기대주의 기량을 거침없이 과시하며 국가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가 될 준비를 마쳤다. 태극마크의 '단골'이 되고 있는 원태인과 와일드카드 박세웅도 확실한 안정감을 선보였다. 긴 이닝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미국 진출에 성공한 유망주 장현석과 또 한 명의 선발투수였던 나균안의 활약도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였다. 지난 3월 WBC에서도 김광현과 양현종에게 의존했던 한국 야구 입장에서는 문동주 등 젊은 투수들의 활약은 무엇보다 반가웠다.
불펜에서는 최지민, 박영현이 뒷문에 '철벽'을 세우며 대표팀 불펜진의 새 희망이 됐다. 국제대회마다 부진한 고우석은 이번에도 불안했지만 최지민과 박영현의 존재 덕분에 대표팀은 마운드 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더는 고우석의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본 것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아쉬운 면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한국 야구가 '미래'를 보고 준비한 대회였던 만큼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결과였다. 역대 최약체 평가를 딛고 아시안게임 4연패를 이뤄낸 대표팀은 한국 야구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사진=문동주/KBO 제공)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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