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크 베송 감독 "프랑스가 영화계서 하던 역할, 이젠 한국이 해"
(부산=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국 영화는 10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살아 있는 곳입니다. 전혀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어요. 예전엔 프랑스가 영화계에서 이런 역할을 했지만 이젠 한국이 대신하고 있지요."
신작 '도그맨'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프랑스 감독 뤼크 베송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레오스 카락스와 더불어 프랑스 영화계의 누벨 이마주(새로운 이미지)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한국 관객에게는 '니키타'(1990), '레옹'(1994), '제5원소'(1997) 등을 연출한 것으로 익숙하다. 2014년 스칼릿 조핸슨 주연의 영화 '루시'에는 한국 대표 배우 중 한 명인 최민식이 악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간 몇 년에 한 번씩 꾸준히 한국을 방문한 베송 감독은 "한국 영화가 점점 더 힘을 받아 위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라며 "재능 있는 젊은 감독이 매년 등장한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고 강조했다.
이어 "액션, 공포, 인간 심리, 섬세한 감정 등 모든 것을 다룬다"면서 "전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훌륭한 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영화의 강점으로 과감함과 직진성을 꼽았다.
"한국 영화는 질문을 많이 던지지 않는다"고 평가한 그는 "(감독·제작자 등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공격적으로 두려움 없이 만든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면을 봤을 때) 저도 굉장히 한국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웃었다.
베송 감독이 '안나'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인 '도그맨'은 부산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전날 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상영됐다.
베송 감독은 "어제 상영 20분 후 객석을 봤더니 관객들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봤다"며 "많은 분이 제 영화를 좋아하는 모습에 감동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제80회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베송 감독의 주특기인 액션과 휴머니즘을 결합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극심한 학대를 당한 뒤 개를 가족처럼 여기게 된 남자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 분)의 이야기다. 베송 감독은 아들을 개들과 함께 우리에 4년간 가둔 남자에 관한 기사를 읽고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낸 이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착안했다. 그가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테레사 수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더글라스)을 사람들은 두려워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며 "괴물은 그가 아니라 주변 인물(다른 인간들)이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극을 전개했다"고 부연했다.
이 영화에서 더글라스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는 바로 '개'다.
더글라스는 인간에게서 사랑받아 본 적이 없는 남자지만, 자기 개들로부터는 무한한 사랑을 받고 결국 선한 길을 택한다.
네 살 이후로 항상 개를 키웠다는 베송 감독은 전날 상영회에서 촬영 후일담을 들려주면서 "때로는 인간보다 개가 낫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도그맨' 촬영장에는 100마리가 넘는 개가 '출근'을 했다고 한다.
베송 감독은 개들이 가만히 앉아 더글라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을 찍기 위해 "3시간 동안 공원에서 놀게 한 뒤 간식을 두 배로 주니 얌전해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영화는 '니키타', '레옹' 등 베송 감독 초기 작품의 느낌이 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베송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제 옛날 영화에 대한 향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더글라스는 제가 20년간 작품에서 보여준 모든 캐릭터를 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 바탕에 두는 휴머니즘 철학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첫째는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려고 노력하라는 것이고, 둘째는 모든 사람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고통이 인간들을 연결하는 고리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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