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지도 않은데 글씨체 마케팅만 해”…배민이 ‘이 나라’서 실패한 까닭 [신짜오 베트남]
배달의 민족 베트남 진출이 끝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배민베트남을 이끌던 송진우 전 대표는 회사에 사임하고 한국으로 건너가 우티 새 대표를 맡았습니다.
그 사이 배민베트남은 박닌, 호이안, 타이응유옌 등 다수의 지역에서 서비스를 중단했고 임시 대표 자리에 오른 까오티응옥로안 CEO는 “베트남사업 축소 결정은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과 높은 소비자 기대를 특징으로 한 베트남 음식배달시장은 이런 결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내부 직원에게 보냈습니다.
아마도 배민베트남은 최악의 경우 사업 철수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배민베트남은 2019년 5월 베트남 음식배달 플랫폼 비엣남MM(Vietnammm)을 인수하며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동안 특유의 ‘B급 감성’을 무기로 나름의 성과도 냈습니다.
사업 철수 4개월을 앞두고 이런 행사를 진행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무엇이 배민베트남에게 전격적인 사업 중단 결정을 내리게 했을까요.
베트남 현지 사람들이 느끼는 설명을 빌어 나름의 이유를 찾아봅니다. 배민베트남은 베트남에서 특유의 서체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단기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습니다. 배민 다니엘체를 만든데 이어 지난달 1일에는 베트남 루카스체를 공식 출시했습니다. 길거리 음식 메뉴판에서 흔히 보이는 손글씨 이미지를 기반으로 서체를 만들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도 이런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 네티즌은 “배민의 미디어 작업은 훌륭하지만 앱이 정말 형편없고 짜증났다. 그래서 앱을 삭제해버렸다”고 털어놓습니다.
한마디로 앱이 직관적이고 빠르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네티즌은 “인터페이스가 그랩(Grab)만큼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 배민에 연동된 전자지갑을 통해 결제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그랩은 카드를 연동한 뒤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줘 훨씬 편했다”고 얘기합니다.
이런 얘기도 들립니다. “배민은 후발주자다. 후발주자가 기존에 자리잡고 있는 사업자와 같은 서비스를 같은 가격으로 내놓는다면 누가 후발주자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할까”, “배민은 선택 여지가 적고 프로모션도 적다”는 설명입니다.
한마디로 배민베트남은 마케팅 측면에서는 입소문을 탈만큼 성공했지만 업의 본질 측면에서는 베트남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배민의 글꼴과 문자 이미지는 베트남 문화와 전혀 관련이 없다. 보고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배민 특유의 서체 마케팅은 잠깐의 입소문은 탔을지언정 그를 통해 베트남 사람의 서비스 충성도는 높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건 베트남과 관련이 없다”는 비아냥도 불러 일으켰습니다.
기사에 달린 마지막 댓글은 배민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마디일지 모릅니다. “배민앱에 있는 음식은 (경쟁사대비 가격이) 일반적으로 20% 더 높다. 배송비도 30% 더 비싸다. 다만 프로모션이 있으면 가격이 인하될 텐데, 할인된 가격이라도 매장 가격과 똑같을 뿐이다. 프로모션 종료 후에도 가격은 여전히 10~20% 더 높다”
물론 이 글을 쓴 사람의 평가가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보면 배민베트남에 대한 베트남 소비자 일반적인 평가가 어떤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100원, 200원 아끼는 재미로 앱을 이용하는 베트남 소비자를 상대로, 배민베트남은 ‘가장 싼 음식배달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나라별로 소비자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분야가 어디인지, 핵심을 꿰뚫지 못한 아쉬움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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