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으로 소맥 못 먹나”…출고가 인상에 식당가 ‘눈치게임’
술값 인상 폭 두고 자영업자들 골머리
소비자들 “지금도 비싼데 또 올린다니”
퇴근 후 종종 술자리를 즐긴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전해진 맥주 출고가 인상 소식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기업 차원의 인상 폭이 크지 않더라도 중간 도매상과 자영업자 등을 거치면 식당가 술값이 족히 1000원은 오를 것이란 우려에서다.
A씨는 “맥줏값이 오르면 또 소줏값도 덩달아 오르지 않느냐”며 “지금도 병당 6000원을 받는 가게가 많은데 소주·맥주 하나씩 시켜서 1만원이 넘는 건 정말 너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번 가격이 올라가면 원부자재 비용이 줄어들어도 재조정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이번 가격 조정은 외식업소용 500㎖ 제품과 가정용 355㎖ 제품이 대상이다. 환율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급등이 출고가 인상을 부추겼다는 게 오비맥주의 설명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아(보리)의 가격이 원산지를 가리지 않고 모두 오름세여서 비단 오비맥주만 영향을 받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불안정한 것도 무시 못 할 요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류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이번 인상액이 병당 140~150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도매상별 중간 마진이나 지역별 운반비 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상승분은 맥주 한 짝(20병)당 3000원 남짓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맥줏값 인상이 예고된 뒤 식당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통상적으로 맥주나 소주 등 주류의 출고가가 소폭 인상되면 식당들은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올린다. 고기류나 채소류, 장류 등의 가격이 오를 때마다 발생한 손실분을 주류 매출로 충당하는 외식업 구조 때문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연초께 하이트진로 역시 맥주와 소주 출고가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가 총대를 메고 쏘아 올린 가격 인상이 사실상 ‘소맥 1만원’ 시대를 끝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식당가에서는 오비맥주가 긴 추석 연휴 직후 갑작스레 출고가 인상을 선언한 탓에 도매상들의 사전 비축분이 없어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토로도 나온다. 출고가가 오르기 전 대량으로 재고를 확보해놓으면 소비자가격 인상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서울 송파구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점주 B씨는 도매상으로부터 오비맥주의 출고가 인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소주와 맥주를 병당 5000원씩 받고 있어 일단 동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식재료값이 너무 올라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C씨 역시 “음식 장사는 원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제대로 돈을 벌기 어렵다. 재룟값이나 다 나오면 다행”이라며 “술만큼 이윤이 남는 품목이 없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월세도 내야 하는데”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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