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생산 30개월來 최대 증가···정부 '상저하고' 전망 실현될까

세종=심우일 기자 2023. 10. 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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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수출 회복세 힘입어
광공업 5.5%, 全산업 2.2% 생산 ↑
정부 "3분기 제조업 중심 회복 시사"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리스크는 여전
[서울경제]

“광공업 생산 증가세는 최근 수출 반등 흐름과 함께 3분기 제조업·순수출 중심의 회복을 시사합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8월 산업 활동 동향’을 발표하자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공식 평가입니다. 8월 광공업 생산의 전월 대비 증가율이 3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면서 산업생산 증가폭도 2년 6개월래 최대 수준을 보였다는 게 이번 발표의 골자였습니다.

특히 광공업 생산 증가세를 이끈 주요 주체가 반도체였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으로 꼽힙니다. 그간 정부에서 내놓던 ‘상저하고’ 경기 전망론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반도체 생산·수출 회복이 꼽혀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이 실현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 ‘상저하고’ 전망 힘 실은 8월 산업 동향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8월 전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2% 늘어났습니다. 2021년 2월(2.3%)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 늘었습니다.

광공업 생산이 산업생산 증가를 견인했습니다. 5.5% 늘면서 2020년 6월(6.4%) 이후로 증가 폭이 가장 가팔랐기 때문입니다. 가동률도 준수했습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3.4%포인트 상승한 73.4%를 나타내며 지난해 8월(7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광공업 생산이 늘어난 데엔 반도체의 힘이 컸습니다.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13.4% 늘어 3월(30.9%)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보였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8.3% 늘어나 지난해 7월(14.9%) 이후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최근 수출 동향에서도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반도체는 1년 2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99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0월(92억 달러)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을 보였습니다. 수출 증감률도 전년 동월 대비 ?4.4%로 집계돼 작년 10월(-5.8%) 감소율이 가장 낮았습니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내놓았던 경기 상저하고 진단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간 정부는 반도체 생산이 3분기부터 반등한다는 전제 하에 하반기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견지해왔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감산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관련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에서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정부에선 10~11월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최근 보도설명자료에서 “최근 수출은 반도체 물량 증가와 현물 가격 반등에 힘입어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관도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되어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의 두 배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올 상반기 0.9%에서 하반기 1.8%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2%, 한국은행은 1.8%로 제시했습니다.

‘3고 리스크’ 지속···“상저하고 단언 시기상조”

하지만 ‘상저하고’를 단언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우선 소비가 온전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줄어들었습니다. 두 달 연속 감소세였습니다. 소매판매가 2개월 연속으로 줄어든 것은 지난해 4~7월 이후 1년여 만이었습니다. 현재의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종합지수 순환 변동치도 전월보다 0.2포인트 감소한 99.4로 집계되며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계속 이어지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환경은 소비는 물론이고 생산까지 제약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선 물가가 문제입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올라 올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농식품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산물 물가상승률은 7.2%로 1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도 3.8%로 3% 밑으로 쉽게 내려가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3%대를 보였던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4%를 웃돌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 하에 미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최근 달러당 1360원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선 낮아지긴 했지만, 원달러 환율도 1340원대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이 늘었다고 해도 소비 감소세가 상존하고 있어 상저하고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며 “미국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이라 전반적인 경기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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