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진의 서울 출마 선언…험지 출마론 탄력? 미풍?
하 의원 시작으로 영남권 중진 수도권 출마 요구 거세지나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부산 해운대갑의 국민의힘 3선 하태경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 출마를 발표했다. 영남권 중진 의원의 첫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요구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하 의원의 결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하태경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저의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2024년 총선은 해운대가 아닌 서울에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기장을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고, 20·21대 총선에서 단일 선거구로 분리된 해운대갑에서 연달아 당선된 바 있다.
그가 서울 출마를 결심한 배경에는 당의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우리는 지난해 공정과 상식을 염원하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 속에서 정권교체를 해냈다"면서도 "그러나 불안정한 여소야대는 국민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대신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정을 이끌 것이라는 믿음을 드려 총선의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며 "제가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당은 두 석을 따내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선전이 없다면 총선 승리는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이었던 미래통합당은 수도권에서 참패를 당했다. 이로 인해 현재 서울 49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은 소속 9곳에 불과하다. 경기 역시 57곳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은 6곳, 인천은 13곳 중 2곳만 차지하고 있다.
결국 21대 총선 기준 지역구 251석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9석이 달려 있는 수도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총선 패배라는 성적표는 당연한 결과다. 더 나아가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진다면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동력 상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 의원은 출마할 지역구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로만 결정했고, 아직 구체적으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며 "당과 상의를 계속할 것이고, 지금 마음은 당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알렸다. 현재 그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이나 문재인 청와대 비서관 출신 정태호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관악을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尹정부 성공 위한 길"…영남 중진들 눈치보기 시작?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에 여권은 반기고 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 현역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 의원의 용기 있는 서울 출마 선언을 환영한다"며 "내년 총선의 승부는 서울 수도권 승패에 달려있다. 그 결과에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행운을 빈다"며 "같이 갑시다"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지역구인 전북을 떠나 서울 마포갑 출마 뜻을 밝힌 바 있다.
부산 남구갑에 지역구를 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하 의원의 큰 마음을 존경한다"며 "총선 승리만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길임에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남권 중진 의원의 첫 서울 출마 선언이 나왔지만 여당 내에서 나비효과를 일으킬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 중진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서다. 하 의원을 제외한 호남의 이용호 의원과 경기도 포천·연천에서 3선을 지낸 김영우 전 의원 정도가 서울 출마 의지를 밝힌 상태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당내 주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선 당내 요직을 맡고 있는 영남권 중진의원들과 친윤계 핵심 의원들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대해선 하 의원은 "개인적 결단의 문제"라며 "그분들께 맡기고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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