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아시아 정상 지켰다... 대만에 설욕하고 4연패
선발 문동주, 6이닝 무실점 호투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류중일(60)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대만을 2대0으로 눌렀다.
이날 경기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굵은 빗줄기가 경기장을 적셨지만, 경기는 중단 없이 ‘수중전’으로 진행됐다. 다행히 6~7회부턴 비가 약해졌다.
한국은 대만 선발 좌완 린위민(20)을 상대로 벌인 ‘리턴 매치’에서 경기 초반 점수를 뽑아내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갔다. 지난 2일 조별리그에서 그를 상대로 산발 4안타에 그치며 1점도 내지 못하는 등 0대4로 무릎을 꿇은 무기력한 모습을 반복하지 않았다.
2회초 선두타자 문보경(23·LG)이 우측 2루타를 날리며 밥상을 차렸다. 이어 강백호(24·KT)가 타석에 들어선 뒤 폭투가 나와 문보경이 3루로 진루했다. 강백호는 침묵했지만, 1사 3루에서 김주원(21·NC)이 왼쪽으로 희생플라이를 치며 선취점을 뽑아냈다. 이후 김형준(24·NC), 김성윤(24·삼성)이 연달아 안타를 쳤고, 상대 폭투가 겹치며 1점을 추가했다. 한국 2-0.
잘 버티던 한국은 6회말 잠시 위기에 몰렸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쩡종저(22)가 한국 선발 우완 문동주(20·한화)를 상대로 큼지막한 우전 타구를 만들어냈다. 타구는 담장을 맞고 튕겨 나왔고, 쩡종저는 2루까지 내달렸다. 대만은 홈런이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판독 결과 2루타로 인정됐다. 흔들릴 법도 했지만 문동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후 타석에 들어선 두 타자를 헛스윙으로 돌려세우며 대만의 추격 불씨를 꺼버렸다.
그리고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그대로 끝났다.
이날 선발 투수 문동주가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대만 타선을 조기에 무력화했다. 그 뒤 차례대로 마운드를 이어받은 최지민(20·KIA), 박영현(20·KT), 고우석(25·LG)이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뒷문을 닫았다. 고우석은 9회말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문동주는 “일단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 그래도 한 몫을 한 것 같다”며 “모든 선수들이 준비를 잘했는데 그 결과가 나타난 것 같아서 모두에게 감사하다. 나도 모르게 (포효가) 나왔다. 그렇게 포효할 것이라 생각 못했다. 그만큼 간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어렵게 금메달을 따서 기분이 좋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다”며 “오늘 선발 문동주가 최고의 피칭을 했다. 뒤에 나온 최지민, 박영현, 고우석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9회에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어갔다. 이번 대회는 세대교체를 알리는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고 자평했다.
앞서 한국은 B조 조별 예선에서 홍콩전(10대0 승), 대만전(0대4 패), 태국전(17대0 승)을 거쳐 조 2위로 수퍼라운드에 진출했다. 이후 ‘실업팀’ 일본을 2대0으로 따돌렸고, 홈팀 중국을 8대1로 격파하며 결승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대만을 상대로 이번엔 웃으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로써 한국은 2010 광저우 대회부터 이어온 대회 4연패(連霸)를 달성했다. 결승에서 대만을 3차례(2010, 2014, 2023) 꺾었고, 2018년엔 일본을 제쳤다.
아울러 야구 대표팀 멤버들은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한다는 병역법에 따라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과 544시간의 체육 분야 봉사활동으로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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