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삶의 의미 일깨워준 등불” 이당 안병욱 선생 10주기 추모식
이당 안병욱 선생 10주기 추모식이 7일 오전 양구인문학박물관 사색의 공원에서 거행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인 안병욱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기리기 위해 양구군이 주최한 추모식에는 안정남·동명·동일·동규 씨를 비롯한 선생의 유족, 서흥원 양구군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회장, 조성두 흥사단 이사장, 김선묵 양구군의회부의장, 전창범·조인묵 전 양구군수, 주민 등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선생 약력소개, 추모식사, 추모사, 추모공연, 유가족 인사, 내·외빈 헌화,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추모식사에서 “선생은 사상계 주간 활동으로 독재에 대항하는 행보를 보여주셨으며, 흥사단 아카데미 창설을 통해 도산 안창호 선생의 사상을 설파하기 위해 힘쓰는 등 철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현대인들의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등불이 돼주셨다”며 “지금은 양구에 인문학박물관이 조성되고, 많은 인문학 관계자들이 방문하는 인문학의 성지가 되고 고 안병욱 선생님의 철학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양구군은 고 안병욱 선생님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선생님의 삶과 철학 사상을 아는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 안병욱 교수와 고 김광심 여사의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주요 인사들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김형석 명예교수는 “안 선생이 있었기 때문에 새가 두 날개를 가지고 날아가는 것 같이 나도 날아갈 수가 있었는데, 보내고 나니까 내 인생이 끝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외롭고 힘들었다”며 “안병욱 선생은 ‘김 선생이 혼자 남을 것 같다, 김 선생이 좀 대신 다 마무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남겼다. 이에 따라 모든 것을 바쳐서 존경받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정신적 뒷받침을 끝까지 해야겠다는 것이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이었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가치관 설정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을 수 있을 만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고 양구도 대한민국의 중심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중석 회장은 “양구는 조선백자의 시원이고 국토정중앙이기도 하고, 걸어가면 내금강 장안사까지 한나절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북과 가까운 곳”이라며 “안병욱·김형석 두 분은 고향이 북한이어서 실향민이신데 가장 근접한 양구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했다. 또 “잠들고 계신 곳도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는 양구가 낳은 인물로 안병욱·김형석 두 분을 기릴 것”이라며 “고령화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 김형석 교수가 ‘100세 10계명’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큰 선물로 주기를 기원드린다”고 강조했다.
조성두 이사장은 “선생에 대한 그리움과 흥사단 운동 현장에 선생이 부재함으로 인한 허전함을 금할 수 없다”며 “1960년대 후반 아카데미 확장사업의 장면들을 회상하게 된다. 흥사단은 1980년대 후반까지 약 10만명의 아카데미 수강생들을 배출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들 마음 속에서 선생은 떠나지 않았다”며 “김형석의 김, 안병욱의 안 ‘김안지교’라고 칭할만한 우의 관계를 지속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묵 부의장은 “물질 만능의 세태로 감성이 삭막해져가는 요즘, 안병욱 선생의 문학과 철학, 이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며 “선생은 서양 철학과 한국 철학의 융합을 위해 노력했으며, 사회 참여에도 적극적이었으며 평생을 정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했고 양구는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에 큰 밑걸음이 됐다. 선생의 가르침을 새겨 양구지역을 발전시키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인사를 통해 선생의 장녀 안정남 씨는 “양구는 아버님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며 “아버님은 어릴 적에 ‘커서 조선의 훌륭한 연설가가 되겠다’고 말씀하셨던 분이었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었다. 양구에 오면 이런 생각이 잘 떠오른다. 오늘 아버지를 기억하는데 하나돼 주신 점이 큰 영광이다”라고 했다.
이날 최준아 무용가가 추모공연을 했다.
한편 고 안병욱 선생(1920~2013년)은 1920년 평안남도 용강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일본 와세다대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고, 1985년 인하대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59~1985년 숭실대 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흥사단 이사장, 도산아카데미 고문 등을 역임했다.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생, 4·19, 5·16 등 암울한 시대에 저술·강연을 통해 인간성 상실과 가치관 혼란 등을 극복하는데 기여했다. 사랑철학, 생활철학, 행동철학 등을 통해 철학 대중화에 큰 업적을 남겼다. ‘현대사상’, ‘철학노트’, ‘사색인의 향연’, ‘행복의 미학’, ‘도산사상’,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인생론’, ‘사람답게 사는 길’ 등 5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춘원 이광수의 권유에 따라 도산 안창호가 창립한 민족운동단체인 ‘흥사단’에 가입해 ‘청년 아카데미’ 활동을 하면서 도산의 사상을 전파하는데 노력했다. 1958~1964년 월간 ‘사상계’ 주간을 맡아 언론 자유를 위한 활동에 앞장섰다. 국민훈장 모란장(1985년), 인제인성대상(2007년), 유일한상(2009년) 등을 받았다.
이동명 ld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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