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척결’ 나선 당이 총선 승리한 적 없었다 [최병천의 인사이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2023. 10. 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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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민주당, ‘수박 척결’보다 ‘중도 확장’이 더 시급한 이유
 ‘분열·반사이익·중도 확장’, 총선 승패 결정하는 ‘3대 변수’

(시사저널=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사회생했다. 국회 체포동의안은 올해 2월에 한 번, 9월에 한 번 상정됐다. 2023년 민주당 관련 정치뉴스의 약 절반은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9월28일을 기준으로 체포동의안 국면이 일단락됐다. 물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2024년 총선 이전까지 구속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지금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 체포동의안 정국은 무엇을 남겼나? 둘째, 2024년 총선이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체포동의안 정국은 무엇을 남겼을까? 주인공은 이재명 대표다. 두 가지를 얻었다. 우선 윤석열 정부, 검찰과의 관계에서 '수세 국면'을 최소한 '경합 국면'으로 바꿨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9월21일에 있었다. 다음 날 한국갤럽은 체포동의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전체 국민은 '정당한 수사 절차'라는 의견 46%, '부당한 정치탄압'이라는 의견 37%를 보였다. 정당한 수사 절차라는 의견이 9%포인트 더 많았다. 중도층은 어땠을까? 중도층에서는 정당한 수사 절차 45%, 부당한 정치탄압 40%였다. '정당한 수사 절차'가 5%포인트 많았다. 상대적으로 격차가 적은 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9월27일 법원에서 기각되자 이 대표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무리한 비명계 공천 배제, 역풍 부를 수도

이 대표가 얻은 두 번째 정치적 자산은 당내 권력투쟁에서 완승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의견이 흥미롭다. 부당한 정치탄압 72%, 정당한 수사 절차 17%다. 대략 8대2 비율이다. '부당한 정치탄압'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애초 국회 불체포특권 포기는 대선 공약이었다. 이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도 약속했다. 김은경 혁신위의 1호 대국민 약속이기도 했다. 그만큼 체포동의안 가결파의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승부수로 던진 것이 통했다.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자. 2024년 총선과 연결해 볼 때, 향후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까. 유의할 것은 친명(親이재명) 세력과 이재명 대표 자신의 이해관계는 다르다는 점이다. '수박'은 비명계 국회의원들에 대한 친명 강경 지지세력들의 경멸적 표현이다. 과일인 수박을 빗댄 표현인데,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낙인을 찍는 용어다. 자칭 친명들은 '수박 척결'을 외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하고, 당내 경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넓게 보면, '장사'에 도움이 된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로 인해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기에 자극적인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주목받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다. 무리한 방법으로 비명(非이재명)계를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 결과적으로 2024년 총선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도 중도층은 여전히 정당한 수사 절차(45%) 의견이 5%포인트 더 많았다. 체포동의안 국면은 당내 권력투쟁에는 도움이 됐지만, 여전히 중도층 여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총선 승리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리더십이 강화되고, 패배하면 리더십이 약화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재와 유사한 양당제 구도는 2004년 총선부터다. 최근까지 5번의 총선이 있었다. 5차례 총선을 관통하는 승패의 요인은 3가지였다. 바로 '분열, 반사이익, 중도 확장'이다. 이를 정리하면 와 같다. 다섯 번의 총선 중에서 민주당이 3회, 국민의힘 계열이 2회 승리했다. 다섯 번의 총선 결과는 모두 분열, 반사이익, 중도 확장의 3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민주당은 2004년, 2016년, 2020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2004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시도했다. 강한 역풍이 불었다.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은 탄핵 역풍의 에너지로 이겼다. 반사이익이었다. 2016년 총선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를 찍어내려고 시도했다. 중도보수 유권자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보수의 분열'이었다. 반면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대응했다. 중도 확장이었다. 상대방의 분열, 반사이익, 중도 확장이 결합된 승리였다.

2020년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졌다. 보수의 분열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은 황교안 대표 체제였다. 아직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은 상태였다. 민주당은 보수의 분열과 반사이익으로 승리했다.

2016년 '진박 감별' 논란, 반면교사 사례

국민의힘 계열은 2008년, 2012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2008년 총선은 노무현 정부 심판론의 여진이 작동했다. 반사이익이다. 막 취임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 버스 준공영제 등을 통해 '중도실용'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반사이익과 중도 확장의 결합이었다. 2012년 총선은 박근혜 비대위가 워낙 잘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걸었다. '보수스럽지 않은' 변신을 통해 보수 정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민주당의 실책도 박근혜 비대위를 도와줬다. 김용민의 막말 파문, 민주당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무효화 주장 등은 반사이익으로 작동했다. 반사이익과 중도 확장의 결합이었다.

정치에서 당내 권력투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반대파를 축소시키고, 자기 세력을 키우는 것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과도할 경우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례가 반면교사다. 진박(眞朴·진짜 친박) 감별 논란을 일으키며 유승민·김무성 등 반대파 숙청에 성공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총선에서 패배했다. 2016년 4월 총선의 패배는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연결됐다.

내년 총선을 향한 중도층 여론은 아직 '일방적'이지 않다.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에게도, 민주당에도 당내 권력투쟁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총선 승리다. 여전히 혁신을 통한 중도 확장이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다. 기억해야 할 점은 총선 승리는 '반대파 척결'이 아니라 '중도 확장'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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