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춤선에 감춰뒀던 재기발랄한 에너지…발레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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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화가 나 아버지의 발을 '쾅' 밟고, 단숨에 술을 들이켠 뒤 술잔을 공중에 높이 던져버린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는 우아한 춤 선에 감춰뒀던 발레리나들의 재기발랄한 에너지를 마음껏 쏟아냈다.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에 안무를 붙인 발레 '돈키호테'는 기사 돈키호테가 아닌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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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잔뜩 화가 나 아버지의 발을 '쾅' 밟고, 단숨에 술을 들이켠 뒤 술잔을 공중에 높이 던져버린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는 우아한 춤 선에 감춰뒀던 발레리나들의 재기발랄한 에너지를 마음껏 쏟아냈다.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에 안무를 붙인 발레 '돈키호테'는 기사 돈키호테가 아닌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딸을 귀족과 결혼시키려는 키트리의 아버지 눈을 피해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키트리는 '백조의 호수', '지젤' 등 고전발레에서 보던 여자 주인공과는 결이 다르다. 고전발레 속 여자 주인공이 주로 가슴 먹먹한 슬픔에 잠겨 애절한 연기를 펼치며 박수를 받았다면, 키트리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키트리는 무대 위를 말괄량이처럼 뛰어다니고, 새침한 표정으로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한다. 기분이 좋을 때는 손에 쥔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고, 짜증이 날 때는 신경질적으로 부채를 탁 접는 등 감정 표현도 풍부하다. 1막에서는 정열적인 플라멩코를 추듯 양손에 캐스터네츠를 쥐고 빠른 박자의 음악에 맞춰 휙휙 회전하고, 강하게 스텝을 밟으며 역동적인 춤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개막 공연 무대에서는 강미선이 키트리역을 맡았다. 그는 바쁘게 몸을 움직이면서도 극의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탬버린을 한 손에 들고 나타나 찰랑찰랑 흔들며 밝게 웃을 때는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느껴졌다.
'돈키호테'는 심각하거나 비극적인 내용이 전혀 없어 고전발레 중 가장 유쾌한 작품으로 꼽히지만, 고난도 테크닉이 많아 무용수에게는 지구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발레리나가 자기 머리 높이까지 발을 차 도약하는 점프나 허리를 뒤로 90도 각도로 젖히는 동작 등 현란한 안무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남성 무용수들이 천을 휘두르며 추는 투우사의 춤이나 여성 무용수들의 매혹적인 집시의 춤까지 군무도 다채롭다.
극의 클라이맥스는 3막에서 키트리와 바질이 추는 그랑 파드되(2인무)다. 이날 강미선의 파트너 바질역은 실제 남편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였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함께한 발레 동반자답게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강미선이 연속으로 32회전(푸에테)을 선보이는 장면 등에서 섬세하게 강미선을 뒤받쳐줬다.
공연은 8일까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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