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재계약 논란에 출렁? 엔터株의 민망한 고질병 [視리즈]

김다린 기자 2023. 10. 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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視리즈 엔터주 잔혹사➊ 해설편
9월 들어 약세장 놓인 엔터주
산업 체질개선 성공 평가 속
상반기 증시 주도했던 위상 무색
약세 원인은 아티스트 거취 문제
블랙핑크 재계약 이슈에 흔들려
과거보다 수익 구조 개선했지만
피할 수 없는 스타 의존도 논란
엔터주 하반기에도 날아오를까

# K-팝이 글로벌 주류 음악으로 부상했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세계 대중음악 산업의 지표인 빌보드 차트를 장악하고 롱런하고 있다. 엔터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주가 랠리도 이어졌다. 과거와 달리 탄탄한 수익 창출 구조를 갖추면서 목표주가도 계속해서 올라갔다.

# 그럼에도 엔터주는 떨어지는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주가가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 변동성이란 고질병을 극복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최근엔 소속 아티스트의 거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가 차트의 색깔이 바뀌었고, 주주들을 속 타게 했다. 이대로라면 상반기 증시 주도주 역할을 했던 엔터주는 그 기세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엔터주 잔혹사의 원인을 찾아봤다.

그룹 블랙핑크 재계약 불발설에 와이지엔터 주가가 급락했다.[사진=뉴시스]

지난 9월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의 주가는 22.94% 하락했다. 9월 초 8만1500원이던 주가가 연휴를 앞두곤 6만280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한달 만에 앞자리 숫자를 두번이나 바꿔가면서 수직낙하한 셈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이 회사의 주력 아티스트인 블랙핑크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단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 8월 와이지엔터와 전속계약이 만료된 블랙핑크는 멤버 4명 중 3명이 다른 소속사로 옮길 거란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블랙핑크의 재계약이 불발하면 와이지엔터의 실적도 치명타를 입을 공산이 크다. 증권가는 블랙핑크가 와이지엔터의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속사가 달라진 아이돌그룹이 흔히 쓰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택하더라도 악영향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3인 재계약의 경우 블랙핑크 매출은 70~80%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겠지만 1~2인 재계약에 그친다면 매출은 50% 미만으로 감소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와이지엔터 입장에선 전원 재계약이 아니면 대형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블랙핑크는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글로벌 K-팝 열풍을 불러일으킨 최정상 아티스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34개 도시, 66회차에 걸쳐 진행한 월드투어에서 걸그룹 사상 최대 규모인 18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블랙핑크의 대체불가한 위상을 증명하듯, 재계약 불발 이슈는 업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엔터주 대장주로 꼽히는 하이브의 9월 주가 등락률은 -5.74%를 기록했다. 25만2500원이던 주가가 23만8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의 주가는 9월 등락률이 -6.69%였고, JYP엔터테인먼트의 주가 역시 0.09% 오르는 데 그쳤다.

엔터주가 올해 상반기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란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올해 상반기 하이브의 주가는 62.25% 상승했고, SM엔터는 39.24% 뛰었다. JYP엔터는 92.92%의 등락률을 기록하면서 주가를 사실상 두배로 끌어올렸고, 와이지엔터의 주가 상승률(75.37%)도 엄청났다.

이렇듯 엔터주에 매수세가 몰린 건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엔터주는 과거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잡주雜株' 취급을 받았다. 특정 아티스트를 둘러싼 수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ㆍ사고가 툭하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K-팝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가 확산하면서 증권가는 "올해부턴 다르다"고 확신했다. 엔터 산업이 성장 기반을 제대로 갖췄고, 실적도 우상향하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중심엔 멀티레이블(Multi-Labels) 체제가 있다. 멀티레이블이란 엔터사 밑에 여러 레이블을 둬 각각의 아티스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2018년 JYP엔터가 처음으로 도입한 뒤, 지금은 빅4 엔터사 모두 이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과거엔 회사 내 영향력 높은 제작자 한명이 전체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SM엔터의 경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PD) 한명이 진두지휘한 탓에, 신인 아티스트의 발굴과 기존 가수의 컴백이 늦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멀티레이블 체제에선 이런 우려가 없다. 전담 조직(레이블)이 아티스트의 육성과 관리, 데뷔와 컴백을 효율적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완성도 높은 음악과 다양한 색깔의 콘텐츠가 끊임없이 나올 수도 있다. 한마디로 레이블을 통해 시스템을 체계화한 셈인데, 엔터사 입장에선 이익을 얻는 게 쉬워진다. 아티스트가 쉴 때는 불황, 인기를 드높일 때는 호황인데 이 주기를 단축할 수 있어서다.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선순환 효과는 하이브가 제대로 입증했다. K-팝의 글로벌 인기를 선도한 BTS는 지난해 말부터 군 공백기에 돌입했다. 그런데도 하이브는 매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BTS 멤버들의 솔로 프로젝트가 흥행한 데다 뉴진스나 르세라핌 같은 신인 아티스트가 촘촘하게 활동하면서 글로벌 팬덤을 빠르게 확보했기 때문이다.

K-팝의 주축인 BTS와 블랙핑크가 신보를 내지 않은 지난해 하이브가 역대 최대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것도 멀티레이블 체제 아래서 다수의 아티스트가 성과를 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는 글로벌 팬덤이 여러 아티스트와 기업에 고르게 확산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아티스트의 거취 문제가 엔터주 주가에 가장 큰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처럼 양과 질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든 엔터사들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사상 첫 연 매출 2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브의 올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2조2157억원, 영업이익 2823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24.7%, 19.1% 늘어난 수치다.

SM엔터 역시 매출 1조원 시대를 처음으로 열어젖힐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회사 컨센서스는 매출 1조637억원, 영업이익 1531억원이다. 증권사들은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25.0%, 영업이익은 68.2%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JYP엔터와 와이지엔터 역시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 두자릿수에 달하는 증가율이 확실해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앨범, 음원, 공연 등 수익성 높은 사업들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올해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면서 "지금이 산업의 호황기인 건 맞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체질 개선에 따른 호실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엔터주의 변동성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블랙핑크의 재계약 이슈에 업종 전체가 흔들릴 만큼 취약하다. 와이지엔터는 지난 6월에도 소속 가수인 지드래곤과의 전속계약이 만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SM엔터의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일부 멤버가 회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SM엔터 측이 정산 세부 자료 제공 등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과적으로 양측은 갈등을 봉합하고 전속계약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당시 회사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아티스트의 거취 문제는 사실 피할 수 없는 리스크다. 정부는 엔터사와 연예인간 계약시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데, 신인가수의 경우 전속계약 기간은 데뷔일로부터 최대 7년이다.

흔히 '마의 7년'으로 불리는 이 시간이 지나면 멤버들은 재계약, 또는 이적의 갈림길에 올라선다. 원소속사와 다시 재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 다른 소속사로 이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엔터사 실적 전망엔 빨간불이 켜진다. 엔터사 입장에선 아티스트와 그 지식재산권(IP)이 핵심 수익원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성공적인 신인이 자리를 메워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글로벌 팬덤을 확보할 아티스트를 꾸준히 배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적이 둔화해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면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는데, 아티스트 거취 문제는 투자자가 예상키 힘든 돌발 변수다. 김정섭 성신여대(문화산업예술학) 교수는 "한국 엔터 산업이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올랐고 자본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이제 기업들도 그에 걸맞은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소속 아티스트가 인기를 얻거나, 말썽이 생겼을 때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단 거다.

엔터사 빅4의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소액주주 숫자만 더해도 30만7817명(6월 말 기준)에 달한다. 변동성의 위험을 해소하지 못하면 엔터산업의 밝은 미래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속앓이할 가능성이 높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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