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바닥 트뤼도 캐나다 총리, 청바지 입고 민생 행보
치솟는 물가 등 애로사항 듣고 개선 다짐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3%까지 떨어져
트뤼도 총리는 양복 대신 반소매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수수한 차림이었다. 그는 식료품점 내부를 둘러보던 중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는 이가 있으면 수시로 멈춰 포즈를 취해주는 매너를 선보였다.
이날 행사는 트뤼도 총리와 같은 자유당 소속이자 케임브리지를 지역구로 둔 브라이언 메이 하원의원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메이 의원은 케임브리지투데이에 “총리를 우리 지역의 독립적 식료품점에 데려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이것이 총리가 하는 일로, 보기에 무척 좋았다”고 밝혔다.
데시 식료품점의 사장도 트뤼도 총리와의 면담이 매우 유익했다고 케임브리지투데이에 전했다. 그는 “우리는 지역사회 소비자들을 위해 가급적 싸게 물건을 들여오려 하지만 각종 규제에다가 수수료까지 더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트뤼도 총리한테 이같은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트뤼도 총리는 얼마 전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가 밴쿠버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며 캐나다 주재 인도대사관 외교관을 추방했다. 그런데 캐나다의 맹방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은 화끈하게 캐나다 편을 드는 대신 인도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인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언성을 높이며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이를 두고 캐나다 정가와 언론계에선 “캐나다와 트뤼도 총리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나치 부역자 찬양 논란까지 불거졌다.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9월 캐나다 하원을 방문했을 때 하원의장이 방청석에 앉아 있던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 야로슬라프 훈카(98)을 가리켜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이라고 소개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하원의장의 특별한 초청으로 의사당을 찾은 훈카는 알고 보니 2차대전 때 나치 독일 편에서 싸운 인물이었다. 트뤼도 총리를 비롯해 훈카한테 기립박수를 보냈던 이들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국내외에서 ‘캐나다 의회와 정부가 나치 부역자를 찬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하원의장은 사퇴하고 트뤼도 총리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인 자유당의 지지율은 26.5%로 야당인 보수당(37.9%)보다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뤼도 총리의 지지율은 고작 23%에 그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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