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여도 하는 마음"…송강호→김지운 감독이 밝힌 '거미집'의 의미 [28th BIFF](종합)
[마이데일리 = 부산 노한빈 기자] 영화 '거미집'의 주역들이 작품을 함께하며 느낀 다채로운 감정을 밝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BIFFXGENESIS 야외무대에서 '거미집' 오픈 토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가 참석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의 김지운 감독 신작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선 보인 바 있다.
이날 송강호는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니까 굉장히 외롭다"면서 "감독은 '컷, 오케이'만 하니까 참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 보니까 (달랐다). 배우들은 힘들다고 말할 수 있지만 감독은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외롭고 고독하다"고 감독이라는 직업을 설명한 그는 "인간적으로 연민이 가는 위치에 있는 분야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감독의 힘든 점은 오케이 사인을 해야 하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전 재산을 걸고 올인했는데 모르겠을 때"라면서 "나 말고 모든 감독이 그러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김열 감독의 가혹했던 지시를 언급하며 실제 김지운 감독의 가혹했던 지시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오정세는 "톱스타라는 역할을 준 것 자체가 가혹했다"고 해 폭소를 안겼다.
정수정은 "영화 현장 분위기가 이렇게 좋냐고 물어볼 정도로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며 "서로 배려해 줬다. 선배님도 항상 제가 편하게 판을 깔아주셨다.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선배님과 감독님과 하는 게 부담도 됐지만 현장의 분위기가 (그 부담감을) 녹아내리게 한 것 같다"고 '거미집'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제가 재능이 없는 걸까요'라고 자신을 의심하던 김열 감독의 대사를 언급하며 송강호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느낀다"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정확한가', '올바르게 가고 있고 올바르게 연기하고 있나' 하는 괴로움이 있다. 그 괴로움 덕분에 좋은 장면이 나오는 거고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전여빈은 "나 스스로에게 물음표만 가득할 때 ('거미집'을) 만났다. 너무 잘하고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건네준 현장 같았고 글 같았다"면서 "존재 자체의 열광과 부족하더라도 존재 자체를 다 받아들여주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해서 걸어가도 된다고 위로와 응원을 해 주는 영화 같아서 '거미집'이 너무 자랑스럽다.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소중한 작품"이라고 '거미집'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오정세는 '거미집'에서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을 만나기까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오디션과 '하울링'(2012)도 오디션이 있었다고 말하며 "'거미집'을 힘들게 만났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걸작을 만나서 좋고 저한테도 영화 같은 영화다. 여러분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임수정은 "'거미집'을 찍으면서 다시 한 번 영화가 무엇인지, 왜 사랑하고 있는지, 한국 관객들이 왜 영화를 사랑하는지 깨닫고 느꼈다"면서 "아직 '거미집' 못 보셨다면 꼭 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거미집' 주역들은 이번 작품을 "중요한 건 꺾여도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했다.
한편 '거미집'은 지난 9월 27일 개봉했으며,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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