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부터 흑역사까지, 노벨상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
유언장에 노벨상 제정, 선정기관까지 남겨
유족과 관계기관 설득한 건 노벨 아닌 비서
상금 약 13억원, 메달은 1300억에 팔리기도
내년 노벨상 후보, 이미 9월부터 추천 시작
한국 노벨상? 국가가 기초연구에 투자해야
윤석열 정부 R&D 예산 삭감, 아쉬운 결정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조석영 PD가 노벨상 소식을 준비했네요.
◆ 조석영> 매년 가을이 되면 이슈가 되는 노벨상, 상금은 얼마고, 누가 정하고, 우리나라는 과연 언제 받느냐, 여러 궁금증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신혜림> 매년 10월에 꼭 발표하더라고요.
◆ 조석영> 맞습니다. 스웨덴 현지 시각으로 10월 첫째 주 월요일부터 하루에 하나씩 발표하는데요. 첫 순서로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2일에 발표됐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카탈린 카리코 교수와 미국의 드루 와이스먼 교수인데요. 보통 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그 업적이 무슨 소린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올해 생리의학상은 들어본 얘기였어요.
◇ 채선아> 여기서 아는 단어가 나오니까 그리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게, 코로나 백신 만드는 데 사용된 'mRNA 기술'이거든요.
◆ 조석영> 백신이라는 게 그 병을 미리 앓게 만들어서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만드는 거잖아요. 코로나 바이러스랑 비슷한, 그래서 우리 몸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주는 게 항원이라는 건데요. 이 항원을 어떻게 주입하는지가 백신 기술마다 다릅니다. 가장 확실하게 하려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넣으면 되는데 이건 위험할 수 있으니까 여러 방식을 활용하는데요.
여러분 맞으셨던 백신을 기준으로 아스트라제네카랑 얀센 같은 백신은 항원을 인체에 무해한 다른 바이러스로 감싸서 집어넣습니다.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라고 해요. 그리고 모더나랑 화이자 맞으신 분들 계시죠? 이런 백신들은 항원의 설계도가 담겨 있는 RNA를 넣어요. 그럼 우리 몸이 그 설계도에 반응해서 항체를 만드는 거예요. 이게 mRNA 방식인데, 이 기술을 개발한 업적이 인정돼서 이번에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이 정해진 거고요.
◆ 신혜림> 이 기술 때문에 백신 개발이 엄청 빨라졌다고 하더라고요.
◆ 조석영> 원래 백신 하나 개발하고 사용 승인받는데 7~8년 걸립니다.
◇ 채선아> 원래대로였다면 지금도 아직 백신이 안 나왔겠네요.
◆ 조석영> 코로나19 초기에 '이거 치명률도 높은데 백신 없어서 큰일났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 mRNA 기술은 항원의 설계도만 알면 되니까 일반적인 백신보다 훨씬 빨리 만들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2019년 말에 발생했는데 2020년 12월에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이 이뤄진 거니까 엄청난 속도였죠.
◇ 채선아> 그래서 2021년도에 이미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더라고요. 그런데 왜 그때 못 탔던 거예요?
◆ 조석영> 잠시 후에 노벨상 선정 기준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을 드리겠지만 원래 노벨상은 연구가 30년 정도는 쌓여야 한다는 게 있고요. 2021년 노벨상 후보자는 2020년 9월에 추천이 시작됩니다. 이 백신이 사용되기 시작한 건 12월이잖아요. 아직 검증이 시작되지 않았던 거죠. 다만 이 기술이 백신으로 상용화된 게 2020년인 거고 수상자 중 한 명인 카리코 교수가 mRNA 백신 기술 연구를 시작한 건 1990년대 초입니다.
◆ 신혜림> 그러면 30년 전이잖아요. 당시엔 mRNA라는 게 듣도 보도 못한 기술 같은 건데, 그때부터 개발에 힘써 오셨다는 게 선견지명이 대단하신 분이죠.
◆ 조석영> 수상 발표 이후로 카리코 교수의 스토리가 알려지고 있어요. RNA 설계도라는 게 인류가 원래 써오던 방식이 아니다 보니까 1990년대 이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히 불안정해서 이게 과연 백신으로 유효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원도 많이 못 받았고 카리코 교수 같은 경우에는 비정규직 교수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다른 교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으면서 겨우겨우 연구를 이어간 거죠.
그러다 공동 수상자인 드류 와이스먼 교수와 공동 연구를 시작한 게 1998년입니다. 그 뒤로 2005년에 이르러서야 비교적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암 극복을 위해서도 이 기술이 쓰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와요. 결국 30년 연구가 쌓여서 결과를 내기 시작한 거고 미래 과학 기술로 평가 받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국내 과학자들 가운데는 이렇게 성과가 나오지 않는 연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부럽다는 반응도 나오더라고요.
◇ 채선아> 그런데 우리 정부는 내년 백신 연구사업 예산을 80% 가까이 삭감했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국회에서 예산 조정이 있을 테니까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될 것 같고요. 다시 노벨상 얘기로 돌아오면, 수상자는 누가 선정하는 거예요?
◆ 조석영> 노벨상을 만든, 다이나마이트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이 스웨덴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스웨덴의 여러 기관들이 선정하는데요. 노벨이 생전에 돈을 엄청 많이 벌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노벨이 사망했을 때 유산이 가족들에게 가잖아요. 노벨도 원래 가족들에게 유산을 남기려고 했다고 하고요. 문제는 여기서 해프닝이 벌어져요. 노벨의 형이 죽었는데 프랑스의 한 신문에서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줄 알고 실수로 부고 기사를 쓴 거예요. 그런데 그 부고기사 내용이 "죽음의 상인, 죽음을 맞다"였던 거죠.
◇ 채선아>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했으니까 '죽음의 상인'이라는 거네요.
◆ 조석영> 노벨이 이 기사를 보고 '사람들이 나를 죽음의 상인으로 기억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인류에 기여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상을 제정해라, 이렇게 유언을 바꿨다고 합니다.
◆ 신혜림>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었던 건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네요.
◇ 채선아> 그 오보를 냈던 기자를 찾아야겠어요. (웃음) 반면에 유족 입장에서는 날벼락 맞은 느낌일 수도 있겠는데요?
◆ 조석영> 엄청난 갑부였는데 갑자기 유산이 사라진 거잖아요. 이 유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벨의 비서였던 랑나르 솔만이라는 사람이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노벨이 유언장에 노벨상 어느 부문은 누가 선정해서 줘라, 그러니까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생리의학상은 카롤린스카 연구소, 이런 식으로 다 써놨는데 문제는 그걸 이 기관들과 협의하지 않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이 기관들하고 협의하는 데도 5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노벨이 1896년에 사망했는데 첫 노벨상은 1901년에 시상 됐습니다.
◇ 채선아> 그 비서가 참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이제 선정기관은 알았고, 노벨상 선정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 조석영> 전년도 9월부터 선정절차에 들어가니까 이미 내년도 노벨상 후보들은 선정절차가 시작됐습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나 학자 등 전 세계 전문가에게 "누가 노벨상으로 좋겠어요? 추천해 주세요"라고 추천 의뢰서를 발송해요. 자기 자신을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내년 2월 1일까지 후보들을 받은 뒤에 여러 단계의 지난한 평가 과정을 거쳐서 10월에 발표됩니다.
◆ 신혜림> 노벨상은 공식적인 후보가 공개되지 않더라고요?
◆ 조석영> 대종상이나 아카데미상처럼 후보를 알려주고 나중에 발표하는 게 아니라 공식적으로는 누가 후보인지도 모르는 건데요. 이 선정 절차의 구체적인 내용은 50년 후에 공개됩니다. 다만 누가 받을 수 있다, 유력 후보다, 이런 얘기가 떠돌잖아요.
◇ 채선아> 제가 기억이 나는 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다녔을 때 평화상 후보라는 얘기가 돌았잖아요. 이게 확인이 안 되는 거죠.
◆ 신혜림> 무라카미 하루키도 항상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요.
◆ 조석영> 심지어 일본에는 "가을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상 못 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온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매번 거론된다고 하죠. 그런 정보가 어떻게 떠도느냐, 이 후보를 추천한 사람들 입단속을 다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일종의 스포일러처럼 떠돌게 되는 겁니다.
◇ 채선아> 결국 1년 넘는 과정을 거쳐서 노벨상 수상자가 선정되는 건데 혹시 잘못 선정해서 흑역사로 남은 건 없었나요?
◆ 조석영> 있습니다. 살충제로 쓰였던 DDT 들어보신 분 계실텐데요. 1939년에 뮐러라는 화학자가 DDT의 살충제 효능을 발견했는데, 이때 2차 대전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소독약으로 군인들 몸에 직접 뿌렸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썼고요. 당시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말라리아 같은 게 굉장히 문제였는데 이게 저렴하고, 또 효과가 있으니까 마치 지금의 mRNA 백신처럼 신의 한수였다는 공로를 인정받아서 노벨상을 받았는데요. 문제는 몇 십 년이 흘러서 이 DDT가 몸 밖으로 배출이 잘 안 되고 생태계에 굉장히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밝혀집니다.
◇ 채선아> 몸에 쌓였던 거네요.
◆ 조석영> 뮐러도 안전성 검증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하는데 검증을 충분히 못한 거죠. 그리고 생태계에 오랜 시간에 걸쳐 미친 영향을 밝혀내기에는 시간도 부족했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DDT를 어지간히 가난한 나라가 아니면 안 쓰거든요. 충분한 시간 없이 급하게 상을 줬다가 노벨상 흑역사로 남아 있는 거죠.
◇ 채선아> 어쨌든 쭉 들어보면, 노벨상은 인류에 중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한테 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상금도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하거든요.
◆ 조석영> 올해 상금은 스웨덴 돈으로 1,100만 크로네인데요. 한국 돈으로 13억 6천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게 매년 달라져요. 노벨이 유언장에 자기 유산을 투자해서 그 수익을 5분의 1로 나눠서 상금을 줘라. 그러면 수익이 좋으면 상금이 높아지고 수익이 낮으면 상금이 떨어지겠죠.
◇ 채선아> 국민연금처럼 운용을 잘해서 수익을 잘 내야 상금이 올라가는 거네요.
◆ 조석영> 어쨌든 작년과 올해는 1,000만 크로네더라고요. 그전에는 800만 크로네, 900만 크로네, 이렇게 올해와 비교해서 적을 때도 있고요. 우리 돈으로 상금이 한 13억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상금보다 더 비싸게 팔 만한 걸 주는데 바로 메달입니다.
◆ 신혜림> 메달을 팔아요?
◆ 조석영> 노벨이 그려진 메달이 있습니다. 이것도 원가로도 꽤 비싸요. 금이니까 원가도 한 1,300만 원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걸 경매에 붙이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심지어 한두 명이 아니에요.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공로로 1962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이란 과학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경매에 내놓은 메달은 56억 원에 팔렸고요. 한 러시아 재벌이 샀는데, 메달은 수상자가 다시 가져야 한다며 돌려줬대요. 또 다른 사람이 내놓은 메달은 9억 원에 팔린 적도 있다고 하고요. 작년에는 2021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언론인이 메달을 경매에 내놨는데요.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이유를 내걸었어요.
◆ 신혜림> 대단하네요.
◆ 조석영> 그런데 이게 얼마에 낙찰됐냐 1,336억 원입니다. 누가 가져갔는지는 비공개라고 하고요.
◇ 채선아> 상도 받고 좋은 일도 한 거네요. 여기까지 노벨상에 대한 여러 뒷이야기들을 알아봤는데요. 이맘쯤 되면 이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요. '대체 한국은 언제 노벨상을 받는 것인가?'
◆ 신혜림> 평화상 빼고요.
◆ 조석영> 언젠가 받겠죠. 작년 기준으로 역대 수상자 정리해 놓은 걸 보면 순서대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소련을 포함한 러시아, 이렇게 서구 국가들이 1위에서 6위까지 쭉 있습니다. 그리고 7위가 일본이에요. 그러니까 '일본은 많이 받는데 왜 한국은 못 받냐'라는 얘기가 맨날 나오는 거예요.
◆ 신혜림> 기초 연구에 투자해라, 젊은 과학자에 투자해라 얘기를 하잖아요.
◆ 조석영> 한국 노벨상 언제 받냐는 기사 결론은 항상 그겁니다. 이게 단순히 '노벨상 주세요'가 아니라 과학 강국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한데요. 작년 12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젊은 과학인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얘길 했어요. "그 나라의 수준은 정확히 과학 수준과 정비례한다. 여러분 중에 노벨상과 (수학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7개월 만인 올해 7월에 정부가 내년 R&D 예산 대폭 삭감했잖아요. 말로만 미래, 말로만 과학이 아니라 예산으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채선아> 정부가 아니면 기초연구에 누가 투자하겠어요. 여기까지 노벨상 주간을 맞아서 노벨상에 얽힌 이런저런 얘기들을 탐구해 봤습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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