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4연패 달성! '7K' 문동주+김주원 결승 희생타…'류중일호' 자존심 찾고 실리도 챙겼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이 4연패에 성공했다. 조별리그에서 패배의 아픔을 맛봤던 대만을 제대로 무너뜨렸다.
한국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메인구장에서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만과 금메달 결정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여곡절 속에 밟은 결승전.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홍콩을 10-0으로 격파했지만, 이튿날 대만과 맞대결에서 0-4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불리안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단 한국은 3차전 태국을 17-0으로 무너뜨리며 슈퍼라운드를 밟았으나, 대만전에게 패했던 까닭에 1패를 떠안은 채 살얼음 판을 걸었다.
그래도 더 이상의 수모는 없었다. 한국은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숙적' 일본을 2-0으로 무너뜨리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게다가 대만이 A조 1위 중국을 꺾으면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그리고 전날(6일) 중국을 8-1로 잡아내며 금메달 결정전 진출 티켓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 선발 라인업
한국 : 김혜성(2루수)-최지훈(중견수)-윤동희(우익수)-노시환(3루수)-문보경(1루수)-강백호(지명타자)-김주원(유격수)-김형준(포수)-김성윤(좌익수). 선발 투수 뭉동주
대만 : 쩡종저(유격수)-린즈웨이(좌익수)-린리(지명타자)-리안커(우익수)-우녠팅(1루수)-린즈하오(3루수)-리하오위(2루수)-션하오위(중견수)-린쟈정(포수). 선발 투수 린위민
# 일본전부터 살아난 韓 타선!
한국은 조별리그를 치르는 내내 타선 때문이 고민이 컸다. 두 차례 콜드게임 승리를 손에 넣었지만, 경기 내용은 시원하지 않았다. 이 흐름은 슈퍼라운드까지 연결됐고, 일본을 상대로도 아쉬운 경기력 속에서 2-0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답답하던 타선은 전날(6일) 완전히 눈을 떴다. 강백호와 문보경, 김형준, 김성윤까지 그동안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선수들이 대폭발했다.
이 선수들의 활약이 가장 중요한 결승전으로 직결됐다. 0-0으로 맞선 2회초 한국은 선두타자 문보경이 대만 선발 린위민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쳐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린위민의 폭투 등으로 1사 3루 기회를 잡았고, 여기서 김주원이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는 희생플라이를 쳐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한국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형준과 김성윤이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2, 3루 기회를 잡았다. 이는 곧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날 사오싱에는 오전부터 비가 내렸는데, 경기가 개시된 후 빗줄기가 더욱 굵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로인해 린위민이 던진 변화구가 폭투가 되면서, 3루 주자 김형준의 홈을 파고들어 2-0까지 간격을 벌렸다.
# KBO리그 NO.1 유망주 문동주의 완벽했던 설욕
문동주는 지난 2일 B조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당시 문동주는 4이닝을 2실점(2자책)으로 막아냈는데,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쓰게 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달랐다. 문동주는 5이닝 동안 투구수 92구,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대만 타선을 봉쇄했다.
조별리그 경기와 마찬가지로 경기 초반 실점 위기게 찾아왔다. 문동주는 1회 선두타자 쩡종저에게 빠른볼을 공략당해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맞으며 불안한 출발을 끊었다. 하지만 조별리그 결과와는 완전히 달랐다. 문동주는 희생번트를 허용한 뒤 린리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는데, 이때 한국 내야진이 전진 수비를 펼쳤다.
린리의 타구는 유격수 김주원의 그물망 수비에 걸려들었고, 3루 주자는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문동주는 수비의 도움 속에 한 숨을 돌렸고 후속타자 리안커에게 하이 패트스볼을 던져 삼진을 솎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이닝을 마친 뒤 문동주는 포효하며 기쁨을 표현했다.
2회부터는 탄탄했다. 문동주는 우녠팅-린즈하오-리하오위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더니, 3회에는 2루수 김혜성의 도움 속에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위기를 벗어났고, 4회에는 삼진 두 개를 솎아내며 다시 한번 삼자범퇴를 마크했다. 그리고 5회에는 1루수 문보경과 2루수 김혜성이 탄탄한 수비를 선보이면서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5회까지 82구를 기록한 문동주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쩡종저에게 또다시 직구를 던지다가 우익수 방면에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다. 타구는 담장을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행운이 따랐다. 쩡종저의 타구가 펜스 최상단을 맞고 그라운드 안으로 돌아온 것. 여기서 문동주는 후속타자 둘을 모두 삼진 처리했고, 1회에 이어 다시 한번 포효하며 무실점 투구에 기쁨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 물샐 틈이 없는 불펜까지 완벽했던 마무리
한국은 6회 1사 1, 3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김주원과 김형준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 아쉬움을 마운드가 상쇄했다. 한국은 문동주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최지민을 먼저 투입했고, 리안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우녠팅-린즈하오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7회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8회에는 이번 대회에서 차세대 국가대표 '마무리'로 손꼽히고 있는 박영현이 이어받았다. 박영현은 선두타자 리하오위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박영현에게 걱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박영현은 션하오웨이와 린쟈정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아나갔다. 그리고 3안타를 친 쩡종저와 맞대결. 여기서 쩡종저가 기습번트를 시도하는 예상치 못한 플레이가 나왔다. 하지만 타구가 포수 앞에 뚝 떨어지면서 손쉽게 세 번째 아웃카운트로 연결됐다.
이날 마무리의 중책은 고우석이 맡았다. 고우석은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2점을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날(6일) 중국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날 뒷문을 잠그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첫 타자 린즈웨이를 1루수 뜬공 처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그런데 후속타자 린리에게 안타를 맞은 후 석연치 않은 판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우석은 리안커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계속해서 꽂아넣었으나, 심판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받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 결과 리안커에게도 연속 안타를 맞아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실점은 없었다. 고우석은 실점 위기에서 우녠팅을 병살로 돌려세우며 마침내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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