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AI 딥페이크 ‘활개’…미 할리우드 ‘셧다운’ 장기화 조짐
상업성에 악용되면서 ‘눈살’
갈수록 적절한 규제 목소리 높아져
[아로마스픽(62)] 10.2.~6
편집자주
4차 산업 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조심하라. 내 인공지능(AI) 버전으로 치과 보험을 홍보하는 영상이 있다.”
팬들에게 주의부터 당부했다. 조작된 디지털 이미지에 현혹, 행여 파생될 피해를 염려한 걱정으로 읽혔다. 행간에선 분노도 엿보였다.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상업적인 목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무단 사용했다는 측면에서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톰 행크스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당 광고와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내비친 불편한 심기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해 67세인 현재 자신보다 젊은 이미지로 짜집기된 ‘허위 동영상(딥페이크)’ 기반의 사진까지 첨부하면서 짜증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을 포함한 외신에 의해 알려졌다. 딥페이크(deep fake)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AI를 활용한 일종의 얼굴 조합 기술이다.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부위를 합친 가짜 편집물인 셈이다.
방송과 문화계 안팎이 AI에 더해진 딥페이크 파장으로 연일 시끄럽다. 최근 저작권 이슈를 수면 위로 부각한 데 이어 상업성에도 악용되면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딥페이크 출몰 초반인 2010년대 후반 당시, 유명인사들의 풍자나 개그 소재로 활용됐던 딥페이크가 올 들어선 업그레이드된 AI를 뒷배로 본격적인 세(勢) 불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가상배우’ 문제로 떠들썩한 가운데 터져 나온 행크스의 이번 가짜 광고 문제는 AI 규제 논란을 한층 더 가중시킬 조짐이다.
진원지는 세계 최대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할리우드. 지난 7월부터 돌입한 할리우드 장외투쟁에도 AI가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 5월부터 파업에 들어갔던 1만1,500명 규모의 미국작가조합(WGA)은 제작사 측과 AI 도구 개발에 작가들의 기존 대본 사용을 합의하면서 집단 시위에 돌입한 이후, 약 5개월 만인 지난달 27일부로 파업 종료에 다가섰다. 합의 확정에 필요한 조합원 투표(10월 2~9일)가 남았지만 3.5% 임금 인상 등을 포함한 세부 사안까지 고려하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할리우드 배우와 방송인 중심의 노동조합(SAG-AFTRA)은 임금 인상과 더불어 AI 사용으로부터 보호 등을 요구하면서 여전히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렴한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 기술이 가상 배우들의 연기 장면에 이용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배우들의 일자리도 없어질 것이란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다. 현재 파업 영향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은 영화나 TV 작품 촬영을 중단하고 시사회 및 인터뷰 등도 거부하고 있다. SAG-AFTRA엔 약 16만 명의 배우와 방송인이 가입한 상태다.
AI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됐다. 이번에 피해 당사자로 공개된 행크스도 AI가 영화계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한 바 있다. 행크스는 지난 5월 영국 코미디언 애덤 백스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배우의 유사성을 지식재산권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AI 기술 때문에 자신이 죽고 나서도 새 영화에 계속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누구나 AI와 딥페이크 기술로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며 "내가 내일 버스에 치여 크게 다치더라도 내 연기는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행크스는 지난 1995년 영화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AI의 습격은 연기자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NYT에 따르면 CBS방송 진행자인 게일 킹은 지난 2일 “SNS에서 내 동의 없이 AI를 통해 만들어진 내 이미지가 체중 감량과 관련된 한 광고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이 제품에 대해 듣거나 사용한 적 없다"며 "AI 영상에 속지 말아 달라"고 적었다.
한편, AI의 습격에 의한 현실적인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현지 경제학자들은 미국작가조합(WGA)과 SAG-AFTRA 동반 파업으로 50억 달러(약 6조6,700억 원)의 경제적인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 미국 및 유럽 등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선 AI와 연관된 국제적인 규제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생성형 AI로 등장한 오픈AI의 ‘챗GPT’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맞춤형 규제를 시급하게 마련하는 것이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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