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전투표 '예상 밖' 열기…'일꾼론 vs 견제론' 엇갈린 강서
'환경 개선', '안전 강화'…투표 기준도 다양
11시 투표율 12%대 진입…'40%' 여부가 좌우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지난 6일부터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토요일인 7일 투표 현장에서는 주말을 맞아 예상외로 활발한 참여 열기가 감지됐다.
투표일인 점을 감안해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에 대해서는 대체로 말을 아꼈다. 그러나 강서 민심은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일꾼론'과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견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견제론'으로 엇갈렸다.
◇주말 함께한 2일차 투표…정오 이후 활기 전망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6일 투표율은 8.48%(50만603명 중 4만2429명)로 마감됐다.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첫날 사전투표율(9.81%)을 다소 밑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날 주말과 한글날(9일) 연휴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해 정치권에서는 이날 투표율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지가 이날 오전 6시 이후 사전투표 2일차를 시작한 화곡본동(화곡본동 주민센터)·화곡6동(강서구청)·공항동(마곡데시앙아파트 인근) 사전투표소를 취재한 결과, 오전 8시께부터 10분 간격으로 약 2~30명의 주민이 투표소에 방문하는 모습이 감지됐다.
화곡6동 사전투표소 운영 관계자는 <아이뉴스24> 기자 질문에 "전날(6일)에도 현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주말인 만큼 투표소에 찾아오시는 주민들이 확실히 느는 모습"이라며 "정오(12시) 이후 정도면 어제보다 투표소 분위기가 활기를 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강서구 주민)들도 노령층(60대 이상)과 장년·청년층(2~40대)이 대략 6대 4의 비율로 비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능력 중심', '여야 불만'…"투표 안해" 반응도
강서 주민들은 우선 '구청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후보자들의 지역 행정·운영 능력을 투표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았다.
화곡동에 다가구주택을 보유한 김모씨(68)는 "강서구의 경우 아직 서울에서 낙후된 지역이다. 특히 구도심인 화곡 인근은 재개발 등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며 "그런 점에서 정부·여당을 설득해 지역 환경을 살릴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공항동 인근 마곡 엠밸리에 거주한다고 밝힌 주부 이모씨(41)는 "재개발·집값 상승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지역 안전에 신경 써 줄 수 있는 후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반면 구청장 선거가 총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지는 점을 고려해 투표로 여야에 견제 메시지를 냈다는 주민도 비등했다.
화곡본동에서 만난 81세 최모 할머니(화곡4동)는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기초연금(30만원) 수준으론 생활이 많이 어려워졌다"며 "경제를 빨리 살려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뭐하는지 불만이 많다. 그 점을 투표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반면 강서구청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43세 남성 김모씨는 "야당이 정부·여당 발목만 잡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강서구는 그간 민주당 지지를 많이 했는데 지역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며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했다.
이날 20~30대 유권자도 사전투표소에 다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청년 주민 중에는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투표하지 않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화곡6동 인근에 거주하는 이모씨(31)는 "전 구청장(김태우 후보)을 사면까지 해가면서 내보낸 여당도, 그렇다고 '정권 심판' 내세우는 야당도 모두 싫어 투표하지 않기로 했다"며 "누가 되든 구정에 큰 상관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20만명'이 변수…전문가 "예측 어려운 선거"
여야는 이날 사전투표 독려를 위해 오후 강서구 내에서 총력 유세에 돌입할 계획이다. 윤재옥 국민의힘·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각각 김태우·진교훈 후보와 함께 강서구 곳곳을 순회한다.
정치권에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막판 변수를 '투표율 40%'로 보고 있다. 통상 보궐선거의 경우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지만 정치적 주목도를 이유로 총투표율이 40%를 넘길 경우 중도층의 투표 참여를 이유로 선거 예측이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전체 유권자(약 50만명)의 40%인 '20만명' 가량이 강서구청장의 운명을 결정하는 셈이다.
또한 사전투표율이 높지 않더라도 오는 11일 본투표에서 투표율이 다시 반등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전투표에 부정적인 경향이 강한 보수 지지층 일부는 11일 본투표에 대량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비정기적인 보궐선거는 원래부터 변수가 많아 정기적 선거(총선·대선 등) 대비 여론조사·통계 예측이 맞지 않는 경우가 예전부터 많았다. 본투표 종료까지 누구도 안심 못하는 구조"라며 "후보자들, 여야 모두 보궐선거 특성을 인지하고 있기에 '방심하면 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오전 11시 25분 기준 사전투표율은 12.60%를 기록하고 있다(50만603명 중 6만3084명). 사전투표는 현재 강서구내 각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이날 오후 6시를 끝으로 종료된다.
보궐선거에는 현재 기호순으로 △진교훈(더불어민주당) △김태우(국민의힘) △권수정(정의당) △권혜인(진보당) △김유리(녹색당) △고영일(자유통일당) 후보가 출마했다. 이틀간의 사전투표 후 본투표는 오는 11일(수)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실시된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