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교장 출신들 “홍범도 흉상 ‘文 지시’ 아니라는 김완태 前 교장 ‘꼬리자르기·월권’”

정충신 기자 2023. 10. 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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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교장 출신들 “김완태 전 교장 월권했거나 알아서 정치적 행위, 꼬리자르기” 비판
육사 “2018년 1월 김완태 교장 회의서 ‘문 대통령 임석’ 관련 독립군ㆍ광복군 흉상 설치 지시”
“독립영웅 흉상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 규정 절차 준수 없이 졸속 설치”
김완태 전 교장 국회 서면답변서 “홍범도 흉상 누구 지시로 세운 것 아냐”…신원식 국방장관 주장 반박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육군사관학교(육사) 교정에 졸속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 국방부 본관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 정충신 선임기자

김완태 전 육군사관학교(육사) 교장이 6일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는 문재인 전 대통령등 외부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전 교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장의 육사 선배로, 육사 교장을 지낸 예비역 장성들은 7일 이구동성으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수법으로, 김 전 육사교장은 월권을 자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7년 12월 1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6인의‘육사 기원에 대한 특별 학술대회’에서 당시 김완태 육사 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날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등에 깊이 관여한 현 야당 정치인은 ‘이제 우리 국군도 김원봉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앞서 김완태 전 교장은 국회 서면 답변서에서 “교장 재직 당시 (홍 장군을 포함해) 다섯 분의 독립영웅 흉상을 육사에 설치한 것은 나라의 국권을 강탈당한 상태에서 월급도 없고 총기와 실탄도 주어지지 않은 악조건 속에서도 목숨을 바쳐 독립전쟁에 투신했고 큰 업적이 있는 독립영웅들을 모셔서 생도들에게 정신적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은 후보자 때 홍 장군 흉상 설치가 육사 동창회 등의 우려에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추진됐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김 전 교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육사교장 출신 A 예비역장성은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수법으로, 그렇다면 당시 김 전 교장은 월권을 자행한 것”이라며 “육사교장은 생도교육에 맞는 주제를 다뤄야 한다”고 운을 뗐다. A 예비역 장성은 “육사의 전통과 관행을 무시하고,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짧은 기간에 육사 흉상 설치를 지시한 것은, 무능·무책임·무지의 산물이거나 알아서 정치적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김 전 교장이 이전에 그와 관련한 저술이나 연구논문이 있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장은 “대한민국 창군기를 비롯 독립운동사를 심층적으로 공부했다”고 해명했다.

육사 교장을 지낸 박남수 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장도 “꼬리자르기 수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김 전 교장 때인 2017년 12월 육사 충무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육사 기원에 대한 세미나’에서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등에 깊이 관여한 현 야당 정치인등이 ‘이제 우리 국군도 김원봉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발언을 듣고 기절할 뻔했다”며 “모교를 정치판에 끌어들일 수 있는 예민한 주제를 밀고 나간 것은 무능·무책임·무지의 소산 아니면 정치적 결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후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흉상 육사 설립을 놓고 충분한 논의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것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김 전 교장 증언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원봉은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월북 후 김일성 정권 국가검열상·노동상을 지낸 인물이다. 김 전 교장은 “세미나에서 김원봉 관련 발언이 있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저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김원봉을 국군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저로서는 용납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김 전 교장은 “흉상 건립을 위해 학교 주요 직위자 등을 중심으로 수십 차례 토의를 거쳤고 최초에는 세 분이 논의됐다가 여섯 분이 선정돼 제작에 들어갔다”며 구체적인 설치 경위를 확인했다. 이어 “하지만 박승환 참령은 자결 외에 큰 업적이 없기에 실내 별도 공간에 설치하고 최종 다섯 분만 옥외에 설치하도록 결정됐다”고 부연했다. 육사에서 홍 장군 흉상 설치를 추진하던 시기는 2017년이고, 최종 설치된 시점은 2018년 3월 1일이었으며, 문재인 정부가 홍 장군의 유해를 봉환한 때는 2021년 8월 15일이었다. 김 전 교장은 “흉상 제작 기간만 약 2개월이 걸리고 수개월에 걸쳐 육사 흉상 설치 관련 토의를 해왔다”고 해명했다.’

특히 김 전 교장은 “저는 누구의 지시를 받고 행동하거나 저 하나의 입신양명을 위해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며 “제가 코드를 맞추거나 지시에 의해 행동했다면 지휘관 보직인 육사 교장에 부임된 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전역 조치를 당했겠냐”고 밝혔다.

육사 관계자는 “2018년 1월 김완태 전 육사교장이 주요 관계자가 모인 회의에서 3월 초 예정된 육사 74기 졸업 및 임관식 행사 관련 ‘10년 만에 대통령이 임석하는 올해 졸업 및 임관식 주제는 독립군ㆍ광복군’이며, 그 일환으로 독립군ㆍ광복군 흉상 설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 3월 육사 충무관 현관 중앙에 졸속 설치된 독립군·광복군 5인 흉상. 연합뉴스

이와관련 육사는 ‘ 독립군ㆍ광복군 흉상 설치 및 이전 관련 사실관계와 육사 입장’ 자료에서 “현재 육사 충무관 내ㆍ외에 있는 6인의 독립군ㆍ광복군 흉상은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 관련 규정에 의한 절차 준수 없이 불과 짧은 기간에 졸속으로 설치된 것”이라며 “그 시작은 ‘2017년 8월 국방부 업무보고 시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 전 교장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육사는 관련 자료에서 “이후 2018년 1월 당시 학교장(김완태 전 교장)은 주요관계자가 모인 회의에서 3월 초 예정된 육사 74기 졸업 및 임관식 행사 관련 ‘10년 만에 대통령이 임석하는 올해 졸업 및 임관식 주제는 독립군ㆍ광복군’이며, 그 일환으로 독립군ㆍ광복군 흉상 설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육사 관계자는 “하지만 흉상 설치와 관련해 흉상 제작 의뢰, 제막식 행사 진행계획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현재 구체적인 문서로 남아있는 것은 거의 없는데, 이는 임관식이 사실상 두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학교 지휘부와 각 부서장 등이 참가한 ‘브레인 스토밍(Brainstorming) 회의’ 형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구두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김 전 교장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 이로 인해 충무관 실내에 과거부터 설치됐더 각종 호국활동상에 대한 내용을 급하게 바꿔 흉상 관련 6인 중심으로 역사교육 공간을 조성하고, 대상인물도 최초 5인을 선정ㆍ제작하던 중 독립군ㆍ광복군과 관련 없는 박승환 참령(대한제국 군인)을 추가하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충무관 내부에 흉상을 설치하는 등 여러 난맥상을 여과 없이 보여줘 오늘날 흉상 이전 관련 논쟁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라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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