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냈다! 문동주, 설욕의 6이닝 무실점 피칭··· 한국 야구 AG 4연패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한국 야구가 다시 한번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WBC 참사에 이어 아시안게임 대만전 첫 경기 패배로 상처 났던 자존심도 회복했다.
대표팀은 7일 중국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난적’ 대만을 2-0으로 꺾었다. 2010 광저우 대회 이후 4연패에 성공했다. 지긋지긋했던 국제대회 대만전 3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뒤가 없는 결승전. 이미 한번 만나 패했던 상대. 올해 KBO리그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20세 신인 문동주가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일 본선라운드 대결에서 4이닝 2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던 상대다. 부담이 없을 리 없었다.
그때의 문동주와 오늘의 문동주가 달랐다. 위기 마다 더 강한 공을 던졌다. 6이닝 7삼진 3피안타 무실점으로 대표팀 승리를 이끌었다.
출발은 험난했다. 선발 문동주가 1회초 대만 첫 타자 정쭝저에게 3구 연속 빠른공을 던졌다가 2루타를 맞았다. 2일 경기, 1회초 같은 상황에서 정쭝저에게 4구 연속 빠른공을 던지다 2루타를 맞았던 장면이 오버랩 됐다. 그러나 두 번 실수는 없었다. 린쯔웨이의 번트에 린리를 유격 땅볼로 2사를 잘 잡았다. 본선라운드에서 1회부터 적시 3루타를 허용했던 대만 4번 타자 린안거가 타석에 섰다. 문동주는 볼 카운트 3-0까지 몰렸으나 연속해서 스트라이크 2개를 잡았고, 바깥쪽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솎아냈다. 초반 위기를 벗어난 문동주가 크게 포효했다.
위기 뒤 곧장 기회를 잡았다. 그간 부진했던 문보경이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대만 선발 린여우민을 상대로 초구부터 2루타를 만들었다. 후속 강백호가 삼진을 당했지만, 포수가 공을 놓쳐 1사 3루가 됐다. 김주원이 풀카운트 압박감을 뚫어내고 큼지막한 좌익수 뜬공을 때렸다. 대표팀이 선제점을 올렸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대표팀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김형준과 김성윤이 연속안타로 2·3루를 만들었고, 상대 폭투로 추가점을 올렸다. 2회초 갑작스럽게 굵어진 빗줄기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2사 후 이어진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2일 경기 때 상대 선발로 나와 1점도 올리지 못했던 린여우민을 상대로 대표팀이 점수를 냈다.
1회 위기를 벗어난 이후 문동주의 피칭은 거침이 없었다. 빠른공과 커브를 앞세워 대만 타선을 찍어 눌렀다. 백미는 4회였다. 상대 4·5번 린리와 린안거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에서 뛰는 6번 우녠딩까지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문동주는 5회말에도 린쯔하오를 10구 승부 끝에 1루 땅볼로 잡아냈고, 리하오유와 선하오웨이까지 범타 처리하며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상대 타선을 막았다.
2-0,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6회말. 문동주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정쭝저에게 펜스 상단을 직접 때리는 2루타를 맞았다. 유독 문동주만 만나면 방망이가 불을 뿜는 정쭝저였다.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고, 상위 타자들이 이어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2번 린쯔웨이를 삼진으로 잡았다. 3번 린리마저 하이 패스트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문동주가 1회 위기 탈출 때보다도 훨씬 더 격한 몸짓과 함께 포효했다. 가슴을 퍽퍽 치며 함성을 질렀다.
대만은 린여우민이 5회말까지 던졌고, 2일 경기때 마무리로 나왔던 시속 160㎞ 강속구 투수 류즈청을 6회부터 곧장 올렸다. 린여우민과 류즈청 모두 미국 무대에서 뛰는 투수들이다. 린여우민이 애리조나 산하 더블A, 류즈청이 보스턴 산하 더블A 소속이다. 이번 대회 대만 대표팀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2명이다. 결승전인 만큼 대만전도 총력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은 린여우민에게 2점을 올렸지만, 류즈청을 상대로는 해법을 찾지 못했다 빠른공과 스플리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6회부터 9회까지 4이닝 동안 류즈청에게 빗맞은 안타 1개를 치는데 그쳤다.
박빙 승부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최지민과 박영현이 각각 7회와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 대표팀 마지막 투수가 마운드 위에 올랐다.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고우석이었다. 본선라운드 경기 때 8회 올라와 2실점을 했지만,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다.
첫 타자를 1루 뜬공으로 ,잘잡았지만, 린리와 린안커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홈런 한 방이면 경기가 끝나는 최대의 위기. 심호흡을 하던 고우석이 3구째를 던졌다. 우녠딩이 방망이를 돌렸지만 빗맞았다. 공이 2루로 향했다. 김혜성이 2루로 뛰던 주자를 직접 태그하고 바로 1루로 공을 던졌다. 병살타로 모든 아웃카운트가 완성됐다. 선수들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항저우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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