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세계 1위’ 반중대국, 경제도 ‘세계 3위’…“한국, 꼭 친구 삼아야” [한중일 톺아보기]
모건 스탠리 등 세계 유수기관들의 인도에 대한 전망 입니다. 지난해 이미 식민지 모국 영국을 제치고 세계 5번째 경제규모를 갖추게 된 인도는 올해 중국을 밀어내고 세계 1위 인구대국이 됐습니다. 거대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인도에 대한 국내외 관심은 최근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죠.
특히 격화되는 미중대립은 인도 라는 또 다른 대국의 존재감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도와 중국은 3천500㎞에 달하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맞수’ 이자 ‘경쟁자’로서, 1962년 국경분쟁으로 전쟁까지 벌인바 있죠. 지금도 국경 이슈는 양국의 충돌을 일으키는 최대 뇌관으로, 이로인해 최근 인도내 반중정서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인도인들의 비율은 4년새 급증해 7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한국과 인도는 수교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달 열린 정상회담은 양국이 협력 강화를 약속하는 장이 됐죠.
인도 대사를 역임한 이준규 인도포럼 회장은 “50년간 양국관계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면서도 “그러나 만족할 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라고 지적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두 나라가 경제 및 산업구조적 보완성, 중국이라는 잠재적 위협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에 이르기까지 관계 발전 가능성이 엄청난데 비해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겁니다.
그는 선진국 지위에 오른 한국이 “한반도 주변을 벗어나 글로벌 중추 국가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파트너로 삼아야할 나라”로 인도를 주저없이 꼽습니다. 그에게 양국관계가 한층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한국이 추진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왜 인도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예컨데 양국의 전체 교역량이 3조 달러가 넘는데,한국과 인도 양자간 교역량은 아직 300억달러로 100분의 1이 채 되지 않고 있거든요. 또 2012년에 양국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를 체결한 이후 보다 더 높은 단계의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협상을 시작했지만, 10년이 넘게 아직도 타결을 못하고 있습니다.
양국이 아주 미세한 부분을 놓고 밀고 당기고 있는 태도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인데요. 양국이 미래를 조금 더 전략적으로 보고, 거시적 안목에서 과감히 협력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 입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서남아 지역을 대표하는 강국인데, 국제무대에서 갖는 영향력과 비중이 최근 급속히 확대되고 있죠. 브릭스, 상하이 협력기구의 멤버인데 동시에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쿼드 멤버 이기도 합니다. 지난달에 G20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요.
올해 인구 14억을 돌파하면서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됐는데, 중위연령이 28세에 불과해 향후 경제성장에 크게 유리할 것이 분명합니다. 작년에 이미 GDP규모가 영국을 추월했고 수년내 일본을 넘어 3위에 등극할 것이 확실시되죠. 미중경쟁 격화 속에서 많은 나라들이 힘들어 하지만, 인도의 몸값은 오히려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미중 양국이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으니까요.
또 한국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도도 한국처럼 지리적으로 중국과 매우 인접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양국이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인·태전략을 발표한 가장 큰 의미는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그동안 한반도 주변 외교에만 매몰됐는데, 이제 고개를 들어 더 멀리보자, 우선 인도·태평양이다 라는데 있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들이 있긴합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외교를 다변화하겠다, 4강 외교를 넘어 무언가 해보겠다고 했지만 구호에만 그치고 별로 성공한 적이 없었다는게 문제 입니다.
전임 정권에서도 신남방정책이란 구호를 내걸고 그 대상에 아세안 뿐 아니라 인도도 포함시켰죠. 하지만 실제로 아세안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이미 잘하고 있는 상황에 숟가락만 얹은것에 지나지 않았고 인도에 대해서도 특별한 건 눈에 띄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인·태전략이 성공 하려면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인도가 한국의 인태전략의 출발 및 확대는 물론, 목표 달성에 이르기 까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양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갖는 공통의 정치적 가치, 미중 경쟁에 있어 전략적 이해, 경제 및 산업구조상 상호 보완성 까지협력의 여지는 무궁무진 합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이 인도와 협력하려 할때 경제 측면에 치우쳤던 경향이 있습니다. 경제적 이익도 당연히 추구 해야죠. 다만 이에 앞서 우호 및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경제적 이익은 자연스럽게 탄력을 받아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인도는 오랜 비동맹 외교의 전통을 갖고 있다보니, 미중 전략경쟁에서 선명하게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가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해 쿼드에 참여했지만, 한편으로 쿼드내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난하고 몰아세우는 것에는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인도의 중립 외교 전통에서 비롯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크라 전쟁에서 인도가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고 “아, 저들은 저렇게 실익을 챙기고 있구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이 인도를 흉내낼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과 인도는 국력, 지정학적 위치, 외교적 전통 등 현실적 조건이 많이 다릅니다. 때문에 한국이 우크라 전쟁에 대해 인도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순 없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들이 경제적 이득, 눈앞에 있는 돈으로만 상정 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 실익이라는 것이 반드시 경제적 이득, 돈만을 상정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상황을 더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당장은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는 것 같아도 어느 국가들과 우호 및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한 그룹에 속하느냐가 장기적으로는 국익에 훨씬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단기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실익을 찾다가 종국적으로 국익에 훨씬 더 중요한 신뢰 및 우호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양국이 모두 중국의 이웃 나라라는 점입니다. 중국과 인접한 인도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있고, 일본 역시 그렇죠. 국방정책에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두 나라 모두 중국을 첫번째 가상 적국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건 사실 명약관화한 거거든요. 이 점에 있어 서로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경제적 요인 입니다. 인도는 경제발전을 위해 일본의 협력을 매우 필요로 하고, 일본도 지금 중국과 여러가지 경제적 교류를 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안으로 인도에 공을 들여온 것입니다. 이런 조건하에서 오랫동안 교류를 하다보니 양국의 지도자 끼리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정서적 교감이 생긴거죠.
인도의 전략을 보면 크게 투트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당장의 국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대화와 협상을 잘 해나가는 것 입니다. 가급적 중국과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고 경제적으로도 윈윈 할 수 있게 노력합니다.
사실 이건 인도에게 대외적으로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면 인도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한데, 국경 분쟁이 발생했을 때 조금이라도 정부가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강한 항의를 받거든요. 국민 정서 때문이라도 국경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인상을 자국민들에게 심어줘야하는 것이고, 동시에 분쟁이 너무 확대되지는 않도록 관리해야 하기에 대화도 협상도 하는 것이죠.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과 쿼드에 가입한 것도 결국엔 중국 견제를 위한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중국과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지는 않도록 쿼드내에서 가급적 노골적인 반중 자세는 피하려고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거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현재 한국과 인도의 교역량은 300억불이 채 안되는데, 일본과 인도는 2000억불이 넘습니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수가 1500개 정도 되는데, 일본 기업은 5000개 정도가 진출해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지금 인도에 ODA를 가장 많이 주는 나라가 바로 일본 입니다. 반면 한국은 인도에 ODA를 제공한 실적이 전혀 없습니다. 이건 인도가 원칙적으로 무상 원조는 옛날부터 G7국가로부터만 받고, 그 이외 국가들로부터는 안받고 있기 때문이긴 하죠.
박근혜 정권때 무상원조는 아니지만 인도와 100억불의 EDCF(대외 경제협력기금)에 합의했고, 지난달 정상회담때 추가로 40억불을 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이 인도를 두고 일본과 꼭 경쟁한다는 의식을 할 필요는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타산지석으로 삼고 정부와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회에선 ‘인도의 시대 이끄는 모디 총리의 리더십과 한국을 능가하는 인도의 교육열’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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