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 "영화 '도그맨' 주인공은 내가 창조해온 캐릭터의 집약체"
"더글라스 역 배우 케일럽과 작업 영광"
"한국 관람객 관심에 기쁘고 마음 따뜻"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프랑스의 거장 감독 뤽 베송이 신작 ‘도그맨’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연약하면서도 냉혹한 주인공 더글라스를 ‘지금까지 창조해 온 캐릭터의 집약체’라고 소개한 그는 주연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에 대해선 ‘천재’라며 극찬했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도그맨’의 감독 뤽 베송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뤽 베송은 숙소에서 늦게 출발한 탓에 예정 시간보다 15분 늦게 도착했다.
영화 ‘도그맨’은 전날 오후 8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상영됐다. 도그맨은 절묘한 스릴러이자 안티히어로가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는 절절한 휴먼드라마. 추운 날씨에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자 큰 박수로 거장 감독에게 존경을 표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뤽 베송은 “어제는 나에게도 인상적인 순간”이라며 “1000여 명의 관객이 집중해서 관람하는 모습을 봤다. 많은 분이 좋아해줘서 감동적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한국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영화 ‘도그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아들을 개 철창에 4년간 가뒀던 남성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면서 영화는 시작됐다.
뤽 베송은 “‘그 아이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라는 상상력에서 이 영화는 출발했다”며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냈음에도 선한 길을 선택한 과정과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로 개가 등장한다. 개가 주인공을 선한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소개했다.
주인공 더글라스 역을 맡은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명연기가 이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 아이가 성장한 이후부터 영화 마지막까지 오롯이 혼자 끌고가는 그의 절절한 연기가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뤽 베송은 “케일럽은 개미처럼 정말 열심히 일하는 배우이고 또 천재이다. 6개월 동안 이 배우와 함께 작업 한 건 나에게 굉장히 큰 행운”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번 영화가 ‘니키타’ ‘레옹’과 같은 초기작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에 대해선 “내 영화에 대한 향수는 없다”면서도 “더글라스라는 캐릭터는 내가 이제껏 창조해온 캐릭터의 에센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주요 출연진인 ‘개’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번 영화에 출연한 개는 총 115마리. 뤽 베송은 출연‘견’과의 촬영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가끔 기적적으로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며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주인공 더글라스가 세익스피어의 소설을 읽어줄 때 고개를 움직이는 개가 있는데, 감독은 “정말 그 개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이해했는진 모르겠지만, 그 순간 그렇게 느껴졌다”며 당시 현장을 떠올렸다.
케일럽이 큰 고통의 감정을 연기하는 순간 한 강아지가 옆에 앉아 쓰다듬어주는 부분도 기적적인 장면이었다. 뤽 베송은 “케일럽은 연기할 때 감정에 아주 몰입한다. 개는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채는데, 이때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의 배경이 특정 시대에 국한되지 않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얼굴을 가진 미국 뉴저지에서 촬영하고,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활용한 이유다.
그는 “뉴저지의 일부는 상당히 개발됐지만 일부는 여전히 낙후돼 있다. 타임리스한 공간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음악 역시 영화가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현재 일어나기도, 미래에 일어날 것 같기도 한 느낌을 주는 데 기준을 삼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뤽 베송은 “정말 굉장하다. 매년 더 힘을 받고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그는 “특히 젊을 감독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면들들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영화가 현재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살아있다”며 “과거 프랑스 영화계가 했던 역할을 지금은 한국 영화계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추켜세웠다.
한국 영화의 강점으로는 “질문을 많이 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으로, 두려움 없이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무언가 만들어낸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보면 제가 굉장히 한국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고 부연했다.
뤽 베송은 한국 관객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로 “전날 관객의 반응을 보고 굉장히 기뻤다. 개봉 이후에도 오래동안 살아있는, 관객이 보고싶어하는, 또 좋아해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며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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